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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 섬&산] [015] 인천 백령도 서해최북단백령도비 2024. 5. 20. 월

무소의뿔 2024. 5. 22. 15:12

대청도에서 20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백령도에 도착한다.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위치한 섬이다. 지리상으로 보면 황해도와 훨씬 가깝다. 6.25 전쟁 때 백령도를 사수해서 우리나라 해역이 한층 넓어질 수 있었다.

옹기포 선착장에서 내려 사곶해변까지 걸어갔다. 백령도에는 스쿠터 렌탈은 따로 없고, 차를 렌트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다음날 점심 배로 금방 나올 요량이어서 따로 차를 렌트하지 않았다. 다음날 안개 때문에 출항이 조금 지연되었는데, 차를 렌트하는 게 좋을 뻔 했다. 차량 렌탈은 하루 기준 6만원 ~ 7만원 선이다.

세계에서 2개밖에 없는 천연 비행장 중 하나인 사곶해변이다. 직선으로 곧고 넓게 뻗은 해변이 인상적이다. 잔잔한 파도와 함께 해변 안쪽으로는 진지가 구축되어 있다.

BAC 인증지인 서해최북단백령도비는 사곶해변의 남쪽 끝에 위치해 있다. 공영버스를 탄다면 백령종합운동장 역에서 내리면 가깝다. 참, 백령도를 순환하는 공영버스가 있는데, 북포리 방면 순환과 화동 방면 순환 2가지가 있고, 하루에 5회 운영한다. 배차 간격은 2시간에 한 번이다.

사곶해변을 따라 넓게 나 있는 뚝방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본다. 오후가 되니 구름이 걷히고 해가 쨍하다.

드디어 도착하였다. 옹기포 선착장에서 최북단비까지 1시간 정도가 걸렸다. 5km가 조금 안 되는 거리였다.

BAC 인증을 위해 셀카를 찍어본다. 역시나 초점이 아쉽다.

비석 근처에 멋진 기암괴석이 있는 숨겨진 해변이 있다. 휴가를 받은 군인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백령도에는 주민이 절반, 군인이 절반이라고 한다.

돌아가는 길은 너무 힘들어 콜택시를 불렀다. 백령도에는 약 7대의 콜택시가 있다고 한다. 섬 특성상 요금이 다소 사악한데, 4km 정도를 이동하는데 요금은 12,000원이 나왔다. 그리고 현금과 계좌이체만 된다. 다행히 현금이 조금 있어서 값을 치뤘다. 백령도에 장촌칼국수가 맛이 좋다고 해서 저녁 식사를 하러 찾아왔다.

수육 한 접시가 만 원밖에 안 한다. 군인이 많아서인지 가격이 착하다. 맛도 훌륭하다.

굴이 들어가서 국물이 시원한 것이 특징인 장촌칼국수였다. 면도 쫄깃하고 육수도 훌륭했다. 물론 하루종일 산을 오르고 걷느라 피곤한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말이다.

급히 섭외한 펜션치고는 컨디션이 매우 훌륭했다. 북포리 쪽에 위치한 펜션인데, 근처에 펜션이 꽤 있다. 여름 성수기 때는 휴양으로도 백령도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장님이 친절하셔서 근처 마트까지 나를 태워주셨다. 밤에 마실 맥주 두 캔을 구매해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백령도는 온통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서해 전체가 안개가 자욱했는데, 그래서 인천에서 백령도로 출항하는 배가 2시간 지연되었다. 그만큼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나가는 배도 2시간 지연되는 것. 시간 여유가 좀 생겨서 백령도의 여기저기를 돌아볼 계획을 세웠다.

먼저 공영버스를 타고 두무진으로 향했다. 두무진은 백령도가 자랑하는 최고의 절경으로, 그 바위의 모습이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 같다 하여 '두무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질공원으로 꾸며놓아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두무진포구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분주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런 외딴 섬까지 외국인들이 들어와 있다니 새삼 신기했다.

지질공원은 데크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편하게 걸으며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전체를 다 돌아도 2km 정도밖에 안 되어 크게 어려운 구간은 아니다. 다만, 암석과 암석 사이로 난 데크 길 경사가 상당하다.

암석을 보러 가는 길에는 참호가 둘러쳐져 있다. 여기가 우리나라의 최북단 도서 지역임을 다시 한번 실감된다.

두무진의 기암괴석은 정말 장관이었다. 수억의 세월을 거쳐 파도가 빚어낸 조각상이 아닐 수 없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도 그리고 기상이 드높은 두무진의 바위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백령도의 진미라 할 만하다.

두무진 관람을 마치고 백령도 서남쪽에 위치한 천안함 46 용사 위령탑을 보러 걸음을 재촉한다. 2시간에 한번 오는 공영버스를 때맞춰 타려면 걸음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 두무진에서 위령탑까지는 약 4km 거리이고, 근처 마을 정류장까지 또 이동을 해야 하니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가는 길에 언덕을 하나 넘어야 해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라 해도 꽤 힘이 들었다. 표지판에서 약 1km 정도만 더 가면 위령탑이 나온다. 물론 위령탑도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해 있다.

2002년 월드컵으로 전국이 떠들석하던 때에,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났다. 꽤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때 나는 아직 중학생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위령탑을 마주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46명의 용사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눈에 담아두었다. 무수히 놓여져 있는 헌화들이 그날의 사건이 아직 우리와 같은 시간 속을 흐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위령탑 전망대에서는 백령도 서남쪽 바다가 한 눈에 들여다 보인다. 자욱한 안개 때문에 시야가 다소 제한되는 날이었다.

시간을 잘 맞춰서 연지동에서 공영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백령도 원주민인 할머니 세 분이 버스에 탔는데, 황해도와 가까운 섬이라 그런지 말씨에서 이북 사투리의 느낌이 물씬 났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서해 5도에는 냉면이 유명하다고 해서 특별히 면사무소 부근의 맛집 냉면 가게를 찾아왔다. 까나리액젓으로 육수를 낸다는데,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이라고 한다.

사곶냉면과 메밀전병 그리고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냉면은 정말로 육수가 매우 휼륭했다. 평양냉면의 슴슴한 맛에 까나리액젓이 더해져 짭조름한 육수맛이 일품이었다. 백령도에서 특히 놀라웠던 점은 식당의 손이 매우 크다는 것인데, 메밀전병도 너무 푸짐하게 나와서 배가 터질 뻔 하였다. 물론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결국 다 먹어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3시 배를 타러 옹기포 선착장까지 약 3km 길을 다시 걸어가본다. 원래는 1시 30분에 떠나는 배가 마지막 배인데, 아침에 안개 때문에 다소 지연되었다. 오후가 되니 안개가 걷혔다.

옹기포 선착장 앞에 백령도 푯말이 있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시간이다.

작은 선착장이지만, 인천으로 나가는 섬 주민들, 관광객들, 그리고 휴가를 떠나는 군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급하게 다녀온 여행치고는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렇게 나의 14번째, 그리고 15번째 섬&산 여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