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ain/BAC 섬&산

[BAC 섬&산] [030] 통영 사량도 지리산 2025. 5. 3. 토

무소의뿔 2025. 5. 21. 20:45

통영항으로 돌아와서 숨 돌릴 새도 없이 바로 차를 몰아 가오치항으로 넘어왔다. 사량도로 가는 배는 통영의 서쪽 외곽에 위치한 가오치항에서 탈 수 있다. 30분 안에 가오치항에 도착해서 주차까지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 매우 걱정했는데, 다행히 배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1시간이 조금 안 걸려서 사량도에 도착했다. 사량과 사랑, 발음의 유사성에 착안한 하트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섬의 규모로만 놓고 보면 욕지도에 밀리지 않는다. 특히 사량도는 내해에 위치해 있고 삼천포와 통영의 중간 위치에 있어서 육지와 왕래가 더 잦은 발달된 섬이다.

사량도는 상도와 하도로 나누어진다. 상도와 하도를 잇는 교량이 있어서 이제는 차로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사량도 상도에는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지리산이 있고, 하도에는 칠현봉이 있다. 한번의 섬 여행으로 BAC 등정을 두 군데나 할 수 있는 셈.

시간에 좇기느라 비진도를 다녀오고도 식사다운 식사를 아직 못 했다. 오랜만에 중식에 도전해 본다.

해물짬뽕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고 육수가 시원해서 좋았다. 해산물 종류가 대단히 많지는 않았지만 신선도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든든하게 식사를 다 마친 시각이 12:30이었다. 이런 섬들은 여객선이 도착하면 그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는데, 1시간 간격으로 다닐 줄 알았더니 2시간 간격이었다. 즉, 다음 마을버스는 항구에서 1:50에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5시 배로 사량도를 빠져나가야 하는데, 지리산과 칠현봉을 모두 돌아야 하는데, 아무리 계산을 돌려봐도 마을버스로는 답이 없었다.

나를 구원해준 것은 사량도 유일의 전동 바이크 렌탈 샵이었다. 시간당 2만원이라는 극악한 가격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에 지리산만 돌고 칠현봉을 못 돈다면, 결국 또 사량도에 와야하고, 그 시간과 교통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지금 바이크를 렌탈하는 것이 옳았다. 그리고 나는 결국 총 10만원을 결제해야만 했다...

바이크를 렌탈하는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하늘은 장대비를 퍼붓기 시작한다. 사나이답게 우산 없이 사량도로 왔기 때문에, 바이크를 타고 일주도로를 달리며 온몸으로 비를 이겨낼 뿐이었다.

눈물의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수우도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최단코스이므로, 일주도로를 따라 사량도 상도의 북쪽을 돌아 전망대로 왔다. 바이크로 오는데만 거진 20분이 넘게 걸렸다.

저기 보이는 섬이 수우도란다. 날이 좋을 때 왔더라면 사량도의 서쪽 바다와 그 너머의 삼천포까지 즐길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샛길처럼 등산로가 나 있다. 비가 오고 있는 만큼 안전에 더욱 주의하며 산행을 시작해 본다.

산행의 초반은 비교적 평온한 흙길이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고도를 획득하자 정말 무시무시한 코스가 펼쳐졌다. 사선으로 뾰족하게 침식된 바위를 헤치고 올라가야 하는 엄청난 능선이었다. 추락사고가 빈번한지 산 곳곳에 섬뜩한 경고판이 즐비했다.

정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발을 디딜 폭은 좁고, 안전장치는 마땅한 것이 없고, 비까지 와서 혹시라도 미끄러질까 두려운 마음을 다스리며 한발 한발 조심히 내딛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고즈넉한 섬마을을 내려다보며 힐링을 해본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그래도 펜스도 설치되어 있다. 펜스가 없던 시절에는 도대체 저기를 어떻게 올랐을까 싶다.

폭이 좁은 뾰족한 바윗길이 계속된다. 최단코스라고는 했지만, 등정거리가 생각보다 꽤 길었다.

천신만고 끝에 사량도 지리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이 397.8m로 거진 400m에 육박한다. 결코 낮거나 만만한 산이 아니다.

다른 등산객에게 부탁해서 인증용 기념사진을 남겨본다. 짧게 정상에서의 전망을 즐기고 다음 산행을 위해 신속하게 그러나 안전하게 하산을 시작했다.

넘어질까봐 두려워 조심하느라 생각보다 하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등산을 시작한 시각이 1시 40분이었고, 하산을 마친 시각이 3시 20분이었다. 5시 배로 나가기 전에 하도의 칠현봉에 오를 수 있을까? 분주한 마음으로 바이크를 몰아 일주도로를 달려내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