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자전거길 라이딩을 마치고 충주 시내의 한 모텔에서 잠을 청했다. 모텔에 마침 욕조가 있어서 반신욕을 하면서 이화령 고개를 넘으며 쌓인 피로를 풀었다. 단백질 음료와 컵누들로 간단하게 요기를 마치고 10시 반, 다소 일찍 잠을 청한 덕에 일요일 아침 7시 반에 일어날 수 있었다. 나중 일이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났던 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짐을 다시 꾸리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고 8시 경 라이딩을 시작하여 충주댐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충주댐까지는 약 8km 거리였는데, 아무래도 댐이다보니 낮더라도 언덕길을 오를 수밖에 없어서 시작이 꽤 힘이 들었다. 충주댐에 도착하여 전날 챙겨온 가래떡 반쪽과 단백질 음료로 아침식사를 챙겼다.
https://www.youtube.com/watch?v=N6E-PeaptuY&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9
8시 반. 이제 본격적인 남한강 자전거길 코스의 시작이다. 인터넷 사이트와 종주수첩에 표시된 총 거리가 다소 다르지만, 넉넉하게 140km 여정이라고 보면 된다. 여지껏 하루에 최대로 라이딩을 한 거리가 동해안 자전거길 경북 구간을 다녀왔을 때의 120km인데, 그마저도 30km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길이라 120km를 연달아 탄 적은 없었다. 즉, 140km를 쭉 이어서 탄다는 것은 내 인생 최초의 일이자 최대의 도전이 되는 셈.
길이 평탄하기를 바라면서 라이딩을 시작했고, 2시간을 달려 비내섬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충주댐에서 비내섬으로 가는 코스가 돌이켜보니 남한강 자전거길 중에서도 꽤나 힘든 구간이었던 것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도 꽤나 반복이 되고, 거리 자체도 37km 정도되는 장거리 구간이다. 비내섬 인증센터 바로 근처에 자전거 휴게소와 화장실이 있어 보급이 편리했다. 물론 나는 준비해 온 가래떡과 단백질 음료로 간단히 요기를 마쳤다.
https://www.youtube.com/watch?v=njJ2LlXxhRA&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8
비내섬에서 강천보에 이르는 28km 구간은 남한강 자전거길은 평탄했다. 거리는 꽤 만만치 않지만, 경사도가 상당히 균일하여 라이딩 자체의 묘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강천보는 여주에 있는데, 확실히 충주를 벗어나 경기도에 진입하니 인파도 많아지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급 걱정은 이제 한시름 덜어낸 셈. 강천보인증센터 근처에 로그인 편의점이 있어 여기서 생수 2L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말보로실버를 보급했다.
다음 코스는 강천보에서 여주보로 가는 여정이다. 10km로 구간이 다소 짧아 부담 없이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다. 강천보부터 본격적으로 남한강의 풍광을 즐길 수 있었는데, 날이 맑아 경치가 제법 근사했다.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서 페달을 밟으며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여주보에서 이포보까지는 14km 거리밖에 안 하긴 하지만, 중간에 경사가 가파른 언덕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도저히 댄싱으로는 오를 수 없는 경사라 빠르게 포기하고 자전거를 끌고 넘었다.
이포보에서 양평군립미술관까지의 코스는 다시 수월했다. 이때부터 평속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언덕을 오르내리느라 평속이 18km 밖에 안 나왔는데, 양평군립미술관 부근에 다다르니 19km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만큼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는 뜻. 평속 20km를 찍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댔다.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는 미술관 뒷편 자전거길에 있는데, 이름이 '양평자전거길쉼터 인증센터'로 다소 다르다. 지자체 자전거길의 별도 인증센터인줄 알고 미술관을 이리저리 헤메었는데, 이름이 다를 뿐 같은 인증센터였다. 인증센터를 확인하느라 지체한 시간과 허비한 체력이 몹시 아쉽다. 다른 라이더분들은 당황하지 말도록 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BIENup_GTnA&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7
마지막 목적지인 능내역 인증센터로 가는 24km 구간에서 결국 사고가 터졌다. 경사에서 급격히 기어 변속을 하다가 체인이 크랭크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버린 것. 플라스틱으로 된 리미트가 으깨지면서 체인이 안쪽으로 단단히 끼어버렸다. 맨손으로 풀 수가 없었고 전문적인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천만다행인 것은 양평군립미술관을 떠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발생한 사고라는 것과, 1.2km 근방에 자전거샵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다시 양평군립미술관 부근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자전거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가 되었다. 충주에서 터졌으면 정말 답도 없었을 것. 뒷바퀴가 굴러가지 않는 상태라 자전거를 들쳐메고 1.2km를 도보로 이동하여 정비를 맡기고, 나는 바로 옆 카페에서 각종 기기들의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셨다. 자전거 뒷바퀴의 바큇살이 부러져 있었는데, 그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수리기사님의 분석이었다. 2만원 수리비를 지출하여 뒷바퀴와 체인을 말끔히 손봤다. 라이딩이 끝나면 주중에 따로 동네 자전거샵에 가서 전반적으로 점검할 요량이었는데, 액땜했다손 치자.
아침에 서두르지 않았더라면, 자전거 고장 때문에 1시간이 넘게 지체가 된 터라 까딱하면 야간 라이딩을 했을 것이다. 다행히 수리를 마치고 나니 5시였고, 마지막 능내역까지는 24km 거리이니 충분히 해가 저물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은근한 업힐과 터널 구간을 지나면서도 힘듦을 이겨내고 페달을 열심히 밟았다. 평속 20km를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능내역 인증센터에 도달함으로써 남한강 자전거길 종주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다. 5호선을 타고 집으로 복귀할 요량이라 하남검단산역까지 약 8.6km를 더 이동해야 했는데, 최종적으로 평속 20.1km로 전체 라이딩을 완주할 수 있었다. 여지껏 내가 세운 라이딩 기록 중에 가장 크고 위대한 기록이었다. 하남검단산역 근처의 한 편의점에서 컵누들로 요기를 하고 지친 허벅지를 달래며 집으로 복귀하였다.
한나절에 140km를 달렸다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남한강을 따라 펼쳐진 시골의 정취를 느끼며 라이딩을 하는데서 오는 쾌감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낮에는 여전히 햇볕이 뜨겁지만, 뺨을 스치는 공기가 제법 선선한 것이 초가을의 맛이 느껴진다. 1주일 차이인데도 금강을 달릴 때와 사뭇 달라진 계절감에 더욱 즐거운 라이딩이지 않았나 싶다.
팔당대교 너머로 노을진 하늘이 제법 장관이다. 하루의 완벽한 마무리를 풍경으로 형상화한다면 딱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이제 남은 자전거길은 단 세 곳, 섬진강, 영산강, 낙동강이다. 이번 주말에 섬진강과 영산강 라이딩을 다녀올 예정이니, 9월 중순 낙동강 라이딩으로 국토종주가 완성된다.
유산소를 목적으로 시작했던 자전거 여행이, 이제는 여행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힘듦과 즐거움, 고됨과 기쁨이 공존하는 이 자전거 여정의 끝으로 다다를수록 도전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인생은 끊임 없는 도전의 연속이고, 안주하면 도태되는 치열한 자기 경쟁의 장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정진하는 그 자체가 삶이다. 이제 3주 안에 나의 국토종주 도전은 완성된다. 그때까지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즐겁게 라이딩을 계속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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