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바이크를 몰아 하도로 넘어왔다. 칠현봉에 오르는 최단코스는 덕용슈퍼를 찾아오면 된다. 바이크를 갓길에 세우고 등산을 시작하기 전에 마침 마을 주민이 나와계셔서 코스의 험난함 정도를 여쭸는데, 돌아갈 것을 권장했다. 오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 그러나 왕복 1시간 안에 칠현봉을 올라야 하는 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우선 등산로의 초입을 찾기부터가 너무 힘들었다. 인적이 드물어서 등산로와 숲이 구별이 어려웠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도는 덤이었다. 최단코스가 무색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가 너무 힘들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칠현봉 등정은 다른 루트를 추천한다. 덕용슈퍼 루트는 폐쇄되어 마땅하다. 단순히 힘든 것을 넘어서 안전사고의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큰 구간들이 다수 있어서, 등산에 나름 이골이 난 나로서도, 오히려 지리산보다 더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다.
명심하자. 덕동 루트는 잊자. 부디 사량대교 초입에서 오르도록 하자.
삼거리부터는 그래도 안전에 위협을 느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칠현봉까지는 봉우리를 세 개는 더 거쳐야 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선사에 연락해 6시 배로 일정을 변경하였다.
서쪽에서는 그래도 조금씩 먹구름이 걷혀간다. 하지만, 여기 칠현봉 부근은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고 잔비도 계속 내린다.
바로 앞의 봉우리인데도 안개가 자욱해서 멀게만 느껴진다. 칠현봉까지 이르는 길은 정말 험난하다.
애초에 덕동 루트가 최단 거리가 아니었나보다. 읍포에서 출발할 걸!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난리가 따로 없다!
지리산보다는 50m 정도가 낮다. 그래도 하도에서는 제일 높은 봉우리다.
땀과 비에 절은 채 기념사진을 남겨본다. 배 시간이 촉박하여 정상에서의 여유를 마음껏 즐기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하산하면서 비가 멎어들고 해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 무시무시한 덕동 루트를 내려가는 것은 더욱 험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덕용 슈퍼 근처에 바이크를 세워놨기 때문이다...
하산을 마치니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쳤다. 전쟁 같던 등산이었는데, 하산하니 섬에는 온통 평화가 내려앉아 있었다.
해가 나니 바이크 라이딩이 즐거워졌다. 10만원이나 내는데 이왕이면 산뜻하게 달리면 더 좋은 법이다.
사전에 코스를 엄격하게 기획하지 못한 내 잘못이 컸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우여곡절 끝에 사량도 상도와 하도를 하루 안에 다 마무리했다. 마지막 배는 승객이 거의 없어서 편하게 누워서 올 수 있었다.
섬에서는 정말 개고생을 했는데, 막상 떠나려 하니 사량도의 모습이 참 고즈넉하니 좋다. 야속한 사량도여!
가오치항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이렇게 4일차의 섬 여행을 마쳤다. 내일부터는 쉬어가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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