Diary 168

2022년 마지막 날

마지막 한 주 동안 재택근무를 이유로 참 편하게 지냈다. 매일 9시간이 넘게 숙면을 취하고, 조금 먹고, 조금 운동하고, 주로 침대에 많이 누워 있었다. 추위가 조금은 가신 걸까, 낮에는 밖에서 활동하기에 썩 불편하지는 않은 온도였다. 조금은 무료하고 우울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차분한 한 해의 마무리였다. 오늘은 드디어 2022년의 마지막 날이다. 곧 저녁에 외출하기 전에 굼뜬 몸을 일깨워 본다. 오전에는 커피를 마시며 영화 코코를 봤다. 다음주부터는 독서/영화 모임에 나가보기로 했다. 예전부터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신년에는 한 번 건전한 자극으로 나를 채워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엄마가 구운 바게트 빵과 우유, 닭가슴살 그리고 계란 후라이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Diary 2022.12.31

스도쿠

어렸을 때 우연하게 스도쿠를 접하고 한동안 스도쿠를 즐겨 했었다. 일종의 퍼즐 게임인데, 총 81칸이 있다. 가로로 9칸, 세로로 9칸, 정사각형 형태로 되어 있는 빈 칸을 수리적 모순 없이 채워나가는 게임이다. 한 행에는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채워져야 하고, 한 열에도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채워져야 한다. 81칸은 다시 9칸 정사각형으로 9개로 구획되는데, 이 9칸 정사각형 안에도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채워져야 한다. 시작 시점에 이미 81칸 중 일부가 채워져 있다. 그 단서들을 조합해 특정 위치에 특정한 숫자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조각을 맞춰나가는 게임이다. 그렇게 한 칸씩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새 81칸을 모두 채우게 되고 게임이 끝이 난다. 올 가을 바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며 ..

Diary 2022.12.28

공간과 시간

공간은 기억을 소환하는 힘이 있다. 오랜만에 어떤 공간을 다시 찾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순간적으로 그 시절의 기억으로 빨려들어간다. 오늘은 동네의 청소년수련관에 다녀왔다. 신년부터 직장인 아침 수영 강습을 받아볼 요량으로 어제부터 인터넷 접수를 시도했는데, 사이트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었는지 접수 페이지가 먹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가까운 거리였지만, 너무 추운 바깥 날씨 때문에 차로 관까지 이동했다. 금방 접수만 마치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청소년수련관 답게 겨울방학 특별 프로그램 접수를 위해 모인 아주머니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의 1시간 반을 기다려서야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 직장인 아침 수영 프로그램을 등록할 수 있었다. 대기자가 많아서 극장 같은 관에 대기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

Diary 2022.12.26

헬스 다이어리 300회를 기념하며

헬스 다이어리라는 이름 하에 매일의 운동 기록을 남긴 것이 벌써 300회가 넘어갔다. 1년이 조금 더 되는 기간 동안이니, 정말 거의 쉼 없이 꾸준히 헬스를 해 온 셈이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열정이고 의지였다.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그렇게까기 나 스스로를 어떤 목표를 위해 투신할 수 있었던 것은? 10월에 대회를 끝마친 뒤에도 꾸준히 헬스는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만큼 열심은 아니다.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때마침 찾아온 강추위도 의지를 누그러뜨린다. 어차피 내 자존의 근거가 내 ‘몸’에 있지 않다면,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몸에 올인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 같은 것은 우리의 일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제 2022년이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Diary 2022.12.24

크리스마스 이브의 일기

어제 분명 1시 전에 잠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9시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와 다시 잠을 청한다. 그렇게 자고 깨기를 몇 번 반복하고 2시다. 이젠 진짜 잠에서 깨어나야지. 첫 번째 의사결정은 오늘 헬스를 할지 말지이다. 순서상으로는 가슴과 팔 루틴을 하는 날인데, 어쩐지 몸이 찌뿌둥하다. 지난 화요일에 가슴 운동을 했었는데 그때 쌓인 근피로가 아직 안 풀렸는지, 여전히 가슴 부근이 뻑뻑하다. 오늘의 첫 번째 의사결정은 헬스장을 가지 않는 것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오늘 두 번째 의사결정은 샤워를 마치고 바디로션을 바를지 말지이다. 피부가 많이 건조한 편이라 샤워를 마치고 나면 바디로션을 발라주는 게 좋다. 하지만 온몸 구석구석 로션을 바르는 작업은 시간도 꽤 들고 무엇보다 귀찮다. 오늘은..

Diary 2022.12.24

12월의 이야기

오늘은 오전에 반차를 냈다. 우리 회사는 오전 반차를 쓰면 2시까지 출근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6시에 똑같이 퇴근을 한다. 9시부터 2시까지니까 반차지만 실제로는 5시간을 버는 셈이다. 전날 미리 엄마에게 아침에 날 깨우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9시까지 푹 잤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1시간 반을 더 자다가, 1시간 정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가, 다시 1시간을 더 자고 12시 반에 드디어 일어났다. 짧게 샤워를 마치고, 운동 장비를 챙기고, 회사에서 먹을 닭가슴살과 가래떡을 해동할까 하다가 오늘은 기분이다, 스타벅스에서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바비큐 치즈 치킨 치아바타를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스타벅스 문화일보점이다. 아메리카노 그란데와 치아바타를 받고 카페 2층으로 ..

Diary 2022.12.20

일본 여행을 다녀오며

게이세이 우에노 역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길. 어제까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가을 날씨였던 도쿄는 자고 일어나니 구름으로 뒤덮여 흐리다. 언제 비가 와도 이상할 게 없다. 여행 내내 밤마다 술을 마셨다. 산토리 하이볼 또는 기린 이치방 맥주를 그날그날에 따라 세 캔 또는 네 캔을 샀다. 간단한 주전부리와 함께 말이다. 그러다가 엊그제 밤에는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쓰러졌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씩 그럴 때가 있었다. 전날 폭음을 하고 난 다음날 아침 기상 직후에 몇 번 그랬었다. 새벽에 요의를 느껴 화장실로 갔다가 선 채로 실신이 다가옴을 느꼈다. 머리에 열이 확 오르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화장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넘어지면서 발과 턱을..

Diary 2022.12.17

겨울, 12월, 2022년 그리고 2023년

수요일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하룻밤 사이에 거의 10도가 낮아졌다. 세상이 얼어붙었다. 겨울은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옷장 한켠에 걸려 있던 두툼한 겨울 패딩을 오랜만에 꺼내 입었다. 장롱이 아니라 행거 타입의 옷장이니까, ‘꺼내 입는다’는 말은 어폐가 있을 수도 있겠다. 2020년 겨울에 선물 받은 타미힐피거 패딩이다. 그때 한창 국내에선 톰 브라운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힐피거와 톰 브라운 로고가 비슷해서 톰 브라운인 줄 알고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난다. 조깅을 할 때는 작년 이맘때쯤 산 아디다스 바람막이를 주로 입는다. 티셔츠 위에 바람막이만 걸치고 달린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때는 사뭇 춥지만, 한 2km 정도를 달리고 나면 체열이 발생해서 견딜만 하다..

Diary 2022.12.04

어른이 되어가는 친구를 보며

친한 친구가 쌍둥이 아빠가 된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세상으로 나온 두 녀석도 처음 보고 친구네 부부도 오랜만에 볼 겸 송도를 다녀왔다. 송도까지는 먼 길이었다. 특히 1호선은 구로역에서 동탄 방면과 인천 방면으로 분기하고, 또 일반 열차가 있고 급행 열차가 나뉘어 있으니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친구는 서울에 나올 때마다 이 고생을 했겠구나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 집을 방문한 것은 벌써 3년하고도 7개월이 더 되었다. 신혼집 집들이 겸으로 한번 찾아갔었는데, 역시 대단지 신축 아파트라 그런지 룸 컨디션이 아주 훌륭했다. 집들이 선물로 에어프라이어를 하나 선물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위스키라는 새로운 취미 때문에 서재 방이 통째로 위스키 보관실이 되어 있었다. 쌍둥이 ..

Diary 2022.11.19

치아, 치아, 치아!

어제는 일정상 밤 늦게 헬스를 마치고 12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치실질을 했는데, '두둑' 하는 느낌과 함께 이 사이에 무엇인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급하게 AS로 떼운 레진 필름이 벗겨지면서 이 사이에 낀 것. 나는 교정을 해 본 적이 없지만, 교정을 한다면 이런 느낌이겠다 싶은 어떤 이와 이 사이를 강제로 벌리는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 새벽에 그 조각을 빼내겠다고 몇십 분 동안 낑낑거리며 전동칫솔도 써보고 치간칫솔도 써봤지만 무용이었다. 괜히 잇몸만 건드려 피만 나고 말이다. 포기하고 2시쯤 침대에 누웠다. 사실 침대에 누운 것은 1시 반이 조금 안 된 때였는데, 유튜브를 보다가 2시에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서, 사실 일어나는 것도 더 여유 있게 푹 ..

Diary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