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68

2월의 첫 주를 보내며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주였다. 어떤 일들은 완전히 매듭이 지어졌고, 어떤 일들은 반쯤 묶여 있던 매듭이 풀어졌다. 매서운 바람이 조금은 잦아들었고, 그럼에도 손 끝을 스치는 냉기는 여전하다. 첫 이직 면접과 탈락 통보, 엄마와의 심학산 데이트, 성과급 통보, 팀원의 퇴사 통보, 한남동에서의 술자리, 양평에서의 파티, 사촌동생의 결혼식, 이 모든 것이 한 주 동안 일어난 일이라니 이번 주는 꽤나 다이나믹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정작 내게 가장 크게 와닿는 이벤트는 작년 공항 면세점에서 산 Marlboro Gold 1보루를 완전히 다 펴버린 일이다. Marlboro Silver를 피는 내게, Gold는 니코틴과 타르 함량이 더 높아서 조금은 끽연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제 좀 적응이 될 듯하니까 마지..

Diary 2023.02.05

인생의 방향성에 관한 고민

이건희가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의 고위 임원들을 모아놓고 신경영 선언을 했다고 한다. 그 유명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주문. 신경영 선언 이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으로 삼성은 양적, 질적으로 더 큰 회사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실에 대한 절박한 인식.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자세이다. 나는 마누라도 자식도 없으니,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는 상태이다. 내 나이 서른넷, 이제는 진짜 인생의 방향성을 확고하게 설정하고, 목표를 위해 투신을 할 때가 왔다. 아직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 돌이켜보면, 확고한 인생의 목적 의식이 부재했다. 감사하게도 공부를 잘 하는 머리를 타고 나서, 공부를 했고, 꽤 열심히 했고, 좋은 대학, 좋은 로스쿨까..

Diary 2023.02.02

회사 때문에 우울한 하루

이틀 간의 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다. 오늘의 주요 어젠다는 2022년 성과급이다. 메신저로 오늘 오전에 성과급 산정 근거와 기준에 관한 브리핑 세션이 있을 거라고 미리 알림을 받아서, 간단히 업무를 보다가 다 같이 회의실로 모였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 뭐 이런저런 기준을 갖다댔지만 결론적으로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단다. 경영성과급이야 연봉계약과 다르게 회사의 재량이 강하게 인정되는 영역이라서 기본적으로 체념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성과급은 구성원 간 신뢰와 동기부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제도 자체가 Profit Sharing, 즉 회사의 이익을 구성원과 나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헤드헌터가 이직 제의를 했을 때 성과급이 안..

Diary 2023.02.01

엄마와의 파주 심학산 데이트

아빠의 환갑 덕분에 회사로부터 이틀의 경조휴가를 받았다. 사실 아빠의 진짜 생신은 작년 가을이었지만, 예전에는 누구나 다 그러하듯이 주민등록이 늦어져서 실제 태어난 날과 주민등록상의 생일이 다르다. 실제 생신을 기준으로도 휴가를 신청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조금 번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그냥 주민등록상의 생일에 휴가를 신청했다. 아빠는 지금 학생들을 데리고 연수 차 미 서부 지역에 가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휴가를 받았는데, 월요일은 오전에 이직 면접을 보고 점심에 헬스를 하고 저녁에 술을 마시고 오니 하루가 금방 갔다. 꽤 거나하게 마신 탓에 화요일 오전까지 헤롱거리고 있었는데, 점심 즈음 정신을 차리고 바람이라도 쐬고 올까 하다가 엄마가 같이 파주의 심학산을 가자고 꼬셨다. 파주 출판단지 근..

Diary 2023.01.31

1월, 겨울

짧은 설 연휴가 지나고 꽤나 오랜만이라는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을 했다. 연차를 쓰고 쉴까도 고민했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 상태에서 연차를 쓰는 건 다소 소모적이라는 판단에서 그냥 출근을 하기로 했다. 누군가는 제주도에 갇혀서 강제로 연차를 소진하고 있다고 한다. 남쪽에는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생일 기념으로 스타벅스에서 준 Birthday Coupon의 유효기간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평소에는 출근하면서 따듯한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테이크아웃해가지만, 오늘은 쿠폰도 쓸 겸 해서 블랙 햅쌀 고봉 라떼를 테이크아웃했다.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게 맛이 제법 괜찮았다. 당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는 건 뭔가 죄 짓는 기분이다. 이제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는데도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어차피 출..

Diary 2023.01.25

1월 3주차의 날들

1월의 셋째 주 수요일. 한 주의 가운데이자 한 달의 중간을 지나고 있다. 오늘은 아침 수영을 하고 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욱 피곤하다. 아침 수영을 가는 날은 6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하고 몸이 찌뿌둥한 건 참 불쾌하다. 월요일에는 전날 12시 반에야 잠이 들었는데, 그마저도 낮에 커피를 큰 컵으로 두 잔이나 마셔서 깊이 잠들지 못했다. 그래도 오늘은 월요일보다는 훨씬 낫다. 어젯밤에는 11시 조금 넘어서 잠에 들었다. 어제 퇴근하고 영화관에 가서 슬램덩크나 볼까 했다가, 티켓 값이 15,000원인 걸 보고 고민 끝에 예매를 하지 않았다. 대신 바로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저녁을 먹고 이리저리 웹서핑을 하다가 8시 반에 침대에 누웠다. 요새는 침대에서 2시간씩 뒹굴면서 하..

Diary 2023.01.18

오늘 하루

오늘은 내 생일이다. 처음 태어난 날을 제외하면, 서른세번째 맞이하는 생일이다. 그러니까 만으로 서른세살이 되었다는 얘기다. 시간은 잘도 간다. 2년 전 생일은 최고의 생일이었고, 1년 전 생일은 별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할 것 없는 그냥 보통날과 같다. 전날 특별히 뭘 한 것도 없는데, 너무 피곤해서 10시가 조금 넘어 잠에 들었다. 오늘은 수요일이니까 아침에 수영 강습을 받으러 가야 한다. 6시에 알람을 맞추었는데, 4시쯤 잠에서 깼다. 뒤척이며 선잠을 2시간 정도 잤다. 수면 기록 어플을 확인해보니 뒤척인 건 5시까지 1시간 정도이고, 5시부터 6시까지는 그래도 꽤 깊이 잠들었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수영장으로 향한다. 이제 네 번째 수영장을 온 거라 제법 동선이 익숙하다. 회원카드를..

Diary 2023.01.11

신년의 첫 주를 보내며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흐른다. 이번 주에는 새로 아침 수영을 시작했고, 지난 주의 재택근무를 마감하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출근도 하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신년의 느낌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어찌되었건 2023년이 이렇게 시작된다. 금요일 아침에도 수영 강습이 있었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라는 핑계를 대고 늦게 일어났다. 목요일 밤에 잠을 깊게 자지는 못했는데, 일어나려면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선잠을 계속 이어자다가 눈을 뜨니 7시가 넘었다. 일어난 후에도 자고 깨고를 반복하길 수 차례를 더 하고 간신히 일어나 근무 준비를 마쳤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이직 관련 서류를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랜만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니 쉽지가 않다. 문장을 고르고 글을..

Diary 2023.01.07

신년 초의 나날들

어제 저녁에는 독서모임에 나가보았다. 살면서 독서모임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또 책을 바탕으로 각자의 생각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경험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기도 했고, 사회적 상호작용 그 자체로 채워질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어제는 모임에 처음 나가는 것이라 일종의 게스트로서 초대가 되었는데, 영화 코코를 감상하고 2시간 동안 몇 가지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호스트를 포함하여 총 7명이 모였는데, 특별히 이상한 사람도 없고 대화도 무난하게 잘 이루어졌다. 게스트는 첫 참석 이후 기존 멤버들의 OK를 받으면 정식 멤버가 될 수 있다. 게스트 역시 모임의 정식 멤버가 될지 아니면 1회의 경험으로 마무리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Diary 2023.01.04

신년맞이 아침수영을 시작하다

2023년이 되면 새로 배워보려고 했던 수영.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수영장이 있다. 월수금 아침 7시부터 7시 50분까지 1달 동안 수영 강습을 받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였다. 첫 날이라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었다. 전날까지 재택근무에 휴일에 꽤 오랜 기간을 충분히 자 버릇 했는데, 갑자기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기상하려니 이상하게 밤이 잠이 안 왔다. 9시도 안 되어 침대에 누웠는데, 계속 핸드폰만 붙잡고 이리저리 영상이나 하릴 없이 보다가 어느새 11시 반, 이젠 진짜 잠에 들어야지, 하고 눈을 붙여보려 했지만 이불 속이 너무 더워 다리에 땀이 자꾸 차는 바람에 잠에서 자꾸 깼다. 그래도 그 직전까지 충분히 잘 쉬어서인지 부족한 선잠에도 불구하고 기상하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6시에 일어나 오..

Diary 202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