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12]

무소의뿔 2023. 4. 23. 12:07

23. 4. 21. 금요일

6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한다고 해서 서둘러 일어났다. 추비카 마을의 숙소는 방이 부족했는데, 뜻하지 않게 스위스 누님과 같은 방에 머물게 되었다. 꽤나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산간오지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다. 다행히 침대는 두 개였다. 9시 조금 넘어서 잠에 들었는데 꽤나 숙면을 취했다. 9시간을 깨지 않고 푹 잤다.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잠을 깰 겸 담배를 한 대 피러 나왔다가 뜻하지 않게 아름다운 우유니의 일출을 보게 되었다. 밤에 꽤나 쌀쌀했지만, 태양이 떠오르고 조금 뒤면 곧 더워질 것이다.

7시 반쯤 투어 2일차를 시작했다. 오늘은 소금 사막 지대를 벗어나서 우유니 고원의 다양한 자연 풍광을 즐기는 하루이다. 가는 길에 귀여운 라마 떼를 보기도 했다.

잠시 산 후안 마을에 들렸다. 이 마을 부근에서는 퀴노아를 대량으로 재배하는데, 퀴노아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슈퍼 푸드로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퀴노아는 마침 해발고도가 높은 고산지대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여기서 재배한 퀴노아가 전세계로 수출된다고 한다.

다시 한참 고원을 달려 철길을 만난다. 어제 투어를 시작할 때 기차무덤 옆으로 난 철길이 여기까지 이어져 있는 것. 철길을 만나 신나서 기념 사진을 남겨본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였던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이름을 남겨본다.

다시 밴을 타고 달려왔고 이번에는 화산 활동의 흔적을 둘러본다. 저 멀리 산 정상 부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보인다. 우유니 고원의 화산은 모두 사화산이지만, 휴화산인 것이 하나 저기 있다고 한다. 산등성이의 색깔에 따라 화산의 활동 정도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하는데, 초록색인 지금은 안전한 시기라고 한다. 살면서 화산을 직접 본 게 처음이라 몹시 설레었다.

휴게소에서 파는 라마 소시지에 또 한 번 설레어버렸다. 15볼이었는데, 현지식치고는 가격대가 있는 편이지만 맛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맛은 보통 소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볼리비아 음식답게 짰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꽤나 맛있게 먹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우유니의 호수를 둘러보는 시간이다. 첫 번째로 만난 호수는 카냐파 호수(Laguna Canada)이다. 여기서는 푸른 호수와 함께 수많은 플라밍고 떼를 볼 수 있었다. 호수 건너편에 하얗게 되어 있는 것은 소금이 아니라 보락스(Borax)인데, 우리나라 말로는 ‘붕사’라고 한다.

두 번째로 만난 호수는 옅은 초록빛을 띠는 에디온다 호수(Laguna Hedihonda)이다. 우유니의 여러 호수는 특유의 미네랄 성분 때문에 조금씩 다른 빛깔을 띤다. 여기서 호수와 플라밍고 떼를 마저 감상하고 점심 식사를 가졌다.

점심으로는 삶은 야채와 소시지, 그리고 닭 요리가 제공되었다. 스파게티도 제공되었는데, 마요네즈에 버무리지 말 것 그랬다. 여기 마요네즈는 왜인지 조금 신 맛이 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밴을 타고 달리는 도중에 사막여우를 만났다. 이 드넓은 평원에 너는 왜 쓸쓸히 홀로인거니.

드넓은 사막에 홀로 있는 친구는 여우가 전부가 아니었다. 귀여운 사막토끼. 졸린 눈을 하고 관광객들을 모으는 것이 은근 스타 기질이 있는 녀석이다.

다시 한참 사막을 달리다보니 일명 ‘스톤 트리’가 나타난다. 이 곳 우유니 고원의 바람은 상당히 거센데, 바람에 흩날리는 돌멩이들이 화산암과 충돌하여 암석을 점차 깎아내고 지금과 같은 일종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암석이 인기가 좋은데, 생긴 것이 나무와 비슷하다 하여 ’스톤 트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오후가 되면서 슬슬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더니 이미 해발 4,000m 지점을 넘어섰다고 한다. 소로체필도 해발 4,000m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이러나 저러나 밴은 계속 달려 콜로라다 호수(Laguna Colorada)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콜로라다 호수는 플랑크톤이 번성하여 붉은 빛을 띤다고 한다. 산과 하늘과 붉은 호수가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다음으로는 ‘가이솔’이라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여기서는 화산 활동으로 인한 증기가 분출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작년 일본 유후인에 갔을 때 맡았던 유황 냄새가 사방천지에 진동을 하였다. 원래는 증기가 나오는 분출구가 한 군데였는데, 화산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는 것인지 여러 군데에서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가이드 말로는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가이솔 투어가 안전상의 이유로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우유니에서의 2일차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왔다. 숙소는 무려 해발 4,600m에 위치해 있었는데, 숙소 앞으로 넓게 펼쳐진 호수 위로 해가 지는 광경이 또한 일품이었다.

숙소 바로 근처에 6볼의 입장료를 받는 노천 온천이 있다. 우리 팀은 짐을 풀고 다 함께 노천 온천으로 향했는데, 우유니 고원에 불어오는 저녁의 찬 바람을 잊게 만드는 따듯함이었다.

온천을 즐기고 돌아와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스위스 누님께 이부프로펜 하나를 신세졌다. 아스피린보다 이부프로펜이 훨씬 약효가 좋은 걸 보니 앞으로 아플 때는 이부프로펜을 먹어야겠다. 자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두운 밤하늘 위로 은하수가 깊게 흐르고 있다. 처음으로 보는 은하수였다.

고산병 증세 때문에 고생을 조금 하긴 했지만, 그래도 버릴 것 없이 알찬 우유니 고원에서의 2일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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