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두 번째 탈색에 도전하다.

무소의뿔 2022. 8. 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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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의 파란 물들임 이후 4주가 지났다. 일반 염색이 아닌 매니큐어로 진행해서 푸른 빛깔이 그래도 꽤나 오래 머물러 있었는데, 확실히 3주차에 들어서니 하늘색을 넘어서 기존 탈색모와 색이 섞여 청록색 빛깔을 띠는 경지에 이르렀다. 만으로 딱 4주를 채우는 날을 기다려 두 번째 탈색과 염색을 결행했다.

처음 파랗게 머리를 물들이고 1주일 동안은 정말이지 머리를 감을 때마다 파란 색소가 쏟아져 나와서 놀랐다. 샴푸 거품까지 파랗게 물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2주차가 지나고 나니까 샤워 때 파란 물이 나오는 현상은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3주차 때 우천 라이딩을 하고 나니 하늘색 물방울이 머리카락 끝자락에 몽글몽글 맺히는 것은 여전하다. 진기한 경험이다.

원래는 붉은 색 계열의 색에 도전하려고 했다. 붉게 물들이고 이번처럼 색이 조금씩 빠지면서 핑크색으로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구상이었다. 색을 더 선명하게 입히기 위해 탈색을 1회 추가로 진행한 후 염색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의 벽은 높았다.

디자이너의 설명은 첫째, 붉은 색으로 염색을 할 경우 색소가 잘 안 빠져서 추후에 다른 색으로 덧입히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한 나의 반문은 탈색으로 염색 색깔을 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는데, 디자이너는 우문에 현답으로 응수한다. 탈색이 이미 많이 진행된 모발이라 추가 탈색이 이루어질 경우 모발 자체가 끊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훌륭한 디자이너답게 단순한 분석과 진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안(Alternative)까지 친절하게 제시해 준다. 이번에는 매트한 초록색 계열로 가고, 차회나 차차회 때 붉은 색에 도전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매트(?)한 색감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염색 모발 표를 보고 흔쾌히 초록색, 아니 카키색에 도전했다.

결과는 대성공, 대만족이다. 파란색이 주는 이질감과는 다른 어떤 차분한 느낌과 안정감을 준다. 파란색이 너무 쨍해서 어디에서나 시선을 끌었다면, 카키색은 마치 보호색과도 같이 보인다. 패딩으로 치면 유광 노스페이스에서 무광 노스페이스로 갈아탄 셈이랄까.

머리를 감아보니 파란색만큼 물이 빠지지도 않는다. 8월은 카키색과 함께 즐거운 모발모발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다시 4주가 되는 8월 26일에 무슨 색으로 다시 염색을 할지 한동안 또 즐겁게 고민해 보아야겠다.

2차 염색 전 청록색 빛이 도는 머리카락
사진으로는 초록 빛깔 느낌이 잘 안 느껴지는데, 실제로 보면 약간 단데기 색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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