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이 넘는 SF 블록버스터의 결정체, 아바타2 물의 길을 보고 왔다. 아바타 개봉이 2009년이라니 믿을 수 없이 오래 전이다. 2009년에는 아바타를 보지 않고, 2014년이 되서야 아바타를 보았다. 그때 인류학개론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가 아바타를 감상하고 감상평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아바타는 나비족에 관한 Ethnography라면서 말이다.
2014년에 비해 앎이 조금은 늘어난 덕분일까? 아바타2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우선 영화의 재미 자체만 놓고 보면 다소 줄거리는 아쉬운 편. 전작에 비해 서사의 스케일이 축소된 느낌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무리도 다소 아쉽다. 판도라 행성에 사령관까지 와서 기지를 차리고 있는데, 고작 제이크 설리 하나를 잡는 과정에만 서사를 집중하고, 그마저도 잡지 못한다. 뭔가 소 잡는 칼을 처음에 보여주고 닭 잡는 장면만 연출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영상미 하나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흠 잡기 어려울 것 같다. 리아언킹 이후 아주 오랜만에 3D로 영화를 봤는데, 정말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은 기가 막혔다. 마치 물 속에 내가 함께 잠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물의 질감을 아주 잘 표현했다. 다소 티켓 값이 비싸긴 했지만, 압도적인 비쥬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극장을 찾을 값어치는 충분했다.
최근에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를 연달아 읽어서 그런지, 아바타2를 보면서 재밌는 포인트들을 여럿 발견했다. '에이와'로 대변되는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세계관은 생태학에서 꽤 유행했던 '가이아 이론'을 연상케 한다. 나비족의 생활 행태는 기본적으로 농경 사회 이전의 수렵채집인의 모습이지만 동물을 길들이는 모습은 농경사회 초기의 이미지가 일부 차용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나비족의 감정 표현이나 그르렁대는 모습은 현대인의 기준에서는 매우 낯선 동물적인 움직임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관점에서만 weird하게 느껴질 뿐이지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내러티브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영상미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고, 속편 역시 나비 족에 대한 새로운 꽤 즐길 만한 Ethnography라는 점에서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