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야근을 한 날이었다, 어제는. 파트너 변호사의 급작스러운 제안으로 어쏘 한 명과 함께 셋이 근처 이자카야에서 가벼운 반주와 함께 저녁을 가졌다. 비싸고 양이 적고 맛이 훌륭한 가게였다. 생맥주 세 잔을 마셨다.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준 그닥 충만한 인간적인 소통이 이루어졌던 자리는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야근을 하러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골목길 어귀를 빠져나와 대로로 나가보니, 트럭이 새끼 고양이를 그대로 밟고 지나쳐 가고 있었다. 새끼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로 핏자국이 새겨져 있다. 새끼는 생의 마지막 몸부림인듯 전신을 요동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바로 근처에 어미와 다른 새끼가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