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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 섬&산] [007] 인천 장봉도 국사봉 2024. 3. 6. 수

무소의뿔 2024. 3. 6. 14:05

오늘은 인천 영종도에서 멀지 않은 장봉도와 신도 두 곳의 봉우리를 정복하러 다녀왔다. 헬스도 포기할 수 없어서 평소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헬스장을 다녀온 후 8시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섰다. 다행히 올림픽대로 소통이 원활하여 영종도 삼목항까지는 약 1시간 정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 가는 길을 제외하고는 영종도의 구석구석을 둘러볼 일이 거의 없다. 삼목항은 장봉도와 신도로 드나드는 영종도의 선착장인데, 그 존재의 인식이 불과 며칠 전이고, 실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침이라 아직 바닷바람이 꽤나 쌀쌀하다.

현재 장봉도/신도를 오가는 배편은 세종해운이 유일하다. 다른 해운사 부스가 하나 더 있기는 한데, 현재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운항 시간표를 잘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9시 15분에 도착해서 10시 10분 배를 타야 한다. 15분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일정을 더 여유 있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을텐데, 다소 아쉽다. 삼목항에서 장봉도까지는 인천 거주자를 제외하고 편도 3,000원 요금이다.

오랜만에 페리를 탄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배를 탄 게, 부모님과 제주도에 놀러가서 우도를 들어가는 페리였던 듯 싶다. 

선상에서 신도를 바라보며 푸른 바다를 눈에 담아본다.

비수기라 이용객이 많지 않아 선내가 상당히 쾌적하다. 가져온 노트북으로 업무를 살짝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작년 봄 남미 여행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꽤 배를 많이 탔다. 티티카카 호수에서도 타고, 우수아이아에서 유람선도 탔다. 배 뒤에 일으나는 포말을 보니 문득 떠올랐다.

삼목항에서 장봉도 선착장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장봉도 선착장에 내리면 바로 앞에 농어촌 공영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배의 입도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고 출도 시간에 맞춰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요금은 1,300원이다. 다른 포스팅에서는 현금만 된다고 했었는데, 이제 교통카드로도 가능하다.

10:55 버스를 탔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붕 뜬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 국사봉으로 오르는 최단코스는 선착장에서 2 정거장 떨어진 말문고개 정거장이다. 금방 도착한다.

다른 부부 등산객과 함께 말문고개 정거장에 내렸다. 말문고개에서 국사봉까지는 매우 쉬운 코스고 높이도 매우 낮아서 큰 부담 없이 하이킹이 가능했다.

등정 시작 전 말문고개에서 바다를 눈에 담아본다.

체감으로는 50m 정도 등정한 듯하다. 흙길이라 어려움은 없었다. 등정 거리도 500m가 채 안 되는 느낌이다.

먼저 올라온 등산객 부부에게 부탁해서 기념 사진을 남긴다. 두 분도 블랙야크 섬&산 도전 중이라고 한다. 사실 두 분 덕분에 점심시간 대 버스가 비어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동서로 길게 늘어선 것이 꼭 쿠바를 닮았다. 어차피 말문고개로 다시 내려가봤자 할 것도 없고 정말 거기는 정거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한들해변으로 내려가서 1시 20분 버스를 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조금만 내려가면 바로 민가가 보인다. 섬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과 마음가짐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친 김에 해안까지 계속 걷기는 했는데, 한들해변과는 영 닿을 수 없는 동네다. 저 뻘의 좌측 끝을 돌아나가야 한들해변인데, 길이 이어져 있지 않아서 포기하고 식당을 찾아본다.

이 동네에 있는 몇 안 되는 식당인데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답은 Keep Moving 뿐이다. 500m 정도를 더 걸어가면 건어장 해변이 나오고, 네이버지도에서 식당과 카페가 검색이 된다. 건어장 해변으로 계속 이동을 해 본다.

국사봉 등산보다 국사봉 하산 이후에 더 많이 걷게 될 줄이야... 그리고 건어장 해변에 열심히 찾아갔는데, 카페 두 곳은 모두 영업을 하지 않고 있고, 마을 어귀에서 쉬고 계신 어르신께 혹시 문을 연 식당이 있느냐 물었더니, 섬 뭐시기 식당은 항상 연다고 하셔서, 반신반의하며 식당 쪽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정말 식당이 있다! 네이버지도에서는 '섬사랑협동조합'으로 나오는데, 지역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식당이다. 시골집 스타일의 건물이라 간판이 없으면 식당인줄 전혀 모를 뻔 했다. 아무튼 500m를 더 걸어온 보람이 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된장찌개 백반을 만들어주셨다. 봄냉이 향이 물씬 나는 된장찌개다. 생굴은 원래 제공이 안 되는데, 총각이 잘 생겨서 주는 거라며 서비스로 챙겨주셨다. 하이킹과 트레킹 직후라 몹시 배가 고픈 상태여서, 정말 맛있게 한 끼를 잘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장봉2리 정거장으로 돌아왔다. 선착장으로 가는 1:20 출발 버스를 타기 전 건어장 해변을 조금 더 즐겨본다. 점심시간이 다소 붕 뜬 것 같아 처음에는 시간이 아까웠지만, 이렇게 여유 있게 바다 구경도 하고 맛있는 점심식사까지 먹으니 매우 만족스럽다. 이제 선착장에서 1:50 배를 타고 신도로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