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67

어느 개 같은 날의 오후

서럽다.부상으로 반년 쉬기는 했지만, 그래도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해 온 시간이 있는데, 골프는 정말 더럽게 안 된다. 다 합치면 1년은 연습을 한 셈인데 왜 아직도 만족스러운 샷이 나오지 않을까? 프로가 하라고 한 스트레칭, 동작 열심히 지켜서 스윙하려고 하는데, 그 놈의 헤드업은 진짜 도저히 잡히질 않는다. 이게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게 맞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다. 거의 주에 5~6시간은 골프 연습에 할애하는데, 생업이 있는 사람치고 이 정도면 꽤 많이 할애하는 것 같은데, 뭐 밥 먹고 골프 연습만 해야 하나?7번 아이언으로 100m, 드라이버로 120m도 나오지 않는다. 방향은 죄다 슬라이스다. 임팩트 때 헤드가 열리고, 헤드업이 있다고 한다. 커핑도 있고, 상하체 분리도 안 된단다. 아니..

Diary 2025.04.22

8년만의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후기

수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을 다녀왔다. 몸이 부러져 골골대고 있던 작년 가을에 인터파크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마침 취소표가 나와서 부리나케 두 장을 예약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잘도 흘러가는구나, 그 사이 벌써 반년이 지나서 몸은 다 나았고, 영접의 시간은 다가왔다. 8년 전에도 함께 콜플콘을 다녀왔던 친구와 함께 했다.8년 전에는 가난한 학생이라 공연만 보고 왔지만,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다. 기념 티셔츠 정도는 살 수 있다. 장당 6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한 장 사고 싶었다. 앞판 그림은 왼쪽이 예뻤지만 이미 XL가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이 오른쪽 티셔츠를 골랐다. 나염이 되어 있어 일반 프린팅 티셔츠보다 훨씬 멋스러운 느낌이다.고양 종합운동장에는 이미 관객..

Diary 2025.04.20

스도쿠 스프링북

작년 7월에 중급자용 스도쿠 스프링북을 교보문고에서 한 권 샀다. 160여개의 스도쿠가 있었고, 하루에 한 게임씩 풀기로 했다. 이번 주에 드디어 이 책에 있는 모든 스도쿠 게임을 다 풀었다. 한 250일만인가보다. 반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9개월이니, 3달만 더 보태면 1년이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구나.다음 달에는 쇄골에 박아둔 철심을 빼도 되는 상태인지 진찰하러 정형외과에 가야 한다. 7월에 여름 휴가를 보내고 8월 정도에 수술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러면 한 달 정도 회복기를 갖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헬스를 다시 재개할 생각이다. 내년 3월 정도에 가능하다면 바디프로필을 찍는 일정으로 빡세게 준비해 보고 싶다.새로운 스도쿠 스프링북도 구매했다. 이번 주에는 자잘하게 산 아이템들..

Diary 2025.04.19

아버지의 은퇴

지난 주 목요일, 우리 아버지는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을 하셨다. 아버지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몇 주 전부터 꽤나 부산했다. 아버지에게 드릴 감사패를 제작하고, 지금보다 십 몇년은 더 젊었던 시절 학교에서 찍은 아버지의 사진을 프린팅한 케이크를 주문하고, 아버지에게 안겨드릴 카네이션 꽃다발도 맞췄다.방학의 교정은 한산했다. 선생님들도 없다. 행정실을 분주히 오가는 교직원 몇 명만이 텅 빈 교정을 지키고 있다. 넓은 교장실이 오히려 휑하게 느껴진다. 아버지는 이 방에서 4년을 일했구나. 생각해보니, 아버지 환갑 때 맞춤 정장을 선물해 드린다고 같이 비스포크 샵으로 이동하려고 아빠의 학교를 찾았었다. 그게 벌써 2년이 더 지난 일이다. 예정된 일이었고, 예정대로 흘러왔다.싫다는 아버지를 몇 번..

Diary 2025.03.03

2024년을 돌아보며

어느새 2024년이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이 모든 일들이 한 해 동안 일어났다는 게 실감이 되지 않을 만큼, 정말 많은 사건과 부침이 있었다. 커리어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건강 면에서도 정말 요동치는 한 해였다. 그 많은 일들을 겪고 나서도 지금 2024년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나름의 평온을 되찾았다는 게 놀랍도록 감사하다.요새는 건강이 많이 좋아져서 가벼운 운동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정형외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들여, 당분간은 헬스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네다섯 번 정도 러닝을 할 수는 있다. 한 번 달릴 때마다 100m씩 더 달리면서 전체 러닝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겨울이라 밖이 꽤나 추워서 몸을 빠르게 따듯하게 데우려고 생각보다 꽤 빠르게 뛰고 ..

Diary 2024.12.30

광화문에서

며칠 추워서 겨울이 성큼 다가왔나 싶었는데, 오늘은 다시 10월 초로 돌아간듯이 따듯했다. 10시 즈음에 눈을 떴다. 어제 1시 전에 잤는데도 꽤나 피로하다. 며칠 계속 술을 마셔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아직도 몸이 좀 불편해서 밤에 깊이 잠을 못 자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새벽에 갑자기 귓전에 울린 모기의 날갯짓 소리 때문이었을까. 잠결에 내 볼에 앉은 모기를 손으로 쳐서 던져버렸다. 내 두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모기였을 그것은 내 볼에서 내 손가락 끝으로 옮겨진 후 침대 구석 어딘가로 던져졌던 듯하다.어머니가 이미 내려놓은 드립 커피를 텀블러에 옮겨 담고 정수기에서 얼음을 받아 채운다. 30분쯤 컴퓨터를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씻고 외출을 준비한다. 오늘은 광화문에서 대학 동창의 결혼이 있다...

Diary 2024.11.10

이사를 마치고

어제 드디어 이사를 마쳤다. 요새 가을에 걸맞지 않게 모기가 밤마다 기승을 부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와중에 아침 일찍 찾아온다는 이사업체를 맞이하려고 오랜만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미리 짐을 싼다고 싸긴 했는데, 아직 몸이 완전히 편하지 않아서 크게 도움은 안 되었을 것이다.원룸 이사라고 해도 1년을 살다보니 짐이 이것저것 많이 불어난 게 느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작년 가을에 구입한 야마하 신디사이저이다. 이제 본가에서도 즐거운 음악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겠다. 재즈 피아노도 다시 배우고, 작곡도 배워볼 예정이다. 어차피 운동도 못 하는데 음악에 좀 매진하는 시간을 보내볼까 한다. 그래서 안 친지 1년이 넘은 기타도 꾸역꾸역 실어 왔다.돌아와서도 정리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잔짐을 풀고, 청소도..

Diary 2024.10.17

가을의 일상으로의 회복

강남 자취방으로 다시 돌아온지 어언 3주가 다 되어간다. 한달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집을 떠나 있다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적응은 금방이다. 자취방에 처음 돌아오던 날을 떠올려보면 몸이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혼자 씻고 생활하는 것도 능숙하다. 최근에는 실내에서는 손목에 댄 부목을 빼고 생활해도 좋다는 담당의의 소견도 듣고 왔다. 손뼈는 원체 잘 안 붙는 까다로운 뼈인데 그래도 예후가 좋은가보다. 내일은 쇄골 수술을 집도했던 다른 담당의의 외래 진료를 받으러 인천으로 가야 한다. 아마 암슬링을 벗어도 된다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몹시 기대를 하는 중이다.요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버릇이 되었다. 2시가 다 되어야 겨우 잠에 들고, 10시를 즈음해서 일어난다. 그..

Diary 2024.10.10

죽을 위기를 겪고 나서...

2024. 8. 17. 토요일,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블랙야크 섬&산 기행을 떠난 승봉도에서 추락 사고를 당했다. 내가 스스로 올라간 바위에서 실족하였으니, '당했다'는 표현은 다소 어폐가 있을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어느 바위에서 떨어졌고, 그건 죽을 만큼 위험한 순간이었고,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코끼리바위로 가는 데크길의 초입, 해변에 홀로 우뚝 솟아있는 병풍바위를 난 왜 오르고 싶었을까?애시당초 오를 수 있는 바위가 아니긴 했다. 그걸 알고 무리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만큼만 올랐다. 바위를 내려오는 도중에, 발을 디딘 부분이 부서졌다. 무게중심을 잃고 나는 몇 걸음을 다급히 발을 놀렸지만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3m에서 4m 정도 되는 높이였던 듯 싶다. 몸이 허공에 떠 있던 ..

Diary 2024.09.22

일요일 아침, 달리기를 하며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그 사이, 러닝화를 챙겨 신고 달리기를 나선다. 어제 저녁 러닝 채비를 마쳐서 집 밖으로 나서던 그 때, 빗방울이 조금씩 땅을 적셔 왔다. 이 정도는 그냥 맞으며 달릴까도 싶었지만 머지 않아 폭우가 쏟아져 내려왔다. 하늘은 해질녘보다 꽤나 많이 앞서서 어두워졌다. 그렇게 밀린 독서를 하고 영화를 보며 토요일 저녁을 보냈다. 하릴 없이 쇼츠와 릴스를 보다 2시 즈음해서 잠이 들었다가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일어났다.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쫓아내고 집 밖으로 나섰다.역시 달리기는 트레드밀보다는 밖이 좋다. 혹시 해가 날수도 있으니 선크림도 챙겨 발랐다. 실외 러닝이 현실세계라면 트레드밀은 가상세계다. 트레드밀에서는 기록이 쌓인다는 것 말고는 달리는 의미가 없다. 달리면서..

Diary 202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