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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 섬&산] [018] 제주 마라도 대한민국최남단비 2024. 6. 6. 목

무소의뿔 2024. 6. 8. 17:33

한라산과 추자도 트레킹을 내리 하고 나니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정을 멈출 수는 없다. 셋째 날에는 마라도를 다녀왔다. 마라도로 가는 배는 모슬포에서 출발하는데, 모슬포항에서 출항하는 배와 근처 운진항에서 출항하는 배 2가지가 있다. 나는 버스 환승이 적은 운진항 쪽을 택했다. 운진항으로 가기 위해서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운진항에서는 가파도 가는 배와 마라도 가는 배 2가지 배편이 있다. 모슬포항도 마찬가지. 마라도 가는 배는 왕복으로만 표를 끊을 수 있고, 출항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마라도에서 90분에서 120분 사이 정도를 체류한다. 물론 마라도에서 1박을 한다면 다음날 배편을 끊을 수도 있지만, 마라도는 아주 작은 섬이라서 60분이면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충분하다.

제주는 많이 왔지만 마라도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약한 빗방울이 흩날리는 날이라서 다소 아쉬웠다. 맑은 날에 대한민국 최남단의 풍광을 즐길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배로 약 30분 정도를 가면 마라도에 접도한다. 현무암 절벽이 역시 인상적이다. 제주 경관의 8할은 현무암에 빚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무암 절벽 위로는 경사가 거의 없는 목초지가 펼쳐진다. 정말 작은 섬이라 산이라 부를 만한 것은 전혀 없다.

이제는 폐교를 해버린 마라분교.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진다.

마라도에서는 짜장면을 먹는 것이 국룰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짬뽕을 시켰다. 13,000원으로 가격이 다소 사악하지만 이런 외진 섬에 물자를 공수하는 노고를 생각하면 납득이 안 가는 가격도 아니다.

마라도에 자리잡고 있는 기원정사라는 자그마한 절도 들려본다. 대웅전만 목조건물로 되어 있고, 나머지 사무소는 컨테이너 박스로 되어 있어서 절 특유의 고즈넉함은 다소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가장 최남단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의 땅이라니 신기하다.

대한민국최남단비에서 인증 사진을 남겨본다.

마라도에 위치한 성당. 이 작은 섬에 절도 있고 성당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마라도 등대. 마라도에서 가장 최신식이고 깔끔한 건물이 아닐까 싶다.

해안선을 따라 난 트레킹 코스를 따라 계속 걷는다. 마라도의 동북쪽 길에서 풍광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할망당이라고 전설에 따라 해녀들이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한다. 어린 여아를 제물로 바쳐 풍랑을 면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11시 10분 배를 타고 마라도에 왔다가 1시 배를 타고 다시 떠난다. 배로 이동한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로 마라도에 머문 시간은 80분 정도밖에 안 되는 셈. 그래도 마라도를 한 바퀴 다 돌고 짬뽕까지 먹었으니, 아주 알찬 여정이었다.

운진항으로 돌아와서는 근처 명소를 돌았다. 우선 버스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으로 향했다. 입장료 1,500원을 받지만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용머리해안 코스에서 나와 주차장 옆으로 난 제주올레길을 따라 걸으면 하멜기념비가 있다. 특별할 것은 없다.

하멜기념비를 지나 올레길을 조금 더 걸어가면 황우치 해변이 나온다. 뉴진스의 이번 앨범 수록곡인 버블껌의 뮤직 비디오를 촬영한 장소라 한다.

황우치 해변에서 바다를 즐긴 후 산방산으로 향한다. 산방산 입구에는 광명사, 산방사, 보문사, 이렇게 절이 세 개나 있는데, 그 중에 보문사가 가장 크고 황금 불상도 있어 볼거리가 많다. 눈을 사로잡는 팔정도 비석이다. 정견, 정사, 정언, 정업, 정명, 정념, 정행, 정정진. 살포시 마음 속에 새겨본다.

산방산은 2023년까지 입산이 금지되었고, 산방굴사까지만 갈 수 있다. 산방굴사까지 가는 길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경사가 상당하다.

풍화혈이라고 하는 독특한 바위도 있다. 말그대로 풍화작용에 의해 동굴이 형성되는 것. 산방굴사는 바로 이 풍화혈에 위치해 있다.

동굴 안에 고이 모셔진 부처님. 잠시 기도를 드려본다. 딱히 무슨 소원을 빌지는 않았다.

산방굴사를 다녀온 후 택시를 타고 산방산 탄산온천으로 가서 온천욕을 즐겼다. 3일간의 피로를 씻어내주는 개운함이었다.

사우나 후 바나나우유는 국룰이다.

탄산온천에서 제주 시내로 가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극악이라, 온천 근처의 가게에서 돈까스로 저녁을 해결했다. 관광지 식당답지 않게 맛은 의외로 훌륭했다. 이렇게 마라도 및 서귀포 여정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