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감서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감서 펜션은 담양댐 인증센터 바로 앞에 위치한 펜션인데, 라이더에 한하여 숙박을 4만원에 제공한다. 침대방과 온돌방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방 컨디션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화려한 펜션은 아니지만 라이더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휴식을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석식과 조식을 제공해 준다는 것!!! 석식으로는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5첩 반상의 김치찌개 백반을 내주셨고, 조식으로는 육개장 사발면과 함께 공기밥 그리고 3첩 반상을 내주셨다. 아침에 출발하면서 감사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너무 일찍 일어났는지 아직 주인 아주머니 분이 가게를 열지 않은 상태라서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다이어트를 겸하는 라이딩이라 이렇게 많이 먹으면 안 되긴 하는데, 또 베풀어주시는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지금 체지방이 예상보다 많이 안 줄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은 여전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_x0v8TDbuH8&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2
담양댐에서 섬진강댐까지는 네이버 지도 기준 48km 정도 거리가 나온다. 순창을 지나는 국도를 거쳐가서 네이버 지도 기준보다는 덜 달렸지만, 그만큼 업힐이 많아서 라이딩 초반에 고생을 많이 했다. 가져온 SD 카드 고장으로 급히 산 128G 용량 SD 카드로는 저장 공간이 부족해서 담양댐에서 섬진강댐까지 가는 라이딩 영상은 찍지 않았다. 이번 여정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원래 계획은 이랬다. 섬진강 자전거길 자체가 144km 거리이고, 담양댐에서 섬진강댐까지 가는 거리가 48km 정도이니, 이틀에 나눠서 라이딩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힌남노가 북상 중이라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를 더 남도에서 체류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 비가 오지 않고 있길래, 과감하게 섬진강 자전거길을 원데이로 완주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페달을 밟는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평속 20km/h로 꾸준히 달린다면, 섬진강 자전거길 원데이 완주가 황당무계한 일만은 아니었다. 섬진강댐 인증센터에서 10시 50분에 출발하여 장군목 인증센터까지 14km 거리를 40분만에 주파했다.
장군목 인증센터에서 향가유원지 인증센터까지는 다시 25km 거리이다. 이번에는 1시간 10분을 목표로 라이딩했다. 12시 40분 경에 향가유원지에 도착하였고, 유원지 매점에서 시원한 생수를 한 병 구매했다. 향가유원지에는 관광객들이 꽤 많은 편이라, 유원지 진출입 구간에서는 빠르게 달리기는 어렵다.
향가유원지 인증센터에서 횡탄정 인증센터까지는 25km 거리이다. 횡탄정에는 1시 40분에 도착했는데, 평지라고 무리하게 속도 욕심을 냈더니 구간 평균 심박이 130BPM을 넘어가서, 횡탄정에 막 도착했을 때는 마치 전력질주를 마친 후처럼 온몸이 아팠다. 안 그래도 섭취 열량이 부족한 상황인데 너무 무리하다가는 몸이 완전히 퍼저버릴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 20분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심박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후에 다시 라이딩을 시작했다.
횡탄정에서 사성암까지는 28km 거리이다. 한 번 호되게 고생을 한 터라 이 구간에서는 평속 욕심을 버리고 심박수를 관리하면서 110BPM 이하의 심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인지 컨디션이 많이 호전되었다. 사성암에 도착했을 때가 약 3시 40분이었는데, 동광양 버스터미널에서 서울 센트럴시티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7시 20분이고, 사성암부터 배알도수변공원까지 남은 거리가 57km이니, 평속 20km/h만 유지할 수 있다면 원데이 완주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
https://www.youtube.com/watch?v=wgC1J25Rx5A&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1
사성암 인증센터에서 남도대교 인증센터까지는 19km이다. 이제부터는 인증센터 구간별로 1시간 컷을 목표로 다시 조금씩 속도 욕심을 냈다. 하늘도 슬슬 흐려지는 것이 곧 비가 올 모양이었다. 남도대교까지는 약간의 업힐 구간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라이딩하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남도대교 인증센터에 도착하였을 때가 4시 40분이었다. 여전히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 남도대교에서 출발할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미리 챙겨온 백팩용 방수 커버를 가방에 씌우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우의는 따로 챙겨오지 않았는데, 다행히 몸을 완전히 젖게 할 만큼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아서 견디고 달릴만 했다.
남도대교 인증센터에서 매화마을 인증센터까지 다시 18km를 달렸다. 도착 시간은 5시 40분. 매화마을 인증센터에서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까지가 20km 거리이니, 마지막 1시간만 힘을 내면 되는 상황. 이리저리 바삐 콜택시를 섭외해서 배알도수변공원에서 동광양 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자전거 택시를 예약해 두었다. 6시 45분에 공원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이때부터는 심박수를 고려하지 않고 마지막 모든 에너지를 짜낸다는 생각으로 라이딩을 했다.
그 덕분에 6시 30분 경에 배알도수변공원 인증센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비는 거의 잦아들었는데 땅은 젖어 있어서 마찰계수가 조금이나마 줄어들었던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배알도수변공원에 이르기까지는 큰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여기에 진입하는 업힐 구간이 조금 힘들 뿐 나머지 구간은 평지 구간이라 라이딩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힌남노의 영향인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오늘 달렸던 섬진강 자전거길 여정을 돌이켜봤다. 달리며 쉬며를 반복하며 11시간 정도를 보냈다. 쉽지 않은 라이딩이었지만, 그만큼 또 보람찼다. 오늘 하루동안 달린 거리를 모두 합쳐보니 185km 정도에 이르렀다. 내 라이딩 인생에 있어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정신 없이 라이딩에만 집중하느라 풍경 사진이나 기념 사진을 제대로 남긴 게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배알도수변공원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예약한 택시를 타러 가야 해서 시간이 많지도 않았다. 동광양 터미널까지 차로 2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다행히 터미널에 시간 맞춰 도착해서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낙동강 자전거길만 완주하면 자전거길 여정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고지가 정말 눈 바로 앞에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 라이딩까지 무사히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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