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올빼미 후기

무소의뿔 2022. 12. 6. 16:45

공조2 이후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았다. 연기력에 의문이 없는 유해진과 류준열 투톱 조합이라 별 걱정 없이 영화관으로 향했는데,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다. 물론 두 배우의 연기력은 발군이었으나, 내러티브의 엉성함이 연기의 출중함을 모두 감춰버린 케이스.

인조와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소현세자의 독살과 관련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것이 서사의 주된 얼개이다. 류준열은 봉사 침술사 역할을 맡았고, 유해진은 인조 역을 맡았다. 극 중 인조는 남한산성에서의 패배 이후 청에 대한 적개심에 정신이 거의 반쯤 미쳐 있는 광인으로 묘사되는데, 유해진의 '미친 왕' 연기도 그럭저럭 훌륭한 편이었다.

서사에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운데, 첫째, 극의 성격이 극명하게 전환되는 중간지점, 즉 소현세자의 독살 이전 시점에 할애된 서사의 양이 쓸데없이 길어서 몰입을 저해한다. 둘째, 그 전반부 동안 이렇다한 극적 긴장 요소가 없는데도 어색한 유머 코드를 불필요하게 군데군데 배치해 두었다. 셋째,극의 후반 류준열이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서 특정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스포 방지를 위해 구체적 언급은 피하겠다), 그러한 인물의 입체적 성격 변화에 대한 서사적 정당화가 너무 빈약하다.

택이 아빠가 어의 역할로 분하는데, 사실 택이 아빠에게 서사의 일부를 할애했더라면 스토리가 더 풍성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의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그런 선택을 강요 받았을 때의 인간적인 고뇌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되어 있다. 생략할 부분은 풍성하게 풀고, 풍성하게 다뤄야 할 부분은 과하게 생략한 느낌이다.

큰 잔치를 기대했는데, 잔칫상이 소박하여 김이 빠지는 약간 그런 형국이다. 넷플릭스로 풀리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섭 후기  (0) 2023.01.20
아바타2 물의 길 후기  (1) 2022.12.26
무간도 후기  (0) 2022.11.16
보통사람 후기  (0) 2022.11.16
자백 후기  (0)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