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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168

어린 시절의 기억 (3)

고3 때 매주 수요일마다 가는 영어학원이 있었다. 목동 2단지와 5단지 사이에 파리공원을 접한 오피스텔 구역이 있는데, 여기가 또 꽤나 발달한 학원가였다. 학원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이 학원을 다니느라 수요일 오후에는 야자를 뺄 수 있었다. 집에서 학원까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는데 (지금이야 배달 겸해서 자전거로 5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엄마가 학원까지 항상 태워주고 데려왔다. 그 학원이 있는 오피스텔 1층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류의 마트가 있었다. 엄마는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오면서, 그 마트에서 소포장한 참치회 10피스를 샀다. 참치회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산 것이다. 9시에 학원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참치회를 먹고 나머지 공부를 좀 더 하다가 잠을 청하곤 했다. 나는 ..

Diary 2022.08.16

어린 시절의 기억 (2)

배달을 하다 중학교 근처를 지나면서 옛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내 휴대폰이 생겼다. 지금이야 초등학생 어린 아이들도 휴대폰을 하나씩 꼭 갖고 다니지만, 나때는 휴대폰이 지금처럼 보급되기 전이었고(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늙은이 같다), 같은 반에도 휴대폰이 없는 친구가 있는 친구보다 더 많던 시절이었다. 누구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 전까지는 완강히 반대하던 아빠가 중3 여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급작스럽게 핸드폰을 사주겠다고 했다. 최신형, 고급형 모델은 아니었지만 꽤 만족스러운 모델이었다. 32화음 벨소리에(?) 16만 화소 카메라까지 달려 있는 폰이었다. 하지만, 핸드폰의 본질은 결국 '폰'에 있었다. 중3 짜리 남학생이, 그것도 남중에 다니는..

Diary 2022.08.16

어린 시절의 기억 (1)

배민커넥트를 하며 동네를 이리저리 자전거로 헤집고 다니다 보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잊고 있었던, 기억 저 편에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미 십수년도 더 지난 오래된 일들이라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완전히 잊고 살다가도 그 기억이 서려있는 장소를 지나칠 때면 갑자기 머리 뒤편이 저릿하면서 그 공간과 시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경험할 때마다 참 신기하다. 나는 어렸을 때 강서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지내다 4학년이 되면서 목동으로 이사를 왔다. 목동초등학교로 배정 받았는데, 오목교역 근처의 아파트에서 학교까지는 지하철 역사를 통과하여 작은 골목길을 내질러 걷는 5분 정도 거리의 길이었다. 배달을 하다가 그 골목길을 지날 일이 있었다. 어렸..

Diary 2022.08.16

기록적인 폭우, 그리고 Gig Working

지난 주, 서울엔 정말 너무나 많은 비가 내렸다. 115년만의 폭우란다. 다행히 월요일 나는 무사히 퇴근했지만, 강남과 신림 등 많은 지역이 침수가 되고 난리도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올라오는 짤들을 보며 웃긴 것들도 있었지만, "Is it real?"을 연발하게 되는 장면도 많았다. 다행히, 내가 사는 동네는 침수 사태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전 2011년 기록적인 폭우 때 오세훈이 배수능력을 확충할 계획을 세웠는데, 무상급식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나면서 프로젝트가 대부분 중단되었으나 다행히 우리 동네만 완료가 되었던 덕이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양천구는 장마철만 되면 상습적으로 천이 범람하고 침수가 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화요일 점심에 윗선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로 전환하라는 지..

Diary 2022.08.16

Three Consecutive Alcoholic Nights

7월에 살이 너무 잘 빠져서 미리 8월에 약속을 잡아 놓았었다. 6월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였으니, 벌써 다이어트를 진행한지도 2달이 지난 셈. 앞으로 약 2달 반 정도 다이어트를 더 진행해야 되서, 중간에 잠깐 쉬어가는 의미도 있고 그러려니 합리화를 해 본다. 3일 동안 참 많이도 마셨고, 많이도 썼다. 3일 모두 각각의 의미가 있는 시간들이었고,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하루키의 1Q84의 도입부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아오마메가 고속도로 방음벽 사이로 난 간이 출입문을 지나오면서 세계가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는 것. 그 문을 들어서기 전에 세계에는 달이 1개였는데, 그 문을 지나고 난 후로는 달이 2개가 되었다. 어떤 사소한 경험, 계기라도 그것을 거침으로써 우리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Diary 2022.08.08

과음을 후회하다

목요일에 후암동에서 친구들과 꽤나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1차로 일품진로를 언더락으로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서 맥주 1,000cc, 3차로 호프에서 다시 맥주 2병인가 3병을 마셨다. 돌이켜보면 평소 마시는 양에 비해 그렇게 엄청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데, 다음날 일어났을 때 몸이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총 4번 정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몸에 확 열이 오르는데, 그 열이 얼굴로 집중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 시야가 완전히 나가버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정신을 잃는다. 서 있다면 그대로 고꾸라진다. 이럴 때는 바로 누워야 한다. 재빨리 눕지 못하면 몇 초 후 식은땀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배뇨 실신증이라는 증상이 소개된다. 배뇨든 ..

Diary 2022.08.08

인생 첫 레코딩 도전!!! (3)

지난 주에는 레코딩에 이어 영상 촬영을 했다. 광명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는데, 교통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인데도 서부간선도로는 너무 막혔다. 그래도 영상을 찍는 것이니 최소한의 꾸밈은 필요해서 먼저 미용실에 들러 드라이를 받았다. 나는 머리 손질을 정말 할 줄 모르는데, 평소에도 머리에 거의 아무것도 바르지도 않고 드라이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냥 생긴대로 살자는 주의. 가끔 이렇게 드라이를 받으면, 1.5배 정도 잘 생겨 보여서 기분이 좋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지난 번 레코딩 때 함께 했던 음향 엔지니어 분과 사장님 두 분이 계셨다. 채광이 좋은 스튜디오였는데, 널찍한 공간에 크게 과하지 않은 단정한 인테리어 구성이었다. 패브릭 소파가 조금 낮아서 쿠션을 덧대어 키를 맞추었다. 촬영은 총 8 차례 ..

Diary 2022.08.08

장례식을 다녀와서

어제 퇴근길에 급작스럽게 부고를 전달 받았다. 로스쿨 때 꽤나 친하게 지냈던 동생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 방문이야 당연히 하는 건데, 일정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유산소 겸하여 저녁에 배달을 할려고 했는데, 내일은 또 친구들과 약속이 있고, 모레 아침에 발인이니까, 들릴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오늘 밤이 유일하다. 일정을 이리저리 고민하던 차에, 저녁 11시부터 조문객을 받는다고 하여 배달을 뛰고 씻고 오트밀과 닭가슴살을 먹은 후 옷을 챙겨 입고 장례식장으로 가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숨을 헉헉대며 언덕을 오르내리고, 땀에 절은 채로 골목길을 누빈다. 세상 사람들은 내가 변호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하겠지? 장발의 진녹색 머리를 흩날리며 페달을 밟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변호사를 상상하기란 쉽지..

Diary 2022.08.04

배달을 뛰며

커팅이 한창인 여름이다. 요새는 꾸준히 하루에 순수 체지방으로 100g씩 빠지고 있다.평균적으로 하루에 섭취하는 총 열량이 약 1,500Kcal 정도이고, 하루에 소모하는 총 열량은 기초대사량과 활동대사량을 합쳐 최소한 2,500Kcal은 넘을테니 산술적으로도 타당한 수치이다. 활동대사량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참 아쉽다. 아무리 운동 어플로 기록을 하고 추적을 해도, 근사치에 불과해서 구체적인 수치를 알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활동대사량이 적다는 정도의 체감만 가져갈 뿐이다. 유산소 운동을 겸하여 주에 1 ~ 2회 정도 자전거로 배달을 한다. 헬스장에서 스텝퍼를 타거나 트레드밀에 경사를 설정해두고 걷는 것에 비해서 단위시간당 칼로리 소모량은 부족하지만, 체지방도 태우고 적은 돈이..

Diary 2022.08.04

트레이너 쌤의 멋진 인생

지금 PT를 받고 있는 트레이너 쌤과의 인연은 2020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 앞에 아주 낡고 허름한 헬스장이 있다. 비록 건물과 설비는 낡았지만, 제법 규모 있는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는 큰 헬스장이다. 당시 나는 로펌 소속으로 다른 대기업에 파견을 나가 있는 상태였는데, 때마침 코로나가 창궐하여 파견처에서 전원 재택을 명하였다. 실제로 회사로 출근하는 날은 2주에 한 번 꼴이었고, 길고 긴 재택이 시작된 것이다. 안 그래도 파견만으로도 워라밸이 좋아졌는데, 재택근무까지 더 해지니 정말 워라밸이 아주 좋아졌다. 이 늘어난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할까 하다가, 그 전해에 바디프로필을 찍고 상당 기간 방치해서(잦은 음주와 운동 부족) 망가진 몸과 몸매를 회복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그렇게 지금 트..

Diary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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