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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번스 - '나'라는 착각

무소의뿔 2024. 7. 26. 15:50

평소에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오랜만에 과학 서적으로 뇌과학 책을 읽었다. 개인적인 감상평으로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견줄 만한 명저라 할 수 있겠다. 양서를 읽는다는 행위가 가져다 주는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는 익숙했던 현상을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 있다. 그레고리 번스는 '자아'라는 것이 얼마나 망상스러운 허구적 개념인지를 이 한 권의 책으로 완벽히 풀어낸다.

뇌과학 분야에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가 읽으면 기존의 파편적인 지식을 하나로 통합해내는 독서 경험이 될 수 있다. 평이한 언어로 어려운 주제를 잘 풀어내는 역량이 탁월하다. fMRI라는 이제는 어느 정도 친숙해진 방법론을 토대로, 자아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미신과 신성이 어떻게 형성되어 인격 안에 자리매김하는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합하는 이야기하는 자아, meme이 어떻게 '나'를 구성하는지,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허구적인 상상인지, 즉, 개인이 어떻게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지를 너무나 흥미롭게 잘 풀어낸다.

마지막 3부에서는 보다 실천적인 가르침도 전수해 준다. 자아가 구성되는 것이라면,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자아를 바꿀 수 있다는 어찌보면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뻔한 이야기이지만, 뇌과학이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은 그 자체로 신선함을 넘어서 충격적이다.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 100권보다 오히려 이 책 1권이 훨씬 낫다는 게 내 결론이다.

아주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독서를 해서 매우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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