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10]

무소의뿔 2023. 4. 20. 20:44

오늘은 라파즈에서의 두 번째 날이다. 그리고 이번 남미 여행에서 손에 꼽아 기대를 하고 있는 ‘죽음의 도로 자전거 투어‘를 하는 날이다. 콴투 호텔에서 투어사를 직접 연결해 주었는데 달러로 결제하는 업체를 골랐다. 자전거 종류에 따라 3가지 상품이 있는데, 각각 84$, 98$, 113$였다. 이 중 나는 98$ 짜리 자전거를 골랐다. 왠지 죽음의 도로라고 하니까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였다.

약속한 6시 15분에 픽업을 하러 호텔 앞으로 투어사 직원들이 밴을 끌고 왔다. 어제 엔살라다 프루따를 먹고 오늘 속이 안 좋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어김없이 속이 안 좋았다. 자전거 투어 시작 직전에 Bano를 들리지 않았더라면 꽤 고통스러운 하루였을 것이다. 자전거 투어에는 나를 포함하여 독일인 남자 두 명 그리고 프랑스인 여자 1명, 총 4명이 참가하였다. 액면가들은 다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 보였는데, 죄다 20대 초중반이라 조금은 민망하였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동양인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단 말이다!!!!

8시 경 출발지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자전거와 각종 장비를 챙겨 입는다. 오늘도 날씨가 맑은 게 아주 기대가 된다.

처음에는 워밍업으로 약 18km 정도 도로를 다운힐로 주파한다. 나는 이게 죽음의 도로인 줄 알고, “뭐야, 죽음의 도로치고는 너무 안락한 것 아닌가“하고 생각했었다. 구불구불하긴 하지만 포장이 잘 된 도로여서, 볼리비아 사람들의 허세가 어마어마하구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건 단지 워밍업에 불과했던 것. 워밍업 구간을 마치고 다시 밴을 타고 갓길로 들어서니 비포장의 울퉁불퉁한 자갈길이 시작되고, 진정한 Death Road가 펼쳐졌다.

이 곳 협곡은 아마존 입구와 가까운 곳이어서 건조한 라파즈와는 달리 안개가 자욱했고 습도가 매우 높았다. 안개에 뒤덮힌 협곡 사이로 가파르게 나 있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길은 파라과이 죄수들이 만든 간도라고 한다. 그때 고된 노동에 많은 죄수들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는데,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다보면 귀신의 곡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안 되는 겁을 주었다. 하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특별한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자신의 밸런스 감각에 의존하여 다운힐 구간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해 보였다.

죽음의 도로 자전거 투어를 위해 야심차게 고프로를 준비해 왔는데, 첫 구간에서는 거치가 단단하지 못하여 거치대가 풀리고 흔들려서 제대로 영상을 못 찍었다. 하지만 세 번째 구간부터는 제대로 거치를 해서 만족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힘들여 가져온 보람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영상 편집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이 난다.

포토 스팟마다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중간중간 폭포가 떨어지는 구간이 있는데, 여기서 찍은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중간 지점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또 챙겨준다. 아침은 먹는둥 마는둥이었는데, 다운힐 조금 탔다고 허기가 져서 샌드위치가 참 맛있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로드 자전거만 타와서 MTB는 처음 경험하였는데, 로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로드 자전거를 탈 때는 속도와 지구력이 중요했는데, MTB로 오프로드를 달릴 때는 균형 감각과 컨트롤이 더 중요했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극복하면서 바퀴가 흔들리거나 빗겨갈 때 핸들로 균형을 잡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물론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절벽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스릴감도 강렬했다.

중간에 집라인을 타는 가게가 있었는데, 우리 일행은 전원 집라인을 타기로 했다. 젊은 독일인 친구 둘은 슈퍼맨 자세로 탔고, 나와 프랑스 여성 분은 보다 안전한 앉은 자세로 집라인을 즐겼다. 집라인은 80볼이었는데, 700m 협곡 위에서 타는 집라인이기 때문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어떤 점에서는 바이크보다 더 스릴 있고 재미 있었던 체험이었다.

데스로드 투어를 마치고 독일인 친구가 맥주를 쐈다. 고산을 빠르게 내려오느라 귀가 좀 먹먹했지만, 레저가 끝나고 마시는 맥주는 정말 꿀맛이었다.

볼리비아 소녀들이 창문 뒤로 숨어서 자꾸 나를 쳐다보길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이들의 천진한 미소가 내 기분까지 정화시켜준다. 내 마음대로 볼리비아 소녀 팬 1호와 2호로 지정하였다.

밴을 타고 20분 정도 이동하여 호텔에 들렀다. 여기서 런치 뷔페를 먹고 수영도 즐기고 샤워도 하고 다시 라파즈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뷔페는 특별히 엄청난 음식이 제공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단촐하게 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역시 작은 수영장이 있었는데, 미리 수영복을 챙겨온 터라 자유형 몇 바퀴를 돌며 몸을 풀었다.

다시 라파즈로 돌아오는 길은 꽤 오래 걸렸다. 호텔 앞에 내리기까지 거진 세 시간 반이 걸렸다. 라파즈의 교통체증은 정말이지 서울도 한 수 접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고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모짜렐라’라는 피자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훌륭해서 만족스러웠다. 로컬 식당과 비교해서 가격은 조금 있는 편이지만 훌륭했다.

아, 데스 로드 투어를 마친 기념으로 기념 티셔츠를 선물 받았다. 우리가 데스 로드를 출발할 때 다 같이 ‘서바이벌’이라고 구호를 외쳤는데, 생존을 기념한다는 의미였다. 데스 로드 투어는 오랫동안 내 머릿 속에서 강렬하게 기억될 것이다.

이렇게 라파즈 여행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우유니로 가는 9시 버스를 예매해 두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곯아떨어졌고, 눈을 뜨니 우유니에 도착해 있었다. 오늘부터는 2박 3일 간의 우유니 사막 투어가 시작된다. 볼리비아 여행 그리고 이번 남미 여행의 백미가 될 우유니 투어를 기다리며, 이만 일기를 줄인다.

'Travel > Oversea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 남미 여행 [Day.12]  (1) 2023.04.23
2023 남미 여행 [Day.11]  (1) 2023.04.23
2023 남미 여행 [Day.9]  (0) 2023.04.19
2023 남미 여행 [Day.8]  (0) 2023.04.19
2023 남미 여행 [Day.7]  (1) 202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