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68

엄마와의 첫 드라이브

지난 목요일 차를 출고하고 본격적으로 차를 몰고 다니기 전에, 엄마를 가장 먼저 차에 태워드리고 싶었다. 마침 다음 날에 엄마가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놀러간다고 한다. 집에서 용산역까지 모셔다드리겠다고 하고 엄마와 함께 출발했다. 출발 전에 네비게이션 어플로 예상 소요 시간을 체크하고 15분 정도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림은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오손도손 나누면서 편안하게 잘 모셔다드리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우선 엄마는 본인이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경로로 차량 네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자 과도한 불안함을 표출했다. 집에서 강북으로 갈 때 엄마는 주로 영등포 로터리 쪽으로 빠지는 길이나 당산 근처를 경유해서 가는 길을 택하는데, 네비게이션은 ..

Diary 2022.08.02

아빠와 함께 출근

태풍 송다 때문에 아침에 비가 올까 안 올까. 비가 안 오면 자전거를 타고 가야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려면 최소한 7시에는 일어나야지. 내 수면 어플은 30분 범위 내에서 가장 얕게 잠들었을 때 나를 깨워주니,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면 되겠다. 어라, 알람소리에 깨 눈을 떠보니 7시 25분이네. 창밖으로는 매미 소리가 들린다. 비가 오지 않은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7시 5분에 깨웠을 녀석이 오늘따라 유독 늦게 깨웠네. 비도 안 오는데 자전거도 못 타는 아침이다. 샤워를 하고 오늘 먹을 닭가슴살과 바나나를 챙기고 운동 장비를 챙긴다. 블랙마카 2알, 오메가3 2알, 종합비타민 1알, 루테인 1알, 마그네슘 1알과 프로바이오틱스 1봉을 물과 함께 삼킨다. 8시가 조금 넘어 집을 ..

Diary 2022.08.02

월요일 밤의 개꿈

요새 먹는 거 없이 운동을 계속해서 몸이 허해져서 그런가, 개꿈을 자꾸 꾼다. 이번 꿈은 자세한 맥락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직접 굿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굿을 하려고 하는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지연이 된다. 이 방 저 방 옮겨가며 쉽지 않았다. 무당들이 입은 오색찬란한 옷까지 입고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굿을 시작하기 전 긴장된 상태에서 꿈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반. 잠에 든지 불과 2시간도 채 안 되었던 때였다. 화장실을 다녀오는 길에 괜히 꺼림직한 기분이 들어 동선마다 불을 환하게 켜면서 움직였다. 낮에도 이미 충분히 힘든데, 밤에는 좀 편했으면 좋겠다.

Diary 2022.08.02

한우사골

아빠는 인대 봉합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퇴원했다. 6주 정도 깁스를 유지해야 하고, 그 동안 손가락을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외부 활동이 불가능해져서 아빠는 요새 열심히 독서를 하고 TV로 골프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꾸준히 독서를 하는 아빠가 참 대단하다. 가끔 아빠 서재에 들려 아빠가 요새 무슨 책을 읽나 넌지시 보면, 교육에 관한 것들이나 리더십에 관한 것들, 그 밖에 다양한 교양에 관한 폭넓은 내용들을 두루 읽는 것 같다. 아빠를 위해서 금요일 저녁 집에 돌아오는 길에 큰길가에 있는 정육점에 들렀다. 한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정육점이었다. 생각해보니, 혼자서 정육점에 들린 적이 있었던가 싶다. 뭐 아주 어렸을 때야 엄마 심부름으로 들렸을 수도 있겠다만, 머리가 크고 나서 자의로 정육점에..

Diary 2022.08.01

두 번째 탈색에 도전하다.

충격과 공포의 파란 물들임 이후 4주가 지났다. 일반 염색이 아닌 매니큐어로 진행해서 푸른 빛깔이 그래도 꽤나 오래 머물러 있었는데, 확실히 3주차에 들어서니 하늘색을 넘어서 기존 탈색모와 색이 섞여 청록색 빛깔을 띠는 경지에 이르렀다. 만으로 딱 4주를 채우는 날을 기다려 두 번째 탈색과 염색을 결행했다. 처음 파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1주일 동안은 정말이지 머리를 감을 때마다 파란 색소가 쏟아져 나와서 놀랐다. 샴푸 거품까지 파랗게 물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2주차가 지나고 나니까 샤워 때 파란 물이 나오는 현상은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3주차 때 우천 라이딩을 하고 나니 하늘색 물방울이 머리카락 끝자락에 몽글몽글 맺히는 것은 여전하다. 진기한 경험이다. 원래는 붉은 색 계열의 색에 도전하려고 했..

Diary 2022.08.01

동네 마트의 폐업

내가 사는 아파트 뒤편으로는 언덕이 있다. 언덕을 중심으로 빌라가 밀집되어 있고, 조그마한 상권이 형성되어 있다. 정확하게 사고해보자면 아파트의 서쪽으로 언덕이 있고 동쪽으로는 평지 그리고 그 위의 다른 아파트 대단지가 있는 것인데, 은연 중에 뒤편이라고 사고하는 것 같다.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는 게 이런 걸까? 애니웨이, 언덕 위에는 마트가 하나 있다. 원마트. 원마트는 우리 가족이 이 집으로 처음 이사 오기 전부터 그 언덕에 있었다. 어렸을 때는 엄마 심부름으로 식재료를 사러 자주 들렀다. 성인이 된 후에도 담배를 사러, 맥주를 사러, 주전부리를 사러, 아이스크림을 사러 자주 들렀다. 물론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평지에 있는 편의점을 썼지만, 가끔씩 주말 같은 때에는 소소하게 이용을 자주 했..

Diary 2022.08.01

일요일 밤의 개꿈

오늘 아침에 비가 올 것만 같아서 5시 반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밖을 보고 비가 오고 있거나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상황이면 대충 준비해서 헬스장으로 가서 공복 유산소를 하고, 자전거를 탈 만한 상황이라면 1시간 반 정도 더 잠을 청하고 자전거로 출근할 요량이었다. 물론 밖은 보슬비가 오고 있었는데, 잠만 더 청했다. 게으르구나, 엄히 꾸짖을 갈(喝)! 다섯시 반에 잠깐 일어났을 때, 꾸었던 꿈이 하도 기묘해서 비몽사몽 간에 간단히 핸드폰으로 메모를 해두었다. 그나마도 지금 시점에서는 반 정도도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더듬어 돌이켜 보자면, 로스쿨에 재입학하는 꿈이었다. 와... 이미 3년을 그 개고생을 해 가면서 공부를 했는데, 재입학이라고? 꿈에서 나는 로스쿨 3학년 2학기 정도를 다..

Diary 2022.08.01

왜 양말은 왼쪽만 젖을까

장대비가 내리는 날 말고,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 거리를 거닐다보면 금세 왼쪽 양말이 젖는다. 오늘 출근길도 그랬다. 집에서 나와 걸은지 200m도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왼쪽 양말이 축축한 것이, 밑창에 구녕이라도 뚫렸나 싶다. 단화라 그런가 물이 뽀송뽀송 엠보싱마냥 아주 쏙쏙 흡수된다. 하기스 골드 매직 팬티마냥 흡수력이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다. 신기하게도 오른쪽 양말은 전혀 젖지 않았다. 부드러운 순면의 감촉 그대로 내 발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왼쪽은 진창, 오른쪽은 오솔길. 왼쪽은 늪, 오른쪽은 신작로. 왼쪽은 뻘, 오른쪽은 모래사장이다. 내가 왼손잡이이자 왼발잡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걷다 보면 왼쪽으로 힘과 무게가 많이 쏠려 신발이 물을 흡수하기 수월한 걸음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Diary 2022.08.01

LG 오브제 컬렉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와 나의 피눈물

복지라고는 모기 눈물만큼도 없는 우리 회사에 유일하게 있는 복지라고 치자면 LG 계열사 제품 구매 시 연간 일정 한도 범위 내에서 금액 지원을 해준다는 것. LG전자 제품의 경우 구매 가격의 15%를 지원해주는데, 정가를 기준으로 금액 지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큰 할인폭은 아니다. 그래도 이거라도 지원해주는 게 어디겠는가. 제품 구매 할인 한도는 매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리셋된다. 나는 작년 7월 중순에 헬쥐에 입사해서 작년에는 한도를 적용받지 못했고, 올해 7월 1일이 지나고 나서야 한도를 부여 받았다. 가족에게 의기양양하게 필요한 전자제품 있으면 말하라고, 아들이 15% 할인된 금액에 사준다고 한껏 배짱을 부렸고, 엄마는 십년이 넘게 쓴 오래된 청소기를 바꾸고 싶어하셨다. 그래서 시원하게..

Diary 2022.08.01

할머니의 기억

어렸을 때 할머니가 나와 동생을 키워주셨다. 아빠와 엄마는 부부교사로 맞벌이를 해서, 낮 시간 동안 나와 동생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올라오셨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인천에서부터 함께 살았던 것 같다. 물론 그 시절의 기억은 이제는 거의 없다. 네 살까지 인천 부평에 살았다. 그때 할머니와 낮에 밖으로 나갔다가 할머니가 가나 초콜릿을 사주셨는데, 들고 가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내 기억엔 포장지가 온전히 씌워져 있었는데, 할머니는 먼지가 묻었다고 먹지 말라고 하신 기억이 난다. 그보다 더 어릴 적에는 논두렁에서 동네 형들이랑 놀다가 도랑에 빠지고 그걸 못 본 형들이 나를 그냥 두고 가버린 일이 있다고 한다. 엄마와 아빠와 할머니는 내가 ..

Diary 202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