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68

바람 불면 잠기는 방문고리

2015년인가 2014년인가. 철물점에 가서 방문고리를 하나 구매해서 내 방에 설치했다. 가정집에서 쓰는 일반적인 방문고리가 아니라 어디 사무실 철문 같은데 쓰이는 제대로 된 방문고리였다. 당시 10,000원을 주고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방문고리를 갈아끼운 이유는 엄마가 자꾸 내 방에 들어오는 게 싫어서였다. 누군가 (설령 가족이라도) 나만의 private한 공간에 드나든다는 게 정말 싫었다. 조용히 부탁도 하고, 설득도 했지만, 엄마는 계속 들어왔었다. (물론 빈도는 줄었겠지만 말이다.) 잘 개놓은 빨래를 내가 가져가질 않으니 이것을 전달하기 위해 아주 잠시 들어오는 거였지만, 내가 집에 없는 동안 내 방에 엄마가 들어왔다는 게 정말 치가 떨리게 싫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왜 그렇게까지 싫었을까 싶..

Diary 2022.04.13

함덕에 다녀오다

오랜만에 여행다운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다운 여행이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해 본다. '여행'과 달리 '여행답다'를 정의내리기란 쉽지 않다. 일상과의 분리, 낯선 공간, 나를 구성하는 여러 감각들과 사념들을 털어내고 새로운 자극으로 나를 채워나가는 과정. 뭐, 어떻게 정의내리든 상관 없다. 나는 비행기를 탔고, 제주에 왔으며, 그 중에서도 함덕으로 왔다. 함덕으로 정한 이유는 오직 바다이다. 지난 추석 3박 4일간의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제주도의 거의 모든 바다를 둘러보았다. 서쪽의 창창한 푸른 바다부터, 태평양과 닿아 있는 남쪽의 깊은 바다, 햇살을 머금어 따듯한 동쪽 바다, 그리고 바람이 시원한 북쪽 바다까지, 제주의 사면을 둘러보면서 바다란 바다는 원 없이 만끽했었다. 소중한 추억이다. 함덕해..

Diary 2022.04.11

로또, 머선129

매주 만원어치 씩 로또를 산다. 로또를 사면 일주일치 망상권을 사는 셈이다. 1등 되면 그 돈으로 뭐할지 기분 좋은 망상의 나래를 펼친다. 망상은 망상해변에서 하자... 이번주는 놀라운 주다. 어차피 당연히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큰 기대 없이 로또 숫자를 맞추는데, 5등과 4등이 동시에 당첨이 된 것!!!! 그동안 5등이 당첨이 된 적도, 4등이 당첨된 적도 있었지만, 5등과 4등이 동시에 당첨된 경우는 생에 처음이다. 당첨금은 55,000원으로 큰 돈은 아니지만, 기분이 참 좋다. 내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말이다. 찬찬히 살펴보니 선택되었던 숫자들을 잘 조합하면, 2등까지도 가능한 조합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구나. 2등은 아니더라도 숫자 하나만 더 맞았으면 3등일텐데 하는 아쉬움도 살짝 들..

Diary 2022.04.03

사소하지만 중대한 변화

월요일 저녁 집 앞 헬스장에서 혼자 개인 운동을 하는데, 트레이너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주었다. 4월 1일부터 헬스장 리모델링에 들어간고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화요일 오전에 문자로 통보가 왔다. 아니 세상 어느 헬스장이 폐쇄 10일 전에 통보를 한단 말인가?? 나는 헬스장만 쓰지만, 여기는 수영장까지 같이 있는 꽤 큰 시설인데, 그 수많은 회원들이며 일하는 직원이며 너무 일상에 급격한 변동이 오는 사항을 어떻게 10일 전에 딱 통보를 하고 끝을 낼 수가 있지?? 정말 사장의 일처리 센스가 너무 별로거나, 아무 생각이 없거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뭐 어쩌겠나. 화요일 저녁에 운동 차 들린 헬스장에서 환불 조치를 받고 3월 31일까지만 이용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그렇게..

Diary 2022.03.23

다짐

이제 곧 4월이다. 봄을 맞이하여 뭔가 조금 더 발전적인 내가 되고자, 최근 떠올랐던 목표들을 기록해 본다. 1. 새로운 피아노 연주곡 연습하기 4월에는 기존에 연습하던 곡들 외에 추가적으로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 히사이시 조의 'First Love', DJ 오카와리의 'Flower Dance' 세 곡을 도전해 봐야겠다. 순서대로 난이도가 높아지는데, Flower Dance에서 애를 좀 많이 먹을 것 같지만, 한번 도전해 봐야지! 그리고 레코딩 룸 활용해서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놔야겠다. 2. 1달에 2권씩 책 읽기 에어팟이 없어져서 노래를 못 듣게 되니까, 출퇴근 시간에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게 된다. 의외로 긍정적인 효과이다. 그동안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말만 하면서, 제대로 ..

Diary 2022.03.20

엄마와 오미크론

아침에 일어나니 엄마가 마스크를 쓴 채 안방에 있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자가진단키트를 써보니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근처 병원의 PCR 검사를 예약해두고, 집 안에서는 안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나는 일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상황 파악도 안 되고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오미크론이 우리 가족한테까지 오고 만 것이다. 일일 확진자가 거의 30만에서 40만에 육박하니, 우리 가족만 오미크론을 피해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언젠가는 걸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주에 같이 골프를 쳤던 아줌마한테서 옮았다고 한다. 그 아줌마가 양성이라서 연락을 받고 엄마도 급히 검사를 한 것이다. 반나절을 기다린 PCR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방 안에 갇혀 있는 엄마를 위해..

Diary 2022.03.15

동생의 출국

두 살 밑에 여동생이 하나 있다. 여동생은 이미 결혼 5년차이다. 동생 결혼식 때 내가 축가를 불러줬던 기억이 난다. can't take my eyes off you였다. 전날 회사 입사 예정자들 회식 모임이 있어서 맥주를 많이 마시고 목이 잠긴 채로 축가를 불렀었다. 동생한테 아직도 미안한 기억이다. 동생은 내가 봐도 참 대단하다. 동생은 키가 크다. 키가 173cm이나 된다. 어렸을 때는 줄곧 공부 때려치고 여자 프로농구나 하라고 농담을 하곤 했다. 동생은 그 농담을 대단히 싫어했지만, 나는 동생을 괴롭히는게 집 안에서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보다 더 어렸을 때는 다채로운 방법으로 많이 장난을 쳤다.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엉덩이를 베개로 때리는 게임을 자주했었다. 물론 내가 남자고 힘이 ..

Diary 2022.03.06

2021. 12.의 일기

나는 바다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요새 말로 '바다멍'이라고 해야 할까,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보면서 파도 소리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면 참 마음이 평화롭고 차분해지는 것이 좋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한 해의 처음 태양을 품은 바다를 보는 것. 수평선을 수직으로 뚫고 말갛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희망과 감동이 벅차오르는 기분이다. 금요일 저녁 버스로 속초로 향했다. 속초터미널에 도착해서 술을 사고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술상을 세팅하니 11시 반이었다. 함께 간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다. 힘들었던 이야기, 앞으로도 힘들 이야기. 요 근래 즐거움이랄께 없는 삶이었다. 나도 힘들고 친구도 힘들고 우리 모두 힘들다. 그 힘든 터널의 끝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

Diary 202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