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68

일요일 아침, 달리기를 하며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그 사이, 러닝화를 챙겨 신고 달리기를 나선다. 어제 저녁 러닝 채비를 마쳐서 집 밖으로 나서던 그 때, 빗방울이 조금씩 땅을 적셔 왔다. 이 정도는 그냥 맞으며 달릴까도 싶었지만 머지 않아 폭우가 쏟아져 내려왔다. 하늘은 해질녘보다 꽤나 많이 앞서서 어두워졌다. 그렇게 밀린 독서를 하고 영화를 보며 토요일 저녁을 보냈다. 하릴 없이 쇼츠와 릴스를 보다 2시 즈음해서 잠이 들었다가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일어났다. 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쫓아내고 집 밖으로 나섰다.역시 달리기는 트레드밀보다는 밖이 좋다. 혹시 해가 날수도 있으니 선크림도 챙겨 발랐다. 실외 러닝이 현실세계라면 트레드밀은 가상세계다. 트레드밀에서는 기록이 쌓인다는 것 말고는 달리는 의미가 없다. 달리면서..

Diary 2024.07.21

또 한번, 운신을 앞두고

어느덧 5월이다. 특별히 일이 바쁘지 않은 날들인데도 상당히 어수선하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3월 중순의 베이징 출장이 도화선이 되어서 나는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에는 이미 퇴사를 통보하였다. 다음주 금요일을 끝으로 나는 지금 회사에서의 근무를 마무리한다. 만으로 딱 1년하고 며칠을 더 근무하는 셈이다.지금 회사를 이렇게까지 빨리 떠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이 회사에서의 시간을 더는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경영진 간의 대립으로 어수선해진 회사 분위기, 그 누구도 직원을 챙기지 않는 방임주의, 인간적 교류는 소멸하고 업무만이 남은 상황, 성장과 발전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 현주소, 이러한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본질의 차원에서는 그러한 요소들이 퇴사에..

Diary 2024.05.07

일주일 간의 북경 출장기

지난 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북경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이라고 해봤자 북경에서 해야만 하는 거창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업무 특성상 나는 특정 파트너 변호사와 긴밀하게 업무를 하는데, 그 파트너가 로펌 재직 시 유학을 중국으로 다녀오느라 중국에 고객도 좀 있고 친분이 있는 선배 변호사들이 있는 편이다. 어차피 회사가 재택 근무 중이니 이 기간을 활용해서 자신의 지인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려는 것이었고, 그 길에 그냥 나를 동행하자고 제안한 것뿐이다. 그러니까, 나의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별로 좋을 것이 없는 출장이다. 어차피 일은 노트북으로 하지만, 집 근처에서 편하게 일하는 것과 이역만리 타국에서 일하는 것은 다르다. 심지어 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모른다. 그..

Diary 2024.03.18

소소한 변화와 적응

회사가 이사를 간다. 선정릉역과 삼성중앙역 사이의 건물에서 코엑스 트레이드타워로 새로 둥지를 옮긴다. 직주근접 때문에 9월 말부터 회사 근처의 허름한 원룸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1997년에 준공된 건물이니 벌써 30년이 다 되어 간다. 1층에 음식점이 있어서인지 배수구에서 퀘퀘하고 역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집이다. 월세도 결코 싸지 않다. 오직 직주근접 하나 때문에 자취를 시작했는데 회사가 다소 멀어진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트레이드타워에서의 새로운 회사 생활은 은근히 기대가 된다. 다음 주 중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서 급하게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연휴 중에 사진관을 일부러 들러 여권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 보니 일반 여권 사진과 중국 비자 신청용 사진은 요구사항이 조금..

Diary 2024.03.04

2024년 신년의 다짐

연말과 신년을 맞아 제일 친한 친구 녀석과 양양으로 2박 짜리 여행을 다녀왔다. 익숙한 속초의 여러 맛집과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가장 기대했던 이벤트는 신년맞이 입수였다. 우리는 신년을 맞아 새로 태어나기로 했다. 한겨울의 바다, 그리고 새해의 첫 일출, 그 공간과 시간이라면 우리는 특히 나는 완전히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많은 신화와 설화에서도 물이 인물의 새로운 각성의 계기로 등장하곤 한다.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할 수 있는 양양의 가장 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다. 대신 먹는 것은 참 맛있게 잘 먹고 돌아다녔다. 속초에 들릴 때마다 필수적으로 방문하는 황가네찜과 청초수물회, 게다가 이번에는 중앙시장에서 바로 대게까지 먹었다. 운전을 담당한 친구한테 미안할 겨를도 ..

Diary 2024.01.01

가을의 단상

오늘은 우리 회사 과장님 퇴사를 송별하는 의미에서 어쏘 변호사들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대표 변호사님한테 법인카드를 받았다. 카드를 받기 위해 금요일 업무 시간 중에 메일을 썼다. 회식 자리를 가지려고 하니 카드를 달라고 말이다. 오후에 일을 집중해서 처리한 덕분에 지각 없이 회식을 열 수 있었다. 나까지 포함해서 6명의 어쏘 변호사들과 과장님 한 분까지 총 7분이서 회식 자리를 가졌다. 회식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우 전문점에서 열었다. 이 회사에 온지도 거의 반년이 다 되어 가는데, 과장님과 사실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회사 자체가 다정다감하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도 아니고, 업무 외적인 부분으로 접점이 아예 없어서 캐주얼한 대화를 나눌 기회 자체가 없었다. 퇴사를 당하여서 이제..

Diary 2023.10.23

가을, 새로운 출발, 변화

많은 변화가 있는 가을이다. 9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가을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올 여름은 유독 습하고 더웠다. 로스쿨에서 한창 막바지 법 공부를 하던 2018년, 그해 여름도 참 무더웠다. 나는 주로 90분을 공부하고 10분을 쉬었는데, 쉴 때 담배라도 한 대 태울 요량으로 도서관 밖으로 나오면 불볕이 참 강했다. 그래도 그때는 건조한 사막 같은 더위였는데, 올 여름의 더위는 열대 지방의 더위처럼 습했다. 9월이 되고서도 더위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가을이 더 간절했나보다. 추석 연휴를 맞아 친구와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다녀왔다.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가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대급 추석 연휴로 해외 여행을 나서는 인파가 많아서, 가까운 일본조차도 항공권이 70만..

Diary 2023.10.10

주말이 사라져가는 속도 = 빛의 속도

금요일 늦게까지 마시지 않았는데도, 11시가 다 되어야 침대에서 온전히 일어날 수 있었다. 몇 번 깨긴 했지만, 다시 잠을 청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바쁜 주간도 아니었는데 주중의 피로는 쉬이 개운해지지 않는다. 전날 마신 술 때문일까, 약간 멍한 머리로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다. 잠깐만 마저 뒹굴거리다가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온다. 게임과 해장라면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집 근처 피씨방으로 간다. 몇 달 전 시작했던 디아블로4를 아직도 재밌게 하고 있다. 메인 퀘스트는 다 깼지만, 드넓은 맵에 산재되어 있는 부가 퀘스트를 깨는 게 요새 나의 여가의 큰 부분이다. 게임 자체의 재미도 재미이지만, 이 모든 퀘스트를 다 클리어해보겠다는 이상한 오기와 집념이 차지하는 몫이 더 크다..

Diary 2023.09.03

가을을 맞이할 준비

아침 일찍으로 맞추어 놓은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어제 늦게 잔 거에 비해서는 잘 일어났다, 시간은 여섯시반. 인천공항에서 돌아와서 짐을 풀고 사진을 정리하고, 이것저것 서류들을 확인하다보니 열두시반이 되어서야 침대에 누웠다. 직장도 일상도 끊임없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자꾸 생긴다. 적어도 내겐 일상도 체크리스트를 준비해서 처리해 나가야 할 업무들이다. 한동안 발걸음이 뜸했던 순대국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먹은 순대국은 조금 느끼했다. 순대국을 안 먹고 있던 사이 여름은 지나갔다. 작년 요맘때에는 지방으로 원정 라이딩을 다니고 강변터미널로 복귀해서 목동까지 자전거로 다시 30km를 달려왔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순대국 한 그릇으로 여정을 마치곤 했다. 입안이 헐 정도로 뜨거운 국..

Diary 2023.08.30

세부 특훈 포기와 재도전

지지난주 화요일부터 허리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하더니 수요일, 목요일을 거쳐 거의 허리를 편하게 움직일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주말에는 또 가평 빠지 여행까지 예정되어 있어서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에 걸쳐 평소 내가 정말 싫어하는 한의원에 들러 침까지 맞는 강행 투혼을 보였으나, 결국 웨이크보드는 포기했다. 가이드의 판단도 그러했고, 내 스스로 느끼는 몸 컨디션도 그러했다. 주말 가평 여행은 즐거웠다. 아픈 허리였지만 물놀이를 즐기며 오랜만에 놀러나온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허리는 너무 아팠다. 파도에 튜브가 튕길 때마다 지옥을 맛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물놀이 후 자고 일어났을 때 결국 몸을 회전시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잘 때도 몸을 돌려눕히려 할 때마다 너무 고통스러워..

Diary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