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5. 8. 월요일
푹 자고 기분 좋게 일어난 아침. 조식까지 챙겨먹고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여행을 떠난다. 포스 두 이과수 공항에서 리우 데 자네이루 갈레옹 공항으로 넘어가는 2시 비행기를 예약해두어서 오전 내로 국립공원 관광을 마쳐야 하는 상황. 다행히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은 아르헨티나 사이드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서 2시간이면 충분히 다 돌아볼 수 있다. 무작정 시내버스 터미널로 향했는데, 120번 버스를 어디서 타야할지 모르던 찰나에 눈앞에 딱 등장해주셨다. 120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를 달리면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아르헨티나보다는 브라질 경제 상황이 나아서인지 공원 정비도 더 잘 되어 있는 느낌이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끊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전망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물론 트레킹 겸 걸어서 갈 수도 있는데, 가는 길이 정리된 포장도로라서 풍경이 딱히 대단할 것은 없다.

입장료는 87 헤알이었고, 백팩을 보관할 수 있는 락커 이용료가 별도로 20 헤알이다. 입장권은 기계로 발급하기 때문에 카드가 필수이고 락커는 리셉션에서 해서 카드와 현찰 모두 가능하다.

셔틀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 초입에서 이미 산 마르틴 폭포가 보인다. 확실히 어제보다 날이 흐리다. 어제는 저 폭포 위를 걸었는데, 오늘은 강의 반대편으로 넘어와서 폭포를 전체적으로 보는 셈이다. 아르헨티나 사이드에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 있다.

조금 더 걸어들어가면 산 마르틴 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타잔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어제 내린 비의 영향인지 유량도 더 풍성해지고 유속도 더 빨라진 느낌이다. 날씨에 따라 폭포수의 색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맑은 날에는 푸른 색을 띤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젖기 전에 기념 셀카를 남겨본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과 대비되는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악마의 목구멍 바로 근처까지 전망대가 나 있다는 것. 악마의 목구멍 전망대가 가까워지면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물 세례를 피할 길이 없다. 장대비를 맞는 것과 진배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바로 눈 앞에서 본 악마의 목구멍 폭포수. 이과수 투어의 백미이지만, 너무 물에 심하게 젖게 되어 오래 볼 수가 없다는 게 흠이다. 아예 한여름에 수영복을 입고 온다면 폭포의 물줄기 하나하나 눈으로 음미하면서 볼텐데 말이다. 그야말로 물사태 그 자체이다.

흩날리는 물 폭탄을 버티며 영상으로 악마의 목구멍의 생생한 현장을 남겨본다.
흠뻑 젖은 채로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 투어를 마쳤다. 우의를 미리 준비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뭐 가진 게 몸뿐이니 몸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정말로 2시간이 채 안 되어서 투어가 끝이 났다.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포스 두 이과수 공항까지는 120번 버스로 5분이면 갈 수 있다. 120번 버스는 5헤알이면 이용 가능하다. 작은 공항이라 카페테리아가 부실한데, 핫도그를 파는 가판대에서 점심으로 핫도그를 하나 사먹었다. 35 헤알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이다.

브라질의 저가 항공사인 GOL의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다. 이제 드디어 여행을 마무리지을 리우 데 자네이루로 간다.

2시간의 비행 끝에 리우 데 자네이루의 갈레옹 공항에 도착했다. 가이드북에서는 2018번 버스를 타면 코파카바나 지역으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택시 기사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가 입을 모아 버스가 없다고 말을 했다. 택시 기사는 자기 영업 때문에 그렇다고 하겠지만, 인포메이션 센터 직원이 그렇게 말하니 나는 정말로 버스가 없는 줄 알았다. 며칠 뒤 동행을 하면서 거짓말이었음을 알고 뒤늦게 분통이 터졌다. 공항에서 코파카바나까지는 130 헤알이나 되는 비싼 돈을 주고 택시로 이동을 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리우에 도착한 첫날인 월요일이 여기서의 날들 중에 가장 날씨가 좋았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푸니 5시 15분이 다 되었다. 이 곳 리우는 해가 빨리 뜨고 일찍 지는데, 생각해보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경도 차이가 꽤 나는데 동일한 시간대가 적용된다. 결국 실제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표시되는 시간상으로는 해가 6시에 뜨고 5시에 지는 셈. 이날 일몰이 5시 24분이라 짐만 풀고 황급히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나갔다. 다행히 호텔과 코파카바나 해변은 한 블럭 거리라서 바로 해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5km에 이르는 긴 해변으로 리우 데 자네이루 관광의 중심지이다. 치안이 안 좋은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이파네마 지역과 함께 유일하게 강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지역이다. 그만큼 관광객도 많고 여가를 즐기는 현지인도 많은 곳. 일몰 직후 붉게 물들어가는 리우 데 자네이루의 하늘을 코파카바나 해변과 함께 사진으로 기록해 본다.

해변에는 칵테일을 파는 행상도 있고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넣어 파는 행상도 있다. 해변을 따라 오픈 테이블의 바들이 즐비하고 배구하는 사람, 수영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앉아서 쉬는 사람,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12 헤알을 주고 시원하게 칠링이 된 하이네켄 한 캔을 사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신다.

조금씩 어둠이 나리고 가로등 불빛이 코파카바나 해변을 더 낭만적으로 만든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해조 때문에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난다는 것인데, 견디기 어려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해변은 물론 해변에서 몇 블럭 떨어진 거리에까지 전반적으로 바다의 짠내와 해조류의 비릿한 냄새가 난다.

코파카바나 해변을 조금 걷다가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맛집인데 닭요리가 괜찮다고 해서 닭튀김과 맥주를 주문했다. 이곳 코파카바나에는 이렇게 오픈 테이블 형식의 식당이 즐비하다. 왠만한 카페나 바는 다 이런 오픈 형태이다.

포스 두 이과수에서부터 느꼈던 건데, 여기 브라질에서는 맥주를 저렇게 보냉 장치 속에 넣어서 내준다. 아무래도 덥고 습한 나라이다보니 고안된 술 문화가 아닐까 싶다. 프렌치 프라이와 밥도 함께 나오는데, 매운 소스를 따로 주어서 거기에 버무려 먹으니 제법 먹을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소화를 시킬 겸 다시 해변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발을 담가본다. 이곳 코파카바나 해변은 대서양에 접해 있는데, 고즈넉한 해변과 달리 파도가 꽤 거세게 인다. 기본 1m 파도가 쉴새 없이 몰아쳐서 우선은 첫날 밤이니만큼 조신하게 발끝만 살짝 적셔본다. 시원한 바닷물이 발가락 사이를 헤집고 스쳐가는 기분이 살랑거리게 좋다.

며칠 동안 하루 단위로 숙소를 옮기느라 빨래를 못했다. 다행히 머무는 호텔 바로 맞은 편에 24시간 운영하는 빨래방이 있었다. 세탁이 18헤알, 건조가 18헤알 도합 36헤알이다. 세탁과 건조를 합쳐서 80분 정도면 된다. 근처 마트에서 하이네켄을 2캔 사와서 마시며 지루한 빨래 시간을 기다린다. 리우에서의 첫날밤이 이렇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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