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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68

조금은 묘했던 하루

한동안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야근을 한 날이었다, 어제는. 파트너 변호사의 급작스러운 제안으로 어쏘 한 명과 함께 셋이 근처 이자카야에서 가벼운 반주와 함께 저녁을 가졌다. 비싸고 양이 적고 맛이 훌륭한 가게였다. 생맥주 세 잔을 마셨다.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준 그닥 충만한 인간적인 소통이 이루어졌던 자리는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야근을 하러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골목길 어귀를 빠져나와 대로로 나가보니, 트럭이 새끼 고양이를 그대로 밟고 지나쳐 가고 있었다. 새끼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로 핏자국이 새겨져 있다. 새끼는 생의 마지막 몸부림인듯 전신을 요동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바로 근처에 어미와 다른 새끼가 있었고..

Diary 2023.08.10

그것들이 환기하는 그것들

이번 주는 업무가 다소 slow해서 여유 시간이 많다. 저녁 시간을 충분히 내가 원하는 대로 보내고 있다. 4주 앞으로 갑자기 다가 온 세부 여행을 맞이해서 이번 주부터 운동량을 대폭 늘렸다. 근력 운동의 빈도를 높이고, 대회 이후 거의 10개월을 한 적이 없던 유산소를 새로 시작했다. 평소 애용하는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서 체지방 감량 보충제까지 주문했다. 가히 의지는 충만한 상태. 오늘 저녁도 일찍 퇴근을 하고 근력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친구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탔다. 오랜만에 페달을 밟으니 작년 요맘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풀벌레들 우는 소리, 익숙한 습한 공기, 내 뺨을 가르는 얕은 바람의 흐름, 달빛에 어스름히 비춰지는 구름떼. 작년 요맘때 한창 자전거를 타고 전국 구석구석..

Diary 2023.08.04

여름, 익어간다

5월 중순, 한 달 여의 남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서울. 아직 밤 공기가 그래도 선선한 기운이 있었는데, 어느덧 두 달 반의 시간이 쏜살과 같이 흘러왔다. 새로 이직한 회사는 각오는 했지만,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일이 많았다. 한동안 안온한 삶에 익숙해져 있어서 다시 Work - oriented된 라이프스타일로 나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또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예전에 했던 가닥이 있으니,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가며 일을 해 나갔다. 일 자체는 재미 있다. M&A 변호사로 살기 싫어서 펌을 때려치고 나왔는데, 돌고 돌아 다시 M&A의 길을 가고 있다. 아마 그때의 나는 M&A 업무 자체에 불만족했다기보다는, 거대한 조직의 막내급 변호사로서 내게 주어지는 일의 의미와 보람을 ..

Diary 2023.07.28

다시 서울, 봄.

한국 시간 기준으로 5월 12일 금요일 오후에 드디어 인천공항에 내렸다. 다시 돌아온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지난 2주 동안 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친구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순대국집에서 소주와 곱창전골을 마시는 일. 시차 때문인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보니 해가 뜰 때까지 놀았다. 마무리로 자주 가던 PC방에서 짜빠구리를 시켜먹고 나서 아침 6시쯤 집에 돌아왔다. 첫 번째 주말 동안에는 코앞으로 다가온 출근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코파카바나 바다에서 파도를 맞아 전원이 켜지지 않는 아이폰을 수리하러 수리점에도 들리고, 미용실에서 한 달 동안 덥수룩해진 내 머리도 수리했다. 여행 동안 자른 적 없던 수염도 깔끔하게 밀었다. 시차 때문에 잠이 안 와..

Diary 2023.05.25

급변하는 날씨와 인생

오늘은 재판 때문에 회사가 아닌 서초동으로 출근하는 중이다. 여의도와 노량진 사이를 지나고 있는데,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것이 바야흐로 봄의 절정이다. 어제부터 날씨도 몰라볼 정도로 따듯해졌다. 오늘은 차림을 가볍게 하고 이동하는 길이다. 마음도 몸도 봄을 지나는 중이다. 분홍 빛이 감도는 벚꽃보다 흰 벚꽃이 내 눈에는 더 아름답다. 이번 주가 벚꽃의 절정일텐데 다소 아쉽게도 벚꽃을 같이 보러 갈 사람을 구하지는 못 했다. 벚꽃은 시기를 놓치면 1년 뒤를 또 기약해야 한다. 그리고 1년은 상당히 긴 시간이다. 1년 뒤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또 완전히 다른 사람일 것이다. 연속성 뒤에 숨겨진 불연속성, 그걸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이 지금 회사 소속으로 가는 마지막 재판이 될 것이다. 이직은 확정되었..

Diary 2023.03.31

꽃이 핀다.

오늘도 택시를 타고 외근을 나가는 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외부로 나갈 일이 생긴다. 꽤나 업무가 바쁘게 돌아가는 요즘이라 정신이 없다. 낮에는 일에 매진하고, 저녁에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주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 외근을 나가는 게 싫지만은 않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과 묘하게 겹쳐서 외근지로 직접 나가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택시를 타고 편하게 이동하면서 일기도 쓰고 바깥 풍경도 잠시나마 바라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개나리가 핀 것쯤은 알고 있었는데, 목련도 폈다. 심지어 벚꽃도 피고 있다. 여의도를 지나는데 벌써 벚나무들이 화려하게 단장한 분홍빛을 뽐낸다. 4월은 되어야 벚이 만개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봄이 일찍 열려버렸다.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한데, 꽃이 이렇게 아름답게 피었다. 이른 ..

Diary 2023.03.23

주춤하는 봄

지난 주까지 참 따듯하다가 이번 주는 다시 쌀쌀해졌다. 이게 꽃샘추위라는 걸까? 오락가락하는 기온 때문에 괜시리 몸이 더 피곤한 듯이 느껴진다. 이번 주는 회사 일이 꽤나 바빴다. 대형 프로젝트만 2가지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고, 재판 때문에 외근을 나갈 일도 많았다. 지금도 성남으로 가는 택시다. 택시에서 아이패드로 일기를 쓰는 게 루틴이 될 지경이다. 오늘은 올림픽대로가 별로 막히지 않아서 쾌적하게 이동 중이다. 아주머니 기사님인데 운전이 부드러워서 편하게 이동 중이다. 아이패드로 이리저리 게임을 하다가 뒤늦게 다이어리를 폈다. 이번 주에는 수영을 두 번 다 갔다. 자고 일어나니까 왼쪽 다리 뒷부분이 조금 불편하긴 한데 어제 무리를 했나보다. 자유형은 이제 많이 익숙해져서 제법 자세가 나온다. 배영도 ..

Diary 2023.03.17

그렇게 흘러간다

정신 없이 흘러간 한 주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실망도 있었다. 영화 같은 일도 있었고, 뉴스 같은 일도 있었다. 시덥지 않은 일들로 가득 채워진 일상이었다. 어지러운 시간들이었다. 수요일에는 오랜만에 군대 후임을 만났다. 전역하고 2014년에 한 번 봤으니, 9년만이다. 내 부사수였다. 우리는 보직 때문에 군 생활의 대부분을 막사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에서 보냈다. 그 언덕에는 어린 시절의 내 기억이 가득하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24살의 내가 되었다. 술을 많이 마셨다. 취했다. 정신을 잃었다. 서대문역 인근에서 술을 마셨다. 후임을 먼저 보내고 지하철에 올랐다. 그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택시 타기가 아까웠나보다. 5호선에 몸을 싣고 완전히 뻗어버린 나는 눈을 떠보니 종점이었다. 지갑을 잃어..

Diary 2023.03.10

봄기운

이번 주는 낮기온이 16도가 넘는다. 낮에는 아우터 없이 거리를 돌아다녀도 될 만큼 날씨가 따듯하다. 봄이 성큼 온 정도가 아니라 봄 그 자체인 것 같다. 다음 주에는 다시 살짝 추워진다는데, 이번 주를 잘 만끽해야겠지. 어제는 오후에 반차를 내고 강남의 모 펌에 면접을 보러 다녀왔다. 저번에 면접을 봤던 회사보다 더 규모 있고 체계가 있어 보였다. 거마비로 스타벅스 상품권 3만원 어치를 주었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가 4,500원이니까 6잔을 먹고도 3,000원이 남는다. 아니면 그란데 사이즈로 깔끔하게 6잔을 먹어도 괜찮겠다. 면접 때 이런저런 질문들이 오갔는데, 별로 긴장은 되지 않았다. 딱히 긴장을 하지 않는 것이 내 장점인 듯하다.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못 한 것 같기도 하지만..

Diary 2023.03.08

몽롱

피곤한 월요일 아침이다. 주말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빠르다. 금요일 퇴근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두시쯤 잠에 들어 열두시 즈음 일어났는데도, 토요일 하루종일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12시 넘어서 일어나 4시쯤 겨우 헬스장에 다녀왔다. 대충 저녁을 챙겨먹고 빈둥대며 하루를 보냈다. 일요일 낮에는 오랜만에 연남동에 다녀왔다. 커피를 마시고, 점심으로 튀김요리와 온소바를 먹었다. 용산으로 이동해 기타를 하나 샀다. 14년 전 즈음에 용산아이파크몰에 아이러브뮤직인가 하는 이름의 악기 가게가 있었는데 그때 27만원 주고 어쿠스틱 기타를 하나 샀었다. 아이러브뮤직은 사라지고, 영창뮤직인가 하는 이름의 악기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어쿠스틱 기타는 입문자용 모델 하나밖에 없었다. 21만원을 주고 기타를 바..

Diary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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