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어느 개 같은 날의 오후

무소의뿔 2025. 4. 22. 23:59

서럽다.

부상으로 반년 쉬기는 했지만, 그래도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해 온 시간이 있는데, 골프는 정말 더럽게 안 된다. 다 합치면 1년은 연습을 한 셈인데 왜 아직도 만족스러운 샷이 나오지 않을까? 프로가 하라고 한 스트레칭, 동작 열심히 지켜서 스윙하려고 하는데, 그 놈의 헤드업은 진짜 도저히 잡히질 않는다. 이게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게 맞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다. 거의 주에 5~6시간은 골프 연습에 할애하는데, 생업이 있는 사람치고 이 정도면 꽤 많이 할애하는 것 같은데, 뭐 밥 먹고 골프 연습만 해야 하나?

7번 아이언으로 100m, 드라이버로 120m도 나오지 않는다. 방향은 죄다 슬라이스다. 임팩트 때 헤드가 열리고, 헤드업이 있다고 한다. 커핑도 있고, 상하체 분리도 안 된단다. 아니 내 몸이 그래 생겨 먹은 걸 어떡하나. 골프를 위해 요가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내 인생을 골프에 투신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골프를 잘 치게 되면 무슨 효용이 있지 내 삶에? 연습할 때마다 스크린을 아이언으로 빻아 부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른다. 친구가 기계 한 대당 못 해도 수천 만원은 할 거라고 귀띔해준 덕분이다.

결심했다. 딱 깔끔하게 1년 연습하고,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내년 봄 라운딩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골프는 완전히 접는다. 골프를 하게 된 이유 중에 부모님과의 친선 라운드도 컷다. 부모님과 함께 필드를 돌며, 효자 노릇 좀 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이걸 계속하다가는 내 스스로 정신이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프로는 자세를 엄청 강조하는데, 자세 잡다가 비거리가 박살이다. 예전에는 아이언으로 130m, 드라이버로 170m는 나왔다. 그렇다고 지금 자세가 뭐 완벽하냐, 그것도 아니다. 부아가 치밀고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다.

딱 1년이다. 1년 하고 안 되면, 중고나라에 팔지도 않을거다. 채는 산업용 그라인더로 완전히 갈아 없애 버릴 거다. 어페럴은 휘발유 부어서 모조리 불태워 없애 버릴 거다.

화난다.

1Km부터 시작해서 한 번 달리기 할 때마다 100m씩 늘려서, 오늘은 5.6km를 뛰고 왔다. 대단한 러너는 아니지만, 그래도 20대 후반부터 러닝에 할애한 시간이 꽤 된다. 그럼에도, 왜, 여전히 조금만 무리하면, 인대가 아파올까? 아픈 부위도 다채롭다. 무릎의 왼쪽, 오른쪽, 정강이 쪽, 무릎 전반 등 방사통이 여기저기 펼쳐진다.

자세가 잘못 되었나? 러닝화가 닳아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선천적으로 타고나길 인대와 건이 형편 없이 태어난 것인가? 아니 무슨 실력이 붙고 성장하는 맛이 있어야지, 이렇게 인대가 아파서야 어떻게 더 멀리, 더 빨리 달리는 훈련을 하겠는가? 너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살이 붙어서 그런가? 부상으로 헬스를 쉬어서 근육이 빠져서 그런가?

다음 주 즈음에 아버지와 함께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만 10번을 넘게 한, 러닝으로는 잔뼈가 굵은 분이다. 아버지와 같이 뛰면서, 자세에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도대체 뭐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망치로 내 무릎을 부수고 싶은 심정이다. 10km 정도는 산보 걷듯이 가볍게 달릴 수 있는 그런 체력과 몸을 갖고 싶다.

그런 몸이 될 수 없다면, 정말 불가능한 거라면, 앞으로 내 인생에 러닝은 없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6개월 간의 보컬 레슨을 마치며  (3) 2025.05.24
8년만의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후기  (3) 2025.04.20
스도쿠 스프링북  (1) 2025.04.19
아버지의 은퇴  (0) 2025.03.03
2024년을 돌아보며  (3) 202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