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11]

무소의뿔 2023. 4. 23. 11:44

23. 4. 20. 목요일

야간 버스를 타고 달려 라파즈에서 우유니로 왔다. 9시에 출발해서 6시에 도착했으니 장장 9시간을 달린 셈이다. 죽음의 도로 자전거 투어가 꽤나 힘이 들었는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몇 분을 버티지 못하고 바로 곯아떨어졌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동이 트는 우유니였다.

10시 반부터 투어가 시작이니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셈. 새벽녘부터 호객꾼이 들러붙었는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고 와이파이를 제공한다고 해서 바로 따라갔다. 식사는 빵과 커피 그리고 과일 주스로 구성된 단촐한 메뉴였지만, 식사보다 와이파이가 급했다.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어제 여행일지를 정리하고 밀린 게임을 하고 밀린 카톡을 읽었다.

그 와중에 저번에 쿠스코에서 코파카바나로 넘어갈 때 같은 버스에 탔던 한인 여행객과 마침 인스타로 연락이 닿았다. 우유니 투어를 마치고 아직 우유니에 체류 중이라고 하였는데, 반가운 마음에 투어 전까지 잠깐 시간을 내서 환담을 나눴다. 알고보니 나보다 한 살 누나였는데, 우유니 사막의 밤이 얼마나 추운지 설명해주면서 가게에서 기모 후드 가격을 흥정해주었다. 40볼이나 절약할 수 있었다.

소금사막만 보는 데이 투어가 아닌 2박 3일 풀코스 투어를 선택했고, 미리 쿠스코에서 예약을 해 두었다. 요금은 850볼로 투어 치고는 적은 가격이 아니었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하길 기대하며 투어 밴에 올랐다. 한국인들은 주로 선셋 투어와 선라이즈 투어가 포함된 패키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내 투어에는 한국인은 따로 없었다. 영국인 부부와 스위스에서 온 여자, 그리고 폴란드에서 온 남자, 거기다 나까지 총 5명이서 함께 하는 투어였다. 어제 라파즈에서는 내가 가장 연장자였는데, 오늘 우유니 투어에서는 아무리 봐도 내가 막내다.

투어는 기차 무덤에서 시작했다. 칠레까지 이어지는 철도는 2주에 한 번 꼴로 여전히 운영 중이라고 한다. 볼리비아의 광물을 칠레로 나르는 기찻길이라고 한다. 그 옆에는 버려진 철로와 기차가 즐비하다. 남미의 약소국인 볼리비아의 광물 수탈사의 현장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기념 사진 촬영이 한창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버려진 철물을 이용하여 조각을 설치해두었는데, 이게 또 은근히 눈요기가 된다.

기차 무덤을 짧게 둘러보고 콜챠니 마을로 이동했다. 우유니 사막에서 채취한 소금을 정제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마을이다. 지금도 약 500여명의 주민이 매일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우유니 사막은 과거 바다였던 지역이 안데스 산맥의 융기와 함께 솟아오른 후 사막이 된 지역이라고 한다.

가방이 무거워지는게 싫어서 기념품 사는 걸 꽤나 자제해 왔지만, 콜챠니 마을의 아기자기한 소금 기념품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자동차 키링으로 쓸 요량으로 5볼을 주고 하나를 구매했다.

다른 한국인 여성분이 피리를 부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나도 피리를 25볼 주고 하나 구매하였다. 그런데 7음계 중에 ‘파’가 없다. 이건 볼리비아의 전통 음계일까 제조 실수일까?

콜챠니 마을을 짧게 둘러보고 메인 코스인 소금 사막을 둘러본다. 정말이지 끝도 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이 이세계처럼 느껴졌다. 원래 4월까지는 우기이지만 요 몇 주간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아 물이 고여있는 곳이 없어서, 유명한 우유니 사막의 반영은 볼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소금을 파내고 이름을 새겨본다.

처음에는 한국인 멤버로 구성된 투어가 아니라서 우유니 사막에서의 인생샷은 글렀다고 생각했는데, 소금 사막에 소품을 활용한 사진 촬영을 전문으로 해 주는 사람이 또 있었다. 10볼을 주고 꽤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많이 건졌다.

예전에 볼리비아에서 다카르 랠리가 열렸다고 한다. 우유니 지역에서도 개최된 적이 있었는데, 그 기념비이다.

기념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소금 호텔이 있다. 우유니 사막에 지어진 최초의 호텔이라고 한다. 호텔 앞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데, 이게 또 은근한 장관을 이룬다.

소금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직원이 동의대학교 저지를 입고 있다. 저 옷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 왔을까?

우유니 사막에서 활용하려고 모자와 판쵸를 야심차게 구매한 보람이 있는 듯하다.

소금 호텔에서 투어 팀이 준비해 온 점심을 먹는다. 의외로 구성이 훌륭했다. 다른 한인 투어 팀이 지나가면서 우리 플레이팅을 보고, “저기는 고기 나오네!”라고 탄식한 것을 들었다. 두 배로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기분이 좋아져서 허세샷을 남겨본다.

우리 가이드도 사진을 잘 찍어준다. 소품을 이용한 사진, 밴을 이용한 사진 등등 다양한 작품을 남겨주었다.

단체 사진도 찍었는데, 서양 아재와 아짐들이 꽤나 유쾌하다.

나도 뭔가 예술적인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어 주머니에서 라이터와 담배를 꺼내 찍어보았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조금 이동을 하여 도착한 곳은 ’인카와시 섬‘이다. 1년에 1cm만 자란다는 선인장이 즐비한 산호섬인데, 과거 우유니가 바다였던 시절에 산호섬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섬 곳곳에서 산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뻐큐 모양의 선인장이 보인다.

하얀 우유니의 사막과 선인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1시간 동안 인카와시 섬을 둘러본 후 일몰을 보기 위해 다시 또 이동하였다. 여기 소금이 모여있는 곳은 주민들이 실제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갈무리해둔 것이라고 한다.

일몰을 기다리며 조촐한 와인파티도 벌였다. 가이드에게 부탁해 기념 사진을 한 장 남겨본다.

우유니의 일몰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태양이 다 지고 나서 연보라로 물들어가는 하늘은 보라카이의 선셋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정말 황홀경이었다.

일몰 감상까지 마치고 추비카 마을에 있는 숙소로 왔다. 여기서 저녁을 먹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곳 우유니에서는 데이터도 터지지 않고 숙소에 따로 와이파이도 없다. 그저 자연과 나만이 경계를 허문 채 존재한다. 이렇게 우유니 사막에서의 첫날 밤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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