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98

베테랑 2

넷플릭스에 떴길래 정주행했는데, 나오지 말았어야 할 괴작이었다... 전개는 탁탁 끊기고, 반전은 약했다. 이미 해치가 누구인지 관객들에게 다 까고 시작하는데, 스포를 하고 영화를 할 거면 좀 더 화려한 한 방이 있어야 했다. 다소 플롯의 힘이 아쉬웠다.정해인이 왜 해치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없다. 그렇다면 해치가 한층 더 매력적으로 그려졌어야 했다.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보적 악역을 그려내지 못했다. 황정민의 생활연기 아닌 생활연기도 이번 영화와는 다소 결이 아쉬었다.가장 큰 문제는 소재 자체가 전작에 비해 너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조태오라는 불세출의 악역 캐릭터와 소시민적 정의를 구현하는 형사 캐릭터의 대립 구도를 벗어난 것은 오히려 패착이다. 정의의 실현으로서의 사적 제..

Cinema 2025.02.08

하얼빈

1월에 극장에서 본 현빈 주연의 영화. 김훈의 하얼빈 원작 소설은 이미 한참 전에 읽었었는데, 김훈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한 마음에 극장을 찾았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안중근 역의 현빈, 유재명, 박정민, 조우진, 이동욱, 그리고 정우성까지. 1900년대 풍의 칙칙한 의상을 뚫고 나오는 현빈의 미모란 정말...소설과 다른 부분도 꽤 많았다. 내 기억에는 소설에 폭약을 구하기 위해 만주의 마적단을 찾아가는 장면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소설에서는 안중근의 시점과 이토 히로부미의 시점에서 서사가 교차 전개되면서 하얼빈 의거라는 하나의 사건을 향해 수렴해 가는 작중 인물들의 내적 에너지의 폭발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이토 히로부미는 완전히 극의 외부적 ..

Cinema 2025.02.08

무파사: 라이온 킹

작년 12월 극장에서 '무파사 라이온 킹'을 봤다. 2019년에 라이온 킹을 3D로 너무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극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4DX로 봤는데, 3D처럼 입체감이 있지는 않지만 화면도 크고(좌우의 벽까지 모두 스크린이 된다), 의자도 흔들리고, 바람도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4DX를 처음 경험해 보는 터라 몹시 재밌었다.하지만 영상과 연출의 수려함에 비해 스토리는 다소 아쉬웠다. 심바의 아버지인 무파사의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기존 원작과의 설정도 일부 붕괴되었다. 원작에서는 스카가 무파사의 친동생인 것처럼 나오는데, 무파사 라이온 킹에서는 그 복잡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하지만 개연성이 다소 아쉽다. 스카 입장에서는 무파사를 두 번이나 구해줬는데, 심지어 무파사를 위해 싸우다가 ..

Cinema 2025.02.08

2025 대만 여행 [Day.2]

대만 여행 2일차로는 그 유명한 예스폭진지 버스 투어를 예매해 두었다. 예스폭진지는 예류 지질공원, 스펀 마을, 스펀 폭포, 진과지, 지우펀 다섯 명소를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이미 2016년에 다녀온 곳들이지만, 거의 10년 만이니 가 볼만 하다. 사실 너무 오래되서 기억도 잘 안 난다.대만도 설 연휴라서 예류 지질공원까지 가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그래도 날씨만큼은 죽여준다. 9년 전에는 날이 꽤나 흐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날이 맑으니 태평양과 지질공원의 풍경이 잘 어우러진다. 해풍에 침식된 독특한 형상의 석괴들이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시간 여유가 넉넉히 있었다면 저 송전탑까지 다녀오고 싶었는데 말이다. 사실 어느 정도 가다가 복귀 시간이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바다가 ..

Travel/Overseas 2025.02.08

2025 대만 여행 [Day.1]

길고 긴 설 연휴를 맞이해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나섰다. 대만은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타이베이를 벗어나 새로운 도시를 여행해보고자 세 번째 대만행을 선택했다. 처음은 2016년 가족 여행으로 다녀왔고, 두 번째는 2020년 회사 워크샵으로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대만은 항상 1~2월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도 2025년 1월이다. 대만에 머무는 동안 한국은 폭설이 내려서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대만에서 참 따듯하게 잘 지냈다.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오면 추첨을 먼저 할 수 있다. 운이 좋다면 당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큰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다.원래 복권은 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아이패드로 하니까 다소 맛이 좀 떨어지긴 한다. 어차피 꽝이라 뭐 상관은 없다.타오위안 공항..

Travel/Overseas 2025.02.08

[BAC 100대 명산] [012] 천안 광덕산 2025. 1. 26. 일

승봉도 사태 이후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12월부터 러닝을 꾸준히 했는데, 조금 더 고강도의 운동을 해도 되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부상으로 반년 정도 쉬었던 100대 명산 프로젝트를 재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선택은 천안의 광덕산이다.차로 2시간을 달려서 광덕산 입구에 도착했다. 순대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등산을 시작해본다. 광덕사 주차장에서 광덕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고 또 최단 코스이기도 하다. 정상을 오르고 나서는 장군바위를 경유해서 하산하는 코스도 있기는 하지만, 오랜 공백으로 체력이 많이 약해진터라 등산 코스 그대로 하산하는 루트로 결정하였다. 다행히 날이 따듯해서 아이젠은 필요 없었다.광덕사는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절이었다. 건물도 많고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 ..

피터 린치 -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하워드 막스의 책과 함께 12월에 읽었던 투자서적이다. 막스의 책이 전체적인 숲에 관한 관점을 제공해 준다면, 피터 린치의 이 책은 좋은 나무를 고르는 보다 기술적이고 실천적인 지침서에 가깝다. 막스가 사이클에서의 포지션 전략을 통한 투자 성공 방식에 대한 깨우침을 준다면, 린치는 떡잎을 보고 될성 부른 나무가 될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두 책은 서로 모순되거나 대립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책을 함께 읽음으로써 거시적인 틀과 미시적인 세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사이클은 반복된다는 막스의 견해에는 동의하지만, 린치의 방법론이 20세기의 주식 투자법이라 하이퍼자본주의 사회이자 빅테크가 시장을 선도하는 2025년에도 타당한 방법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

Books 2025.01.13

하워드 막스 -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

2025년에는 투자 활동을 다시 시작해볼까 싶은 마음에 예전에 사둔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 보았다. 몇 년 전에 사서 아마 절반쯤 읽다가 말았던 책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도 신선한 가르침을 준다.핵심 논지는 몇 가지로 귀결되는데, 모든 시장에는 사이클이 있다는 것, 사이클은 반복된다는 것, 사이클 내에서 어떠한 포지션을 취하는지가 투자 성패를 가르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사이클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인간의 심리를 든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고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동물이라, 과도하게 염려하거나 과도하게 자신만만하게 된다는 것.투자의 실천적 지침서로서 기능하기보다는 투자 활동 전반에 걸쳐 취해야 할 자세를 점검하게 하는 교양서에 가깝다. 실증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거나 분석하면서 치밀하게..

Books 2025.01.13

2024년을 돌아보며

어느새 2024년이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이 모든 일들이 한 해 동안 일어났다는 게 실감이 되지 않을 만큼, 정말 많은 사건과 부침이 있었다. 커리어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건강 면에서도 정말 요동치는 한 해였다. 그 많은 일들을 겪고 나서도 지금 2024년을 마무리하는 순간에 나름의 평온을 되찾았다는 게 놀랍도록 감사하다.요새는 건강이 많이 좋아져서 가벼운 운동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정형외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들여, 당분간은 헬스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네다섯 번 정도 러닝을 할 수는 있다. 한 번 달릴 때마다 100m씩 더 달리면서 전체 러닝 거리를 늘려가고 있다. 겨울이라 밖이 꽤나 추워서 몸을 빠르게 따듯하게 데우려고 생각보다 꽤 빠르게 뛰고 ..

Diary 2024.12.30

한강 - 소년이 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드디어 읽었다. 한강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5.18.을 주제로 한 다른 매체 예술작품도 많기는 하지만,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문장의 힘을 매우 잘 사용하여 독특한 작품 경험을 선사한다.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를 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문장을 읽어내려가며 장면을 상상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폭력의 현장, 육체에 아로새겨진 폭력이 시대를, 세대를, 시간을 건너 어떻게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그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하며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가 말한 구조적 폭력, 악의 평범성과 같은 개념들을 상기해 본다..

Books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