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가을, 새로운 출발, 변화

무소의뿔 2023. 10. 10. 22:29

많은 변화가 있는 가을이다. 9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가을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올 여름은 유독 습하고 더웠다. 로스쿨에서 한창 막바지 법 공부를 하던 2018년, 그해 여름도 참 무더웠다. 나는 주로 90분을 공부하고 10분을 쉬었는데, 쉴 때 담배라도 한 대 태울 요량으로 도서관 밖으로 나오면 불볕이 참 강했다. 그래도 그때는 건조한 사막 같은 더위였는데, 올 여름의 더위는 열대 지방의 더위처럼 습했다. 9월이 되고서도 더위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가을이 더 간절했나보다.

추석 연휴를 맞아 친구와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다녀왔다. 코타키나발루로 여행을 가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대급 추석 연휴로 해외 여행을 나서는 인파가 많아서, 가까운 일본조차도 항공권이 7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꽤 매력적인 가격의 항공권을 발견했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결정했다. 그곳에서의 시간들은 매우 훌륭했다.

코타키나발루를 다녀와서도 한글날을 낀 3일짜리 연휴가 또 주어졌다. 서울에 머물면서 근교를 드라이브하거나 집에서 쉬거나 술을 마시는 등으로 남은 연휴를 보냈다. 그렇게 모든 연휴를 다 보내고 회사에 복귀한 오늘, 회사는 여전히 삭막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나를 맞이한다. 통창으로 된 유리를 그대로 통과한 햇살은 아직은 낮 동안은 꽤나 기승을 부린다. 이제 연휴는 없다. 이렇게 겨울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떠나기 전 주에 회사 근처로 이사를 했다. 목동에서 강남까지 차로 출퇴근하는 일은 꽤나 수고스러웠다. 심지어는 짜증 또는 울화통이 치미는 일이기도 했다. 편도로 80분에서 90분이 걸리는 거리를 매일 오가야 하는 것은 꽤나 고통이었다. 야근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그나마 덜 막히기는 했지만, 그렇게 쳐도 하루에 2시간 이상을 길바닥에 버리는 삶이다. 살면 얼마나 산다고,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눈 떠 있는 시간의 15% 정도를 이동에 소요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느껴졌다. 비용의 아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취를 할 메리트는 충분하다. 다행히 BMW를 판 돈으로 월세와 보증금을 충당할 수 있었다.

한동안은 그리고 지금까지도 자취방 꾸미기에 한창이다. 뜬금없이 호랑이에 꽂혔다. 책상 뒤편으로 커다란 호랑이 그림을 걸어두었다. 어제도 오늘의 집에서 호랑이 그림을 2점이나 구매했다. 내 자취방이 온통 호랑이로 가득 차면 좋겠다. 서예를 취미로 하는 엄마에게 '맹호복초' 현판을 부탁했다. 사나운 호랑이가 풀숲에 누워서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란다.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낮게 가져가며 도약을 꿈꾸는 영웅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곳 호랑이 하우스에서의 1년 동안 더 영글어가길 기대해 본다.

직주근접을 달성하였으니 운동에도 더 매진해야 한다. 오늘은 8시에 일어나 헬스장을 다녀왔다. 이제부터 아침 운동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근력 운동을 마치고는 유산소로 강남 일대를 3km 정도 조깅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착장이나 표정, 분위기를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환락의 거리였을 곳들이 아침 햇살을 맞아 황량해진 광경을 보는 것도 좋다. 매우 인간적인 속도로 주변 세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조깅의 매력이다.

조깅 하니까 생각이 났는데, 지난 토요일에는 잠실 일대에서 개최된 7km 스타일런에 참가했다. 대회 참가를 위해 금요일 저녁을 불태우지 못 했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금요일을 희생할 만큼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아침의 선선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올림픽 공원을 달리는 기분은 매우 상쾌했다. 친구와 함께 뒤풀이를 하며 막걸리를 한 잔 걸쳤다. 각자의 위치에서 삶에 충실하되, 높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음을 서로 확인했다.

곧 다가올 부모님의 생신도 챙겨야겠다. 요새 골프에 푹 빠진 어머니에게는 꽤 괜찮은 골프웨어를, 그리고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아버지에게는 꽤 괜찮은 펜을 선물할 생각이다. 타지에 나가 있는 동생의 생일을 어떻게 챙길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이런저런 것들을 준비하고 고민하다가 하루가 저물어간다. 곧 잠에 들어야겠다. 내일 또 아침 운동을 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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