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 매주 수요일마다 가는 영어학원이 있었다. 목동 2단지와 5단지 사이에 파리공원을 접한 오피스텔 구역이 있는데, 여기가 또 꽤나 발달한 학원가였다. 학원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이 학원을 다니느라 수요일 오후에는 야자를 뺄 수 있었다. 집에서 학원까지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는데 (지금이야 배달 겸해서 자전거로 5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엄마가 학원까지 항상 태워주고 데려왔다.
그 학원이 있는 오피스텔 1층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류의 마트가 있었다. 엄마는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오면서, 그 마트에서 소포장한 참치회 10피스를 샀다. 참치회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산 것이다. 9시에 학원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참치회를 먹고 나머지 공부를 좀 더 하다가 잠을 청하곤 했다.
나는 또 육포를 참 좋아했는데, 수능을 50여일 앞두고는 공부하면서 질겅질겅 씹어먹으라고 엄마가 육포를 대량으로 주문해 놓았다. 그러면 나는 사회탐구영역 과목 문제집을 읽거나 풀면서 육포를 뜯곤 했다.
나를 위해서 엄마는 많은 것들을 해주셨던 것 같다. 베푼 사람은 잘못이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잘못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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