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이하여 조금 멀리 내려왔다. 1박2일로 변산과 선운산을 모두 돌아볼려고 했으나, 둘째날은 대설특보 때문에 선운산을 결국 포기하고 변산만 다녀왔다. 연휴 말미라 그런지 차가 많이 밀리지 않아서 쾌적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살면서 처음 와 보는 변산. 박정민과 김고은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영화 변산을 떠올리며 왔다. 국내여행을 많이 다닌 아빠가 변산에 가면 꼭 채석강 일몰을 봐야한다고 해서 빠르게 등정하고 채석강까지 볼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원체 높지 않은 산이고, 내소사라는 꽤 괜찮은 사찰이 있어서 생각보다 인파가 많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꼭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들릴 만한 관광지이다.
능가산 내소사. 정확히는 변산이라기보다는 능가산인가보다.
사찰까지 가는 산책로가 고즈넉하게 잘 꾸며져 있어서 오가는 인파가 제법 있다.
산책로를 따라 쭉 가면 내소사가 나오고, 중간에 왼편으로 길을 틀면 등산로가 나온다. 의상봉이라는 봉우리가 변산반도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지만, 군부대가 있어서 출입이 어렵다고 한다. 대개 관음봉을 오르는 것으로 코스를 대신한다고 한다. 나도 관음봉 등정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며칠 전 들렸던 유명산에 비하면 정말 안락한 등산로이다. 흙을 밟으며 걷는 기분이 또 참 좋다.
오르는 길은 날씨가 꽤나 포근해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늦가을 정도 날씨랄까. 오를수록 내변산의 크고 작은 산들이 화폭처럼 눈에 담겨온다.
날이 다소 흐린 게 아쉬웠다. 시야가 맑은 날에 올랐으면 정말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저기가 관음봉일까. 앙상한 겨울나무들 뒤로 회색 봉우리와 군데군데 침엽수가 펼쳐진다.
그냥 만만하게 볼 산은 또 아닌게, 중간중간 초보자가 걷기에는 꽤 힘든 코스들도 있다. 물론 베테랑인 내게는 식은 죽 먹기이다.
산의 뒤편으로 돌아들어가니 채 녹지 않은 얼음들이 보인다. 산세가 깊어질수록 저런 얼음골들이 늘어난다. 다행히 등산로에는 얼음이 얼어 있는 구간은 없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아빠가 변산에 가면 직소폭포도 보는 게 좋다고 추천을 하였지만, 시간 관계상 직소폭포는 도저히 들릴 염두가 나지 않았다. 저 내변산 안으로 깊숙히 흐르는 천이 직소폭포에서부터 흘러나온 물일 것이다. 직소폭포가 어떤 곳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라서 한 시간 정도만에 등정을 완수했다. 다만, 300m 지점부터 기상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작년 한라산 등정 때 해발고도가 높아지면서 안개 속을 걷느라 몹시 추웠던 기억이 다시 엄습했다. 정말 놀랍게도 산의 안쪽으로 들어서니까 급격히 비구름이 몰려오는 바람에 꽤나 추운 상태에서 등정을 마무리했다.
등정비에 기대서 사진을 한 컷 남겨본다. 이번 산행도 고생 많았다!!!
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외변산의 바다와 내변산의 야트막한 산들을 눈에 담아 본다.
고즈넉한 반도 속 반도, 그 안의 작은 마을이 인상적이다.
그냥 돌아가기 아쉬워서 내소사를 살짝 둘러보고 간다. 천 년을 산 나무라고 한다. 나는 아직 한 세기의 삼분지일 정도만 살았는데도 이리 힘들고 고달픈데, 이 나무는 어떻게 나의 33배를 살았을꼬...
사찰의 시설 대부분이 새로 보수해서 그런지 상태가 훌륭했다. 오직 삼층석탑만이 세월을 그대로 버텨서 과거를 말해준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가는 길. 양 옆으로 늘어선 벚나무가 봄이 오면 얼마나 화려할지 짐작케 한다.
아빠 말을 잘 듣는 나는 결국 채석강을 보러 왔다. 날이 너무 흐려 그 예쁘다는 채석강 일몰을 못 본 건 아쉽지만, 다른 좋은 날이 있겠지. 산은 오늘만 오르는 게 아니고, 여행은 오늘만 다니는 게 아니고, 삶은 오늘만 사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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