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인사이드 아웃 2

무소의뿔 2024. 7. 16. 23:19

퇴근하는 친구를 꼬셔서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왔다. 영화를 내리기 전에 그래도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2015년에 개봉한 전작도 영화관에서 봤었다. 9년의 시간, 시간보다는 세월이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인사이드 아웃은 가히 충격적인 애니메이션이었다. 사람의 마음에 깃들어 있는 감정을 의인화하고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맞춰 극이 전개되는 구성이란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진부한 스토리텔링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픽사의 멋진 그래픽으로 시각화해낸 점이 참 인상 깊었다. 빙봉이 사라지는 그 장면의 애달픔이란, 뭇 성인들의 눈물샘을 많이도 자극했었다.

인사이드 아웃 2는 전작보다는 몰입도가 떨어지지만,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보면 아주 깊은 공감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온전히 늙어버린 나로서는 그저 덤덤하게 영화를 볼 뿐이었지만, 내 청소년기가 어땠었는지 오랜만에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 안의 감정에 귀를 기울인 적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 사람의 마음은 무뎌지고 무뎌져 감정이 어떤 의사결정의 중심에 설 일이 거의 없어져 버려서, 이제는 극단적인 감정이 아니면 잘 감지조차 안 된단 말이다. 격정적인 사랑, 극도의 분노, 때로는 극한의 허무(공허감, 우울감이라는 감정을 의인화해서 인사이드 아웃 3를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적으로 어른의 시각에서 말이다)가 아니면 이제는 느껴지지조차 않는 그런 무미건조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사람의 감정과 마음의 흐름을 의인화하고 서사를 구성하는 작업이 얼마나 흥미로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뇌과학, 인지심리학 쪽을 작가들이 열심히 공부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억의 저편, 의식의 흐름, 자아 등 심리학적인 개념들이 영화적으로 구성되는 포인트들을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전반적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편한 애니메이션이었다!

'Cine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공식작전  (0) 2024.07.22
댓글부대  (0) 2024.07.18
탈주  (0) 2024.07.08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  (0) 2024.06.02
1947 보스톤  (0)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