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21. 12.의 일기

무소의뿔 2022. 1. 2. 17:17

나는 바다 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요새 말로 '바다멍'이라고 해야 할까,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보면서 파도 소리 들으면서 커피를 마시면 참 마음이 평화롭고 차분해지는 것이 좋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한 해의 처음 태양을 품은 바다를 보는 것. 수평선을 수직으로 뚫고 말갛게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희망과 감동이 벅차오르는 기분이다.

금요일 저녁 버스로 속초로 향했다. 속초터미널에 도착해서 술을 사고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술상을 세팅하니 11시 반이었다.

2021년의 마지막 술상. 화요토닉에 모둠회.
편의점에서 혹시 몰라 산 얼음컵이 우리의 언더락 잔이 되어버렸다.

함께 간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눈다. 힘들었던 이야기, 앞으로도 힘들 이야기. 요 근래 즐거움이랄께 없는 삶이었다. 나도 힘들고 친구도 힘들고 우리 모두 힘들다. 그 힘든 터널의 끝을 빠져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 삶이란 원래 그렇게 계속되는 거니까 말이다.

2022년의 첫 해. 해송 사이로 빼꼼 고개를 수줍게 내밀고 있다.

그래도 아침에 다행히 잘 일어나서 해돋이를 볼 수 있었다. 작년에도 그렇고 코로나 때문에 해안에 접근을 못하게 해서, 먼 발치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하다. 아무 것도 걸릴 거 없는 바다 저 끝에서 떠오르는 해가 아니라도 좋다. 나무 사이로 간신히 봐야한다고 하더라도 상관 없다. 해가 떠오른다는 사실 그것이 중요하다. 희망이 항상 반드시 명징한 형태로 다가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기에 희망이 있다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버틸 힘이 된다.

그렇게 나는 이겨낼 것이다, 나아갈 것이다, 버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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