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더 퍼스트 슬램덩크

무소의뿔 2023. 1. 28. 18:19

주변에서 추천이 많이 들어와서 주말에 킬링 타임할 겸 영화관을 찾았다. 슬램덩크 만화를 안 본 남자가 과연 있을까? 피끓는 청춘의 넘쳐흐르는 혈기와 도전, 꿈 그리고 좌절과 인내를 잘 녹여낸 스포츠 성장 드라마를 보고 전율을 느끼지 않은 사내가 있을까 싶다. 나는 10대 때는 만화책에 큰 흥미가 없었지만, 20대 초반에 슬램덩크를 정주행한 적이 있다. 더 퍼스트 슬랭덩크를 보며 그때의 감동과 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극의 배경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을 위해 송태섭의 성장 배경 설명이 필요했지만, 나는 가족사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집중하지 못했다. 슬램덩크 세계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건 과잉된 의미의 전달일 뿐이다. 산왕공고와의 승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북산의 마지막 도전이자 넘을 수 없는 시련을 넘어서야만 하는 그 절박함 속에서 인물들의 처절한 마음가짐이 잘 느껴진다.

어찌보면 정말로 소년만화 그 자체이다. 이미 충분히 몸과 마음이 늙어버린 나 같은 사람이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쟁취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겠으며, 그렇게 할 용기와 열정이 있겠는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꿈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사쿠라기의 명대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뛴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습니까? 나는 지금입니다." 지금을 살아야 한다는 '카르페디엠'의 가르침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인물은 강백호이다. 지금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그 각오와 마음가짐이 참 부러웠다.

정대만은 또 어떠한가. 체력이 다 고갈되어서 팔을 올릴 힘조차도 없는 상황에서도 승리를 향한 집념 하나만으로 경기를 계속한다. 아니, 승과 패는 이미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경기를 하다가 죽어도 좋다는 마음, 경기에 모든 것을 투신하는 마음, 그리고 그로써 자신의 모토를 실천해나가는 그 모습은 실존주의적 몸부림의 극치이다. "나는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패배를 모르는 산왕공고의 에이스 정우성의 마음에도 공감이 간다. 신사에 가서 자기는 이제 고등학교 농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경험했다고,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맞이한 충격적 패배. 정우성은 결국 눈물을 터뜨린다. 산왕공고 감독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지금의 경험이 너희를 더 성장시킬 것이라고. 그렇다. 경기는 승과 패로 끝이 나지만, 삶은 계속된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 꺾인다고 하더라도, 삶은 계속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이다.

슬램덩크를 보면서, 조금은 안일하고 나태해진 내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꿈이 있는가? 꿈을 위해 열정을 다할 자신이 있는가? 현실의 안락함에 안주하고 나태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내 자신을 채찍질할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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