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배를 타고 욕지도를 떠나 연화도로 향한다. 욕지도에서 연화도는 매우 가깝다. 20분이 채 안 되어 연화도에 도착했다. 날씨는 하루종일 맑음이다.

욕지도에 비해 작은 섬이라 마을 규모나 인프라가 더 적다. 하지만 물만큼은 욕지도 못지 않게 맑다. 그리고 이날 연화도에서 이번 거제/통영 여행 최고의 비경을 즐길 수 있었다.

좌우로 섬이 긴데, 마을은 섬의 끝과 끝에 놓여 있다. 연화봉까지 오르는 길은 그리 멀지 않은데, 출렁다리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가 꽤 거리가 되는 편이다.

선착장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욕지도의 분주함과 대비를 이루는 연화도의 여유가 엿보인다.

등산로 입구는 데크길로 작게 나 있는데, 주위를 살피지 않고 걷다가 초입을 못 찾고 어구를 정리하는 어민들 구역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는 우를 범했다.

보됴교를 통해 반화도와 이어져 있다. 다만, 반화도는 트레킹 코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여행객은 없는 듯했다.

바로 이 데크인데, 마침 컨테이너 뒤에 쏙 숨겨져 있어서 찾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조금만 올라도 보도교와 선착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아 그런지 바닷물이 너무나도 투명하다.

연화봉까지 오르는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계단과 데크가 넉넉히 설치되어 있어서 걷기에 특별히 어려움은 없다.

다만, 사람 손길이 많이 닿는 지역은 아니라서 수풀은 꽤나 무성하다. 연화봉을 지나서 트레킹 루트로 더 행진하면 보덕암과 해수관음상까지 볼 수 있다.

비교적 새로 지은 연화봉 꼭대기의 불상이다. 대리석이 반질반질한 것이 축조 시기를 짐작케 한다.

연화봉에서 바라본 연화도와 통영 바다의 모습은 가히 절경이었다. 저 가파른 절벽을 따라 트레킹 코스가 쭉 이어진다.

정상석에 새겨진 연화봉의 해발고도는 212.2m이다. 어렵지 않은 높이이다.

사진을 부탁할 사람이 없어 괴랄한 각도로 기념사진을 혼자 찍었다. 삼각대를 필히 구매하여야겠다.

하산길은 연화도의 비경에 눈길이 사로잡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오전의 욕지도 천왕봉도 참 좋았지만, 연화도의 풍경은 한층 더 절경이었다. 애초에 출렁다리 트레킹은 예정에 없었지만, 점점 마음을 사로잡혀 갔다.

하산길에는 역시 또 새로 지어올린 석탑이 있다. 아직 세월의 흔적이 없는 이 석탑 위로 앞으로 수십 년간 어떤 세월들이 쌓여갈까?

유채꽃을 닮은 풀꽃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하산길이다.

통영으로 돌아가는 배 시간이 5시로 비교적 넉넉했다. 2시간 정도 여유 시간이 있는 셈이니, 이왕 연화도까지 멀리 온 김에 출렁다위까지 내질러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후회가 없는 선택이었다. 숨어있던 비경들을 영영 모를 뻔했다니 아찔하다. 정말 포근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바다와 숲과 섬이었다.

트레킹 코스에서 만난 여행객에게 부탁해서 절벽을 배경으로 아찔한 기념사진을 남겨본다.

연화봉에서 바라봤던 그 절벽은 가까이서 보니 더욱 장엄하다. 똑 부러질 것만 같은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늘어선 모습은 마치 추자도의 나바론 하늘길을 연상시킨다.

출렁다리와 그 너머의 동도마을이 보인다. 선착장보다 가구수는 더 적지만 야트막한 뒷동산과 곡선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출렁다리를 걷는 게 이번 트레킹의 별미였다. 절벽과 절벽을 이은 다리인데, 절벽의 깊이만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바람의 세기가 엄청나서, 몸의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출렁다리 위에서 내려다 본 절벽 틈 사이는 정말 깎아지르는 듯이 가파라서 또렷이 마주보기가 무서울 정도였다.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장관이었다.

내친 김에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출렁다리 너머 전망대까지 보고 간다.

믿을 수 없는 절경이다. 이번 여행 최고의 사진이 아닐 수 없다. 유화로 그려낸 듯한 연화도의 절경은 오랫동안 기억되리라.

5시 배를 타고 6시 즈음에 통영으로 돌아왔다. 숙소 근처의 생선구이 집에 가서 15,000원짜리 생선구이 메뉴를 주문하면 생선을 무려 세 마리나 구워주신다. 모두 도톰하게 살이 오른 녀석들이다.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여행 3일차의 밤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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