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28]

무소의뿔 2023. 5. 8. 09:40

23. 5. 7. 일요일

자고 일어나니 날이 개어있다. 이과수 폭포를 맑은 하늘 아래 볼 생각에 기대에 부푼 아침이다. 조식은 따로 안 챙겨주는 호스텔이라서 샤워만 하고 바로 출발했다. 숙소가 버스 터미널과 가까워서 좋았다. 9시가 되기 전인데도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가려는 여행객에 터미널이 북적인다.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가는 왕복 버스티켓은 1,300 페소이다. 정말 수시로 버스가 드나들기 때문에 따로 예약이 필요하진 않다.

이과수 국립공원으로 가는 버스. 이렇게 햇살이 쨍할 줄 모르고 선글라스를 백팩 안에 넣고 짐을 호스텔에 맡기고 온게 다소 후회되었다. 하지만 점심이 되자 금새 날씨가 흐려져서 다행히 오전에만 조금 고생했다.

30분 정도를 달려 이과수 국립 공원에 도착했다.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푸에르토 이과수 버스 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20분에 한 대씩 있다.

이과수 국립고우언 안내도. 아랫쪽에서 폭포를 올려다볼 수 있는 Lower circuit과 좀 더 위쪽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Upper circuit 두 가지 코스가 있고, 보트를 타고 이과수 강에 직접 들어가는 Great Adventure 프로그램도 있다.

이과수 국립공원 입장료는 5,500 페소로 꽤 비싼 편이다.

Great Adventure 투어는 더 비싸다. 2시간 투어에 17,000 페소를 받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5만원 상당이다.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이동 후 30분간 보트를 타고 이과수 강을 돌아보는 코스인데, 악마의 목구멍 폭포로는 가지 않고 산 마르틴 섬 주변으로 간다. 그래도 언제 또 이과수에서 보트를 타보겠냐는 생각에 시원하게 카드로 결제하고 투어를 예매했다.

이 트럭을 타고 30분 정도를 간다. 트럭은 지붕이 따로 없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과수 국립공원을 가로지를 수 있다.

보트에 탈 때는 구명조끼와 함께 드라이 백을 준다. 여기에 신발과 가방 등을 보관하는데, 보트 투어를 하면서 폭포 밑으로 들어가 폭포수를 직접 맡는 코스가 있어서 그렇다. 수영복을 아예 챙겨서 입고 가는게 베스트인데, 대부분은 우의를 미리 시내에서 구매해서 입는다. 나는 그냥 온몸으로 버텼다.

폭포수를 맡기 전의 멀쩡한 모습. 이과수 강의 중간에 있는 산 마르틴 섬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겨본다.

산 마르틴 섬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 정말 곳곳에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크고 작은 폭포를 합쳐 이과수 강에 2천 여개의 폭포가 있다고 한다.

악마의 목구멍 다음으로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큰 폭포인 산 마르틴 폭포. 누가 일부러 다듬어 놓은 듯 반듯하게 깎아지르는 절벽으로 물이 콸콸 쏟아진다.

보트 투어의 가장 큰 재미는 쏟아지는 폭포수를 직접 맞아볼 수 있다는 것. 가이드는 이를 두고 ‘Shower’라고 말한다. 농담으로 투어가 끝나면 다른 헤어스타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단지 폭포 가까이 가는 정도만을 예상했었던 것과 달리 폭포수 밑으로 직접 들어가서 물 세례를 맏는다.

산 마르틴 폭포에서 1차로 샤워를 하고 다시 산 마르틴 섬의 폭포로 이동한다. 여기서 낮게 물결 위로 뜬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산 마르틴 섬의 폭포수로 2차 샤워를 한다.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들은 아예 수영복을 입고 오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맨몸으로 버텨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의와 하의 모두 기능성 의류여서 금방 옷이 말랐다는 것.

30분 동안의 짧은 보트 투어가 끝나고 트럭을 타고 다시 이과수 국립공원 내부로 이동한다. 드라이 백을 따로 챙겨주고 거기에 가방과 신발을 벗어두기 때문에 다행히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처럼 젖은 양말로 강제 트레킹을 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다음에 또 방문한다면 수건과 수영복을 챙기면 좋겠다. 구름이 조금 끼긴 했지만 그래도 꽤 더운 날이어서 옷은 금방 말랐다.

국립공원을 거닐면서 코아티를 본격적으로 볼 수 있었다. 생긴 건 참 귀엽지만 발톱이 꽤나 날카롭고 관광객의 간식을 노리는 녀석들이라 공원 곳곳에 주의 표지판이 붙어있다.

매점에서 샌드위치와 물을 사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본격적인 서킷 투어에 나선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국립공원에는 lower circuit과 upper circuit 두 가지 산책 코스가 있는데, 폭포를 감상하는 위치가 조금씩 다르다. lower circuit은 보다 아랫쪽에서 폭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고, upper circuit은 상대적으로 폭포의 윗쪽을 볼 수 있다. 두 코스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둘 다 보는 것을 권한다. 우선 lower circuit부터 돌아본다.

기후는 전형적인 정글 기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열대성 식물들이 이과수 강과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악마의 목구멍 폭포가 인상적이다.

Upper circuit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뷰인 산 마르틴 폭포이다. 정말 이 세계가 아닌 것만 같은 풍경에 넋을 놓고 감탄을 한다. 영화에서 나올 법한 그림 같은 광경이다. 자연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엔 Upper circuit을 걸어본다. 산 마르틴 폭포를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확실히 아래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이 느낌이 사뭇 다르다.

Upper circuit을 걷다가 새끼 악어를 발견했다. 멀리서 보면 꽤나 귀엽지만 이과수 강의 포식자다. 이과수 국립공원에는 악어 말고도 퓨마도 산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퓨마는 야행성이라 낮에 여행객을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는 것.

이과수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인 ’악마의 목구멍‘ 폭포를 보기 위해 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공원을 가로지르는 완행열차인데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Upper circuit이 끝나는 지점에서 탑승하면 1 정거장이면 바로 악마의 목구멍 역에 도착한다. 돌아올 때는 2 정거장을 이동하면 공원 입구에 가까운 곳에 내릴 수 있다.

이름부터 아주 살벌하다, 악마의 목구멍이라니. 기차에서 내려서 약 500m 정도를 걸어가면 악마의 목구멍 전망대에 도착한다.

드디어 마주한 악마의 목구멍!!! 여기서도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무지개는 금방 피어올랐다가 다시 사라진다. 정말 쏟아져내린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악마의 목구멍 폭포는 산 마르틴 섬을 둘러싸듯이 반원형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일군의 폭포 무리인데, 그야말로 왜 목구멍이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알 것 같았다. 모든 물을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으로 물줄기가 아래로 향한다.

저기 건너편은 브라질 영토이다. 내일 포스 두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보게 될 장면인 셈. 전망대에 올라서면 폭포수가 아래 강에 부딪혀 물방울이 되어 바람을 타고 올라와 비처럼 흩뿌려 날리는데, 우의를 따로 입지 않는다면 상당히 젖게 된다. 그레이트 어드벤처를 하며 폭포수를 직접 맞는 것보다야 덜하지만 그래도 꽤 축축해진다. 물방울이 안개처럼 퍼져 오르기 때문에 폭포의 아래쪽은 사실상 볼 수가 없었다.

악마의 목구멍 중에서 가장 넓은 단면을 자랑하는 부분. 정말 저 급류에 휩쓸리면 사망뿐이겠구나. 폭포 위의 강은 저리 고요한데 폭포만이 악마처럼 포효한다.

이런 광경은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상으로 악마가 울부짖는 생생한 현장을 기록해 보았다.

악마의 목구멍 폭포를 둘러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오는 길. 폭포가 어디 있느냐는 듯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잠깐 이세계에 다녀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루종일 걷고 물을 맞았더니 덥고 지쳐서 열기를 식힐 겸 기차를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가격이 상당히 비싼데, 우리나라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별 맛은 없는 편.

6시간에 걸친 이과수 국립공원 투어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다시 푸에르토 이과수 시내로 복귀했다. 호스텔에 맡겨둔 백팩을 되찾고 터미널로 이동해 바로 브라질 포스 두 이과수로 넘어가는 버스를 끊었다. 생각보다 버스비가 저렴해서 페소를 남길 수 있었다. 남은 페소는 포스 두 이과수에서 다음날 알차게 브라질 화폐인 헤알로 환전했다.

이과수 국립공원에서 푸에르토 이과수 시내로 들어올 때부터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포스 두 이과수 행 버스에 올랐을 때는 아예 대놓고 폭우가 쏟아진다. 몇 시간만에 날씨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이과수 강을 경계롤 나뉘는데, 당연히 국경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출국 심사와 브라질 입국 심사를 모두 거쳐야 한다. 아르헨티나 출국 심사장에서는 버스가 기다려주지만, 브라질 입국 심사장에서는 버스가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간다. 몹시 당황했는데, 같이 남겨진 프랑스 여행객과 심도 깊게 토의해보니 이렇게 내린 손님은 브라질 입국 심사를 마치고 같은 회사의 다음 버스를 타고 포스 두 이과수 시내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브라질 입국 심사장 정류장에서 1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불편한 이동 때문에 꽤나 지쳐 있었는데, 익스피디아로 예약해 둔 델 레이 호텔의 상태가 너무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혼자 자는 방인데 침대가 세 개라니!!!! 화장실과 룸의 전반적인 컨디션도 매우 훌륭했다. 연이은 호스텔 숙박에 다소 피로해져 있어서 오늘부터 여행 마지막 날까지는 모두 호텔로 예약했다. 그래봤자 1박에 4만원 꼴이라서 가격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짐을 풀고 7시 반쯤 저녁을 먹으로 호텔 밖으로 나왔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슈하스꾸 맛집 ‘Gaucho’가 호텔 바로 앞에 있었다. 아직 환전을 못 했지만 브라질에서는 카드 결제가 잘 되어서 별 문제는 없었다. 슈하스꾸 레스토랑은 기본적으로 뷔페 스타일로 운영되는데, 특이한 점은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테이블마다 직접 고기를 썰어준다는 것. 끊임없이 다른 부위를 구워내와서 직접 썰어준다.

한마디로 고기 무한 리필 뷔페인 셈. 브라질의 일반 식당에 비하면 다소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경험삼아 한번 먹어볼 만하다. 아르헨티나에 비해 소고기가 특출나게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먹을 만했다.

든든하게 저녁까지 챙겨먹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잘 준비를 한다. 이제 여행이 3일 남았다. 브라질을 마지막으로 나의 한 달간의 남미 여행도 끝이 난다. 여행의 끝, 일상의 시작을 그려보다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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