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회사 때문에 우울한 하루

무소의뿔 2023. 2. 1. 16:21

이틀 간의 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했다. 오늘의 주요 어젠다는 2022년 성과급이다. 메신저로 오늘 오전에 성과급 산정 근거와 기준에 관한 브리핑 세션이 있을 거라고 미리 알림을 받아서, 간단히 업무를 보다가 다 같이 회의실로 모였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 뭐 이런저런 기준을 갖다댔지만 결론적으로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단다.

경영성과급이야 연봉계약과 다르게 회사의 재량이 강하게 인정되는 영역이라서 기본적으로 체념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성과급은 구성원 간 신뢰와 동기부여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제도 자체가 Profit Sharing, 즉 회사의 이익을 구성원과 나눈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헤드헌터가 이직 제의를 했을 때 성과급이 안정적으로 500%가 나오는 회사임을 강조했다.

물론 경영환경, 경영성과는 유동적이고 회사 영업 실적이 악화되었을 때는 성과급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본급 100%는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근본적인 태도, 가치관의 문제다. 직원을 회사 성장의 동반자로 보는지, 회사 운영의 부품으로 보는지이다. 규모 자체보다도 직원을 대하는 그 가치관이 더 슬프다.

이미 어플라이해 둔 다른 회사에서 빨리 좋은 소식이 왔으면 좋겠다. 2월 중순까지 기다리기 쉽지 않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애초에 잘 다니던 로펌을 너무 충동적으로 퇴사한 것은 아닌가 하는 후회도 많이 든다. 너무 이른 시점에 커리어를 포기하고 백 오피스로 옮긴 게 패착이었을까? 지금의 내 생활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가 않다.

업무에서 오는 보람도 없고, 그렇다고 급여가 대단히 만족스러운 수준도 아니다. 작년에는 다양한 운동 목표라는 여가 영역에서의 도전이라도 있었지만, 올해는 이래저래 혼란스럽다. 한시 바삐 지금 회사를 뜨고 싶은 마음 뿐이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급하게 움직이면 탈이 난다는 것은 이미 2년 전에 배웠다. 이번에는 신중하되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내 인생이 걸린 일이다. 몇 번의 스텝이 더 꼬이면 정말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신중하자. 몇 시간이고 같은 자세로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수처럼 신중하자. 대신, 단 한 번의 도약 시점에서는 날렵하게 움직이자.

결국에는 다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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