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500일의 썸머

무소의뿔 2024. 5. 7. 15:45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았다. 이제는 고전(?)이라고 불러야 될 법한 2009년 작품이다. 인셉션에서 열연을 펼쳤던 조셉 고든 래빗의 찌질남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주인공 썸머 역을 맡은 조이 데이셔넬은 익숙한 얼굴은 아니었는지만,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톰과 썸머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사랑, 참 어렵다. 톰은 썸머에게 강렬한 이끌림을 느끼고 썸머를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한다. 톰의 입장에서는 썸머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것. 하지만, 썸머의 감정은 그보다는 다소 부족하다. 톰에게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지만, 관계를 명확히 정의내리고 싶어하지 않고, 그냥 지금의 즐거운 순간을 즐기고 싶어한다.

톰은 썸머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썸머는 이에 대해 소극적이다. 그 과정에서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썸머는 운명적인 만남을 경험하고 초스피드로 그 상대와 결혼을 한다. (참고로 썸머의 남편될 사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톰은 처음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였지만 썸머를 결국 놓아주었고, '가을'이를 만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감정이란 무엇일까, 연애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질문을 남기는 영화이다. 어떠한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참 어렵고, 그 관계의 틀 안에서 player들의 온도가 딱 맞아떨어지기는 더욱 어렵다. 한 쪽이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반드시 그러하다는 보장은 없다. 사랑의 온도가 맞다는 것 혹은 맞춰갈 수 있다는 것은 단지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어렵고, 그 결과는 아프다. 특히 요새와 같이 운명적, 낭만적 사랑에 대한 믿음이 해체되는 때에는 사랑 그 자체가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고뇌를 남긴다. 쿨한 영화이지만, 사랑과 영화에 임하는 보통의 남자들에게는 꽤나 물음표를 던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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