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쌍둥이 아빠가 된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세상으로 나온 두 녀석도 처음 보고 친구네 부부도 오랜만에 볼 겸 송도를 다녀왔다. 송도까지는 먼 길이었다. 특히 1호선은 구로역에서 동탄 방면과 인천 방면으로 분기하고, 또 일반 열차가 있고 급행 열차가 나뉘어 있으니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친구는 서울에 나올 때마다 이 고생을 했겠구나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 집을 방문한 것은 벌써 3년하고도 7개월이 더 되었다. 신혼집 집들이 겸으로 한번 찾아갔었는데, 역시 대단지 신축 아파트라 그런지 룸 컨디션이 아주 훌륭했다. 집들이 선물로 에어프라이어를 하나 선물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위스키라는 새로운 취미 때문에 서재 방이 통째로 위스키 보관실이 되어 있었다.
쌍둥이 아이들을 처음 보았다. 이란성이라 두 놈이 묘하게 생긴 것도 다르고 하는 짓도 다르다. 아기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아기가 주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 존재한다는 것, 삶이라는 것,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다. 존재 이전의 것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무튼, 존재 이전에서 존재로 나아간다. 그렇게 쌍둥이는 태어났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인생이라는 서사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게 되겠지.
쌍둥이를 한 번씩 안아보았다. 이렇게나 가벼울 수가 있을까. 꼬물거리는 움직임에 혹여라도 아이를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보는 것과 만지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그 체온, 그 무게, 그 감촉이 느껴질 때 아이의 생명 같은 것이 느껴진다.
간신히 쌍둥이 아가들을 재우고 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스피크이지 바에 온 것처럼 조곤조곤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 송도에서의 밤은 깊어간다. 부부는 서로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육아라는 큰 산을 만나 더욱 부부로서의 우애가 깊어진 듯 보였다. 철없게만 보였던 친구였는데, 어느새 남편으로서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로서 제법 멋있어 보였다.
취한 택시에서 잠을 청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RPG 게임으로 치면 일종의 보너스 퀘스트, 히든 퀘스트 같은 게 아닐까? 어른 되기 자체가 인생의 메인 퀘스트는 아니지만, 삶의 주요한 분기들을 무사히 지나면서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치열과 방종, 나태와 열정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아직 헤매고 있는 나. 나는 언제 어른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 하면서 잠에 들었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여행을 다녀오며 (1) | 2022.12.17 |
---|---|
겨울, 12월, 2022년 그리고 2023년 (0) | 2022.12.04 |
치아, 치아, 치아! (0) | 2022.11.11 |
후배의 죽음 (3) | 2022.11.03 |
18일 간의 음주 대장정을 마치다.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