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30]

무소의뿔 2023. 5. 14. 16:33

23. 5. 9. 화요일

아침 7시 반 정도에 일어났다. 어제 코파카바나 바다에 발만 담궜던게 몹시 아쉬웠어서 일어나자마자 바로 해변으로 나갔다. 아침이라 해변은 한산했다. 바닷가를 거니는 관광객 몇 명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내 키만큼 높이 치는 파도를 맞으며 대서양에서 해수욕을 즐겨본다. 날이 맑고 햇살이 따듯해서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은 날씨였다.

짧은 해수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조식을 먹고 오늘의 여정을 준비한다. 오늘은 코파카바나에서 20km 정도 떨어진 바하 다 티쥬카 해변으로 이동해서 벼르고 벼르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날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날씨가 안 좋아 스카이다이빙을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서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는 반드시 스카이다이빙을 하겠다고 이것저것 열심히 인터넷으로 찾아서 인스타그램으로 예약을 했다.

첫날 공항에서 호텔로 오는데 택시를 탔다가 요금 폭탄을 맞아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까도 생각했는데, 호텔 리셉션 분이 안전상 버스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이동수단을 찾다가 현지에서 널리 쓰이는 Uber 같은 앱인 '99'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량을 예약했다. 출퇴근 시간을 피하면 일반 택시 요금의 절반 가격에 이동이 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목적지를 잘못 지정하는 바람에 여러 대를 탔다 내렸다 했다. 나중에는 돈이 아까워서 오토바이를 불렀다.

오토바이를 타고 10km 정도를 달리는 길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여행에서 마주하는 우연과 위기는 또 이런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기쁨이 된다. 볕이 강해 꽤 더운 상태였는데 헬멧 사이를 스치는 바람이 참 시원했다. 기분이 좋아서 나를 데려다 준 기사 분과 기념으로 사진을 남겨 보았다. 미소가 아름다운 친구다.

바하 다 티쥬카 해변에 예약된 체크인 시간에 간신히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전 긴장도 풀 겸 해변을 거닐며 맥주 한 병으로 마음의 안정을 취해본다. 이 동네에서는 스텔라와 하이네켄이 잘 팔리는 모양이다. 어딜 가도 스텔라와 하이네켄이 있다.

내 생애 첫 스카이다이빙을 책임져 줄 Rio Paraquedismo. 가격은 아르헨티나의 두 배가 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국보다는 2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그리고 또 언제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해보겠냐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딜이다.

장비를 착용하고 간단히 동작을 숙지한 후 우버를 타고 근처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9천 피트 상공까지 오른 후 스카이다이빙을 한다. 경비행기는 아예 문이 없어서, 그 상태로 비행기가 날아오르는데 이게 또 스릴이 엄청 났다. 손을 조금만 밖으로 내밀어도 엄청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땅 위의 모든 것이 점점 작아진다. 나중에는 자동차는 아예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8천 피트를 넘어가니까 구름이 내 눈높이에 위치한다. 바다 위를 빙글빙글 돌며 고도를 점점 높여가던 비행기는 9천 피트에 다다르니 하강 지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고 낙하 준비를 시작했다.

자이로드롭 같은 느낌을 상상했었는데 막상 자유낙하하는 동안은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시속 200km라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오로지 다이버에게만 의지한 채 나는 하늘을 날았다. 정말 잊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경험이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날씨도 좋아서 적당한 볕과 적당한 구름이 낀 리우 데 자네이루의 하늘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너무 쫄아서 영상을 제대로 못 남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괜찮게 찍혔다. 다이버 분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을 똑 닮았다. 낙하할 때 다리를 오므려야 한다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다리를 쭉 편 채로 있었던 기억이 난다.

겁이 많은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다 하다니 참 대견하다. 떨어지기 직전까지 오만가지 생각과 감정이 오갔는데, 막상 다이빙을 하고 나니 몹시 후련했다. 이걸로 인생 버킷 리스트를 또 하나 해결했다!!!!

부작용도 있긴 했는데, 빠른 속도로 낙하하다보니 몸이 긴장했는지 낙하산을 펼친 이후 서서히 어지러움 증세가 나타났다. 꼭 기절하기 전에 정신이 혼미해지듯이 속이 메스껍고 피가 안 통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해변에 착지하고 몇 분 안에 금방 회복이 되긴 했다. 해변에 거의 주저앉다시피 착지를 했다. 안 죽고 땅에 내려왔다는 안도감, 어지러움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기쁨에 함박 미소가 지어진다.

무사히 스카이다이빙을 마친 기념으로 맥주 한 병을 더 깐다. 바하 다 티쥬카의 해변이 아까보다 더 평화로워 보인다.

스카이다이빙을 마치니 오후 2시가 되었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예수상이나 빵 지 아수카르 산을 보러갈까 생각했지만,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침에 코파카바나에 핸드폰을 들고 갔다가 파도를 맞아서 배터리가 충전이 안 되기 시작했다. 배터리만 넉넉하면 충분히 시내 관광지를 둘러볼 만한 시간이었지만 리우의 치안 상태를 고려할 때 핸드폰 없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고민 끝에 우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봤지만 핸드폰은 끝내 충전이 되지 않았고 시간도 벌써 4시를 향해갔다. 근처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핸드폰도 없어서 더욱 바다에 깊이 입수했다. 즐겁게 해수욕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해변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빠에야로 저녁을 먹었다.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근처 와인샵에서 산 포르투갈 와인이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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