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프로젝트로 어제는 소요산을 다녀왔고, 오늘은 벼르고 벼려왔던 자월 - 대이작 - 승봉 섬 투어를 출발했다. 1박을 하지 않으면, 인천 연안항을 3번이나 와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대이작도에서 1박을 하고 3 섬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일정이 맞겠다 싶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첫 지하철을 타고 거진 세 달만에 연안항으로 왔다. 8시 반 첫 배를 타고 자월도로 들어간다.
잠깐 눈을 붙였는데 깨보니 창밖으로 육지가 보여서 부리나케 지도 앱을 켜서 확인해 보니 30분여 만에 자월도에 도착했다. 역시 쾌속선의 힘!
인천항에서는 자월도, 대이작도 또는 승봉도로 가는 구간만 예매가 가능하고, 세 섬 사이의 배편은 각 섬의 매표소에서만 발권이 가능하다. 대이작도로 넘어가는 오후 배를 먼저 예약해두고 여정을 시작해 본다.
뙤약볕을 피할 길 없는 한여름의 바다. 그 열기가 해수면을 뚫고 올라오는 듯하다.
선착장의 오른쪽으로 난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간다. 가능하다면, 등산 코스와 하산 코스를 달리하자는 게 내 주의이다.
아직 10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정말 무덥기 그지 없다. 빨리 임도길이 나오기를 바라며 걸음을 재촉해 본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임도가 나왔다. 국사봉까지는 약 1.3km 거리이고 국사봉 자체도 해발 166m 밖에 안 되어서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다만, 어제 소요산에서 여름 산행의 고됨을 제대로 맛 본 후라 그런지 조금 걱정이 들기도 한다.
호박넝쿨(?) 뒤로 빼꼼 바다가 보인다.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여름 산은 시각적으로는 참 청량하다.
이정표 장난질은 전국 공통이구나! 300m밖에 안 걷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오는 동안 풀뱀도 봤단 말이다...
서편 끝까지 트레킹을 하는 코스도 있지만, 체력을 아끼기 위해 국사봉을 찍고 면사무소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봉수대가 있다니! 그러면 봉화꾼도 있었겠지. 몇백 년 전 이 곳에서 불을 피우는 봉화꾼의 삶은 어땠을까 잠시 상상해 본다.
봉화대를 잠시 둘러본 후 걸음을 재촉한다. 봉화대에서 국사봉 정상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남진의 노래가 떠오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녹음이 우거진 봉우리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정자라니. 정자의 지붕이 만들어낸 그늘 사이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산행의 열기를 식혀준다.
안개가 자욱하여 시야가 다소 흐리긴 하지만, 그래도 잔잔한 서해 바다가 한 눈에 펼쳐져 보인다.
국사봉 정상석 기념 사진을 찍어 본다.
블랙야크 용 인증샷도 찍어본다. 땀으로 샤워를 한 듯하다.
면사무소 뒷길로 하산을 한다. 내려오는 길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어 걷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트럭 한 대가 마침 지나가는데, 운전자 외에 짐칸에 세 분이 서 계셨다. 아래로 뻗은 나뭇가지를 만나자 셋이 동시에 허리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특유의 위트가 느껴져서 잠시 미소를 지었다.
작은 섬 마을의 보육교사의 삶은 어떤 것일까 잠시 상상해 본다.
큰말해수욕장에 피서를 온 가족 단위 휴양객이 있다. 옆에 장골해수욕장이 더 크고 잘 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런 프라이빗 비치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는 어떤 추억을 남겨갈까?
이상하게 아침부터 계속 짜장면이 먹고 싶어서 눈여겨 봐뒀던 가게다. 옛날짜장이 단돈 7,000원으로 참 가격이 착하다. 짬뽕도 당겼지만, 매운 걸 먹으면 다음 날 고생할 것을 이미 잘 알기 때문에 짜장을 택했다.
옛날짜장으로 요기를 하고, 근처 카페로 와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여행기를 마무리한다. 이제 잠시 정비 후 대이작도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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