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자전거길 종주를 마치고 4일 간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자전거길 라이딩에 나섰다. 이번에 기획한 코스는 전라도의 자전거길을 도는 여정인데, 목포에서 담양까지 이어지는 영산강 자전거길과, 임실에서 광양까지 이어지는 섬진강 자전거길을 한꺼번에 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센트럴시티에서 마지막 버스를 타고 목포 터미널로 이동 후, 목포 시내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26,000원짜리 허름한 모텔이라 담배 냄새가 퀴퀴하고 시설도 열악했지만, 어차피 잠만 자는 방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8시쯤 여유 있게 일어나 라이딩을 시작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05gT_o3j-4c&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5
영산강 자전거길은 영산강하굿둑 인증센터에서 시작하여 담양댐 인증센터까지 이어지는 영산강을 따라 펼쳐진 자전거길이다. 총 길이는 133km에 이르는데, 전반적으로 코스가 평탄하고 도로 상태가 양호하여 라이딩을 하기에 쾌적한 환경이다.
구름이 좀 많이 끼어있긴 해도 비 소식은 없는 날이다. 아예 쨍한 날보다 이런 흐린 날이 더위를 피할 수 있어서 라이딩에는 더 적합하다. 숙소에서 영산강하굿둑까지는 약 4km 거리, 가볍게 워밍업을 한다는 느낌으로 페달을 밟았다.
영산강하굿둑에서 느러지 관람전망대까지는 36km 거리로 쉽지 않은 구간이다. 전반적으로 코스가 나쁘지는 않은데, 전망대 초입부터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빈번히 반복되는 구간이 한 2km 정도 펼쳐진다. 이 구간만 견뎌내면 크게 어렵진 않다. 전망대에 올라 경치를 좀 즐기고 싶지만, 여정이 멀어 바삐 길을 재촉해본다.
느러지 관람전망대에서 죽산보까지는 다시 21km 여정이다. 20km 내외로 배치된 인증센터가 딱 적절한 듯 싶다. 그보다 더 길어 30km를 넘어가도 참 힘들고, 10km가 채 안 되는 구간은 너무 짧다고 느껴진다. 21km면 정말 적절한 거리이다. 쾌적한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죽산보 인증센터까지는 인적이 드문 편이고 보급도 쉽지 않다. 죽산보를 지나 나주 쪽으로 접어들면 잠시 면내를 경유해서 편의점 보급이 가능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MeYGbLl6Drk&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4
그 다음 행선지는 승촌보 인증센터이다. 죽산보에서부터 거리는 18km이다. 승촌보는 나주에 위치해 있는데, 물문화관이 꽤 크게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인파가 제법 있었다. 나주는 나주곰탕, 나주평야, 나주배, 왕건의 나주 정벌 정도, 나주혁신도시 정도로만 알고 있고, 실제로는 첫 방문이다. 승촌보에서 다시 길을 떠날 때 시각이 약 2시 경이었다. 지나온 거리를 합하면 75km로, 이미 여정의 절반을 지나쳐 온 셈.
승촌보 인증센터에서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까지는 31km 거리이다. 거리가 상당하여 한 번 끊어서 가야하는데, 마침 라이딩 영상 촬영용으로 챙겨온 마이크로 SD 카드 하나가 고장이 나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256G 용량 SD 카드 2개를 챙겨왔지만, 1개만으로는 영산강과 섬진강을 모두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산강이 광주를 지나쳐 간다는 사실을 잘 몰라서 머릿속 셈이 복잡해졌지만, 이내 지도를 확인하고 광주를 경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한시름 놓게 되었다.
마침 엄마의 부탁으로 3시에 골프장 예약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담양대나무숲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광주 시내를 경유하기로 하였다. 골프장 예약에는 실패했지만, 상무지구의 롯데하이마트에서 128G SanDisk 마이크로 SD 카드를 구매할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보다 비싼 값을 지불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상황.
이래저래 1시간을 지체하게 되어 마음이 급해진 나는, 다시 길을 재촉해서 라이딩에 나섰다.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에 도착하니 시간은 어언 5시가 되었다.
담양대나무숲까지 왔다면 이제 거의 다 온 셈이다. 메타세콰이아길 인증센터까지는 20km이고, 거기서 다시 담양댐 인증센터까지는 7km라서 크게 부담이 없다. 게다가 코스까지 편안하니 더할 나위 없고, 경관은 단언컨대 영산강 자전거길의 가장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구간이야 일반적인 강변의 느낌인데, 담양의 명물인 대나무숲을 가로지르는 자전거길을 달릴 때는 마치 이세계에 와 있는 듯한 몽환을 불러일으킨다. 대나무숲과 나와 자전거만이 놓여 있는 가늘고 긴 길을 따라 페달을 밟는 맛은 정말 일품이다.
메타세콰이아길에서 머지 않은 곳에 대나무숲 관광지로 유명한 죽녹원이 있다. 죽녹원은 예전에 한 번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차로 왔었고 이번은 자전거니 감회가 새로웠다. 차의 속도로 달릴 때와 자전거의 속도로 달릴 때 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이렇게나 다르구나 하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마저 7km를 더 달려 담양댐 인증센터에 도착하고 영산강 자전거길을 원데이로 완주하였다. 지난 남한강 자전거길 원데이 완주를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크게 무리 없이 라이딩을 마칠 수 있었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아서 내일 섬진강 라이딩에 앞서 달려야 할 거리를 조금이라도 단축시켜볼 요량으로 순창 쪽으로 미리 이동할까도 고민했지만, 130km를 넘게 달리고 나니 피로가 꽤나 쌓인 상태라서 인증센터 바로 앞의 이감서 펜션에서 하룻밤을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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