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5. 3. 수요일
오랜만에 알람 없이 푹 숙면을 취한 아침이다. 창 밖으로 맑게 갠 하늘과 설산의 풍경이 아름답다. 씻고 우수아이아 시내로 나가본다.

날이 맑고 바람이 없어 사진이 참 예쁘게 잘 찍힌다. 항구 도시의 매력이 듬뿍 느껴진다.

오전엔 날이 맑아서 사진이 참 이쁘게 담겼다.

부둣가에는 비글 해협 투어 티켓을 파는 키오스크가 즐비하다. 비수기라 펭귄 섬까지 다녀오는 6시간 짜리 투어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후 세시에 출발하는 3시간 짜리 비글 해협 투어 티켓을 12,000 페소에 끊었다.

출항을 기다리는 페리들. 우수아이아를 찾는 관광객들은 99.9% 이 비글 해협 투어를 가기 위해 모여든다.

바람이 잔잔해서 구름 반영이 예쁘게 찍힌다.

어제 세상의 끝 박물관을 다 돌아보지 않아서 우선 박물관으로 향했다. 고고학, 고인류학에 꽤 관심이 있어서인지 어제 우수아이아 근현대관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돌아볼 수 있었다. 아시아 끝자락에서 알래스카를 건너간 인류가 남미 대륙의 끝자락까지 왔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지 않은가.

야마나 족의 언어를 정리한 사전이라고 한다.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상의 끝 우체국에서 편지를 못 부쳤지만 우수아이아 시내에도 우체국은 있다. 약 1,500 페소에 동아시아로 부치는 우표를 살 수 있다.

점심으로 킹크랩 3차 시도를 했지만 아직 킹크랩이 들어온 게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다른 레스토랑으로 가서 오징어 튀김과 해물 스튜를 주문했다.

해물 스튜는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했는데 꽤 양이 넉넉해서 만족스러웠다. 오징어 튀김도 딱딱하지 않게 부드럽게 잘 튀겨내왔다.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 들러 핫 초콜릿을 주문하고 나에게 보낼 엽서를 썼다. 도착까지 15일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과연 올지 궁금하다.

기념품 가게에서 산 400 페소짜리 우수아이아 엽서. 뒷편에 주소와 내용을 적어 우체통에 넣어본다.

비글 투어를 출발하기 위해 다시 부둣가로 내려왔다. 아무리 봐도 참 전경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바우처를 탑승권으로 교환해준다. 나는 LM이라는 이름의 페리를 타고 투어를 떠난다.

시원한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다. 남반구의 끝자락에서 바다와 바람과 파도를 느껴본다. 맑고 청명하고 투명하다.

페리는 먼저 작은 섬에 도착한다. 여기서 비글 해협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른다. 선착장에는 야마나 족의 생활상을 묘사한 전시물들이 몇 개 있다.

찰스 다윈이 비글 호를 타고 지나갔다고 해서 이름 붙은 ‘비글 해협’. 찰스 다윈은 이 곳의 가마우지를 본 후 펭귄을 보고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180년 전 다윈이 지난 그 길에 내가 서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짧은 섬 투어를 마치고 나서 페리는 바다 깊숙한 곳으로 좀 더 달려간다. 이곳에서 바다가마우지 떼를 볼 수 있었다. 정말 생긴 게 펭귄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귀여운 가마우지들. 성수기 때 오면 펭귄 섬까지 가는 6시간 짜리 투어를 하면 펭귄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위섬의 한 편에는 바다가마우지 떼가 몰려 있고, 다른 한 편에는 바다사자들이 몰려 있다. 얘네는 이 추위 속에서 어떻게 이리 잘 버티는지 신기하다.

멀미약을 미리 먹고 배를 탔는데도 약간 울렁이는 느낌이 들어서 급하게 코카콜라를 한 캔 마셔본다.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왕가위 감독의 ‘Happy Together’에 나와서 더 유명한 우수아이아의 ‘세상의 끝 등대’. 사실 등대 자체는 여느 등대와 다를 것 없지만, 상징성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한국에 돌아가면 Happy Together를 한 번 봐야겠다.

등대까지 보고나면 고래 투어가 시작된다. 고래를 보기 쉬운 계절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고래의 모습을 담기 위해 나를 포함해서 많은 승객들이 바다의 매서운 바람을 무릅쓰고 갑판 위로 향했고, 결국 만족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비글 해협 투어를 마치고 킹크랩 4차 시도를 하러 갔다. Tia Elvira라고 이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한 킹크랩 레스토랑을 네 번째 방문한 것인데, 점심 방문 때 저녁에는 킹크랩이 들어올 거라고 점원이 얘기해줘서 마지막 희망을 안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수조에 킹크랩 열댓 마리가 채워져 있는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킹크랩 생물을 주문했다. 작은 놈은 28,000 페소, 큰 놈은 32,000 페소, 특대형은 35,000 페소로 현지 물가로 치면 상당하지만 한국의 킹크랩 가격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킹크랩 생물을 주문하면 수조에서 바로 킹크랩을 건져 올린다. 4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손에 넣은 킹크랩이라 더욱 기대가 된다.

바로 킹크랩을 쪄 온다. 비쥬얼부터 위풍당당 그 자체이다.

다리마다 가득 찬 게살의 맛은 정말 훌륭했다. 원래 손에 뭘 묻히는 것을 싫어해서 갑각류를 거의 안 먹지만, 오늘만큼은 예외로 둔다.

배불리 먹고 후식으로 젤라또까지 사서 먹었다. 이렇게 여유로웠던 우수아이아에서의 두 번째 날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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