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기억을 소환하는 힘이 있다. 오랜만에 어떤 공간을 다시 찾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순간적으로 그 시절의 기억으로 빨려들어간다.
오늘은 동네의 청소년수련관에 다녀왔다. 신년부터 직장인 아침 수영 강습을 받아볼 요량으로 어제부터 인터넷 접수를 시도했는데, 사이트가 제대로 관리가 안 되었는지 접수 페이지가 먹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가까운 거리였지만, 너무 추운 바깥 날씨 때문에 차로 관까지 이동했다. 금방 접수만 마치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청소년수련관 답게 겨울방학 특별 프로그램 접수를 위해 모인 아주머니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의 1시간 반을 기다려서야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 직장인 아침 수영 프로그램을 등록할 수 있었다.
대기자가 많아서 극장 같은 관에 대기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그 관에 들어서는 순간 15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동아리의 마지막 졸업 공연을 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때의 스테이지와 객석이 떠오른다. 아직은 어색한, 졸업 기념으로 한 벌 맞춘 정장을 입고 노래를 불렀었다. 바이브의 '그남자 그여자'도 불렀었다. 그때 듀엣을 했던 친구는 2학년 아래의 후배였는데, 지금은 어디서 뭐하고 살고 있으려나?
사람은 7년 정도면 온몸의 세포가 완전히 같은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세포 분열을 거듭한 끝에 동일한 세포가 하나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의 기억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생생하게 내 안에서 돌아 살아나오는 감각이 아니라, 어떠한 특정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소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감정이 소거된 객관적인 장면에 대한 정보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결론은 어떤 일이든 7년이 지나면, 우리의 영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기억 때문에 웃음 지을 일도 눈물 지을 일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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