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차를 출고하고 본격적으로 차를 몰고 다니기 전에, 엄마를 가장 먼저 차에 태워드리고 싶었다. 마침 다음 날에 엄마가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놀러간다고 한다. 집에서 용산역까지 모셔다드리겠다고 하고 엄마와 함께 출발했다.
출발 전에 네비게이션 어플로 예상 소요 시간을 체크하고 15분 정도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림은 엄마랑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오손도손 나누면서 편안하게 잘 모셔다드리는 것이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우선 엄마는 본인이 자주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경로로 차량 네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하자 과도한 불안함을 표출했다. 집에서 강북으로 갈 때 엄마는 주로 영등포 로터리 쪽으로 빠지는 길이나 당산 근처를 경유해서 가는 길을 택하는데, 네비게이션은 염창역으로 가서 공항대로를 타고 바로 노들길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했다.
그리고 엄마는 티맵 어플을 통해 길을 확인하는데, 차량에 내장된 네비게이션이 영 못미더웠나 보다. 특히 실시간 교통 흐름을 반영해 예상 도착 시간이 수시로 변동하는데(그래봤자 1~2분 범위 내이다), 차량 정체 때문에 조금씩 예상 도착 시간이 늦어지니까 발을 동동 굴렀다.
처음에는 염창역에 내려주면 9호선을 타고 가겠다고 하더니, 내가 설득해서 조금 더 가서는 대방역에 내려주면 1호선을 타면 바로 용산역이니 내려달라고 했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좋은 말로 '지금 중간에 내리면 지하철을 타고 내리고 하느라 시간이 더 소요되어서 기차를 놓칠 위험이 더 커 보인다. 기차 출발 전까지 충분히 용산역에 도착할 수 있고, 만약에라도 안 된 다면 서울역으로 가서 다른 기차편을 알아보면 되니, 이대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잘 달랬지만, 옆자리에 앉은 엄마의 불안증세는 점점 더 annoying해져 간다.
결국 참다 참다 못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소리친 것을 지금은 후회한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때의 나는 미쳐버릴 것 같이 짜증이 났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인데, 너무 과도한 불안과 염려를 표출하는 그 태도가 너무 나의 화를 돋구었다. 즉, '비례'의 문제다. 작은 일에는 작은 걱정을, 큰 일에는 큰 걱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15분이라는 여유 버퍼를 마련해두고 서울의 정체 구간 도로를 지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작은 일이었다.
결국 예상했던 대로, 기차 출발 15분 전에 여유 있게 용산역에 도착했다.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지만, 나도 과히 잘한 것은 없지만, 엄마의 조급증과 불안증과 나의 부족한 인내력이 만나 환장의 콜라보가 완성된 셈이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던 첫 드라이브는 이렇게 조져졌다.
30을 넘긴 나이임에도 엄마와의 관계는 참 어렵다. 불완전한 인격의 소유자들이 벌이는 2인 3각 같은 것이다. 과연 엄마와의 두 달 간의 남미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