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한 연기를 보여줬던 구교환의 연기가 궁금하기도 해서,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DP에서 장난기 많은 군인 역을 소화했던 구교환보다는 반도의 구교환 느낌에 가까웠다. 물론 조금 더 정제된 연기 톤이었다. 은은한 광기를 눈빛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구교환을 따라올 자가 없을 듯하다.
이제훈 배우의 눈빛에서는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장꾸 같은 연기라면 이제훈도 딱히 구교환에게 밀리지는 않지만, 이제훈의 가장 좋은 점은 눈빛만으로 선과 악 그리고 혼란을 모두 표현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번에는 폐쇄된 사회를 떠나 자유를 찾아 탈주해야만 하는 강렬한 생의 의지를 너무나도 잘 그려내주었다.
배우들의 연기에 비해 아쉬운 부분은 개연성과 스토리텔링이 아니었을까. 주인공들이 그래야만 했던 동기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 몇 번의 짧은 추억 회상 장면만으로는 이 엄청난 탈주극의 동기가 정당화되기 어려웠다. 이제훈은 그렇다고 쳐도 구교환이 왜 그렇게 광기 서린 보위부 간부가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정말 너무 부족했다.
극의 개연성에도 다소 아쉬움이 있다. 극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있는 듯하다. 갑자기 등장해서 뜬금없이 사라진다. 이는 영화를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극적 연출을 위해 사골이 되어버린 플롯을 택한 부분도 다소 아쉽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아쉬움의 최고봉은 BGM에 있다. 물론 좋은 노래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 어울리지 않았을 뿐더러, 영화의 처음과 끝에 두 번씩이나 나올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