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7]

무소의뿔 2023. 4. 17. 04:42

23. 04. 16. 일요일

오얀타이탐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가는 교통편은 기차가 유일하다. 성스러운 계곡 투어가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 거의 4시간 정도가 붕 떴다. 그 동안 카페에서 여행일지도 기록하고 밀린 게임 퀘스트도 깨고 볼리비아 여행지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얀타이탐보 관광지에서 오얀타이탐보 기차역까지는 뚝뚝이로 3솔을 받는데, 거스름돈이 없어서 20솔 짜리 지폐를 건넸더니 잔돈이 없다며 14.5솔만 건네줬다. 참 동전은 이런 얄궃은 순간에 없기 마련이다.

더글로리를 보며 기차를 기다리다보니 드디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행 기차가 도착했다. 페루레일과 잉카레일 두 가지 열차가 있는데, 잉카레일이 조금 더 싸다고 한다. 나는 시간이 없고 일일이 찾아볼 여유가 없어서 그냥 페루레일로 시원하게 예매했다. 열차 안에서는 즉석 커피나 티를 팔기도 하는데, 굳이 사먹을 필요는 없다. 돈 아깝구로~

쿠스코에 머무르는 동안 급하게 섭외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의 Pablo’s Hostal. 하룻밤에 21.6달러였는데, 의외로 숙소 컨디션이 괜찮아서 놀랐다. 침구류는 다소 아쉬웠지만 일단 공간이 넉넉해서 좋았다. 다만 단창이라 밤에 상당히 추웠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약간의 목감기 증상이 있었다.

나름 웰컴팩도 준비해 주었다. 바나나 1개와 과자 2개, 쥬스와 사탕 등이 들어있었다. 아침 일찍 마추픽추로 가야해서 따로 식사를 챙겨먹기 어려운데 웰컴팩이 있어서 다행이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자체는 특별히 볼 거는 없다. 마추픽추로 가는 관문과도 같은 마을이라서 숙소와 식당만 즐비하고 관광명소는 따로 없다. 그래도 저녁을 먹으러 나온 김에 광장에서 기념 사진을 찍어본다.

사람이 없어서 과감하게 익살스러운 샷을 남겨본다. 나의 잉카 여친을 소개합니다.

가이드북에서 경고한 바와 같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의 물가는 상당했다. 어차피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서는 여기서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가가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다. 스파게티에 스테이크를 얹은 게 45솔이나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약 17,000원 정도이다. 뭐 어쩌겠나, 굶을 수는 없으니 먹어야지.

나는 9시에 와이나픽추와 마추픽추 4구역에 입장하는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어차피 스페인어를 못하니 돌덩이만 쳐다보는 것보다는 와이나픽추에 올라서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는 게 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는 버스표를 따로 구매해야 하는데, 편도로는 12달러이고 왕복으로는 24달러이다. 페루가 아주 마추픽추로 관광객들 뽕을 뽑는다.

가난한 나라인데 버스나 밴은 대부분 벤츠거라서 신기했다. 마추픽추로 가는 초록색 버스가 들어온다.

살짝 어지러울 정도로 굽이굽이 비탈길을 올라가는데, 풍경이 모든 걸 치유해 준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막 찍어도 환상적인 뷰가 담긴다.

티켓을 제시하고 공원(?)으로 들어오자마자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가 한 눈에 보인다. 여기가 바로 잉카 문명의 심장부로구나.

잉카 사람들은 따로 스쿼트 안 해도 됐겠다. 이웃집 가는 그 자체가 스콰트니까~~

마추픽추는 환경 보호와 질서 통제를 위해 일일 입장 가능한 관람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광 자체는 꽤나 쾌적하게 할 수 있었다.

날씨 요정이라도 따라 붙은 걸까. 이번 페루 여행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진이 참 예쁘게 잘 나온다.

이런 깊숙한 협곡 속에 있으니 1900년대 초까지 사람들이 존재조차 몰랐다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야말로 협곡 속의 성채이다.

저 협곡 아래에 우루밤바 강이 흐른다. 이 깊은 산중에 저 정도 규모의 하천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놀랍지만, 유속도 어마무시하다. 자연의 위대한 힘에 또 한번 경탄을 금치 못한다.

마추픽추는 총 4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입장권마다 관람할 수 있는 구역이 다 다르다. 안내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동선 간에 혼란이 없도록 질서를 통제한다. 마추픽추의 4구역 관람을 마치고 드디어 와이나픽추로 넘어가본다.

한 시간을 꼬박 올라가야 와이나픽추의 정상에 도달한다. 엄청 어려운 산은 아니지만, 군데군데 길이 매우 험난해서 노약자는 특히 주의를 요한다. 일부 구간은 계단이 매우 불친절해서 발을 옮길 때 무게중심을 잘 신경 써야 한다. 물론 그렇게 정상에서 마주한 마추픽추의 모습은 또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어떤 것들은 멀리서 보아야 더 아름다운 법이다. 마추픽추가 바로 그러했다.

그래도 나름 등산이니,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사진을 한 컷 찍어본다.

와이나픽추 정상에는 1솔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아저씨가 있다. 1솔짜리 잔돈이 없어서 2솔을 드렸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어주셨다. 삼국지에서 성도로 진격하는 등애 같은 느낌이랄까.

신나서 셀카도 남겨본다.

와이나픽추를 다시 내려오면 마추픽추의 나머지 유적 구간을 관람하고 이렇게 마추픽추 투어가 끝이 난다.

내린천 래프팅이 생각나는 우루밤바 강의 강력한 유속

쿠스코로 넘어가는 기차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남아서 먼저 점심으로 맥주를 곁들여 뚜르차 프리따를 먹었다. 어제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하면서 다른 투어로 온 40 중반의 한국 분을 다시 만나서 광장에서 담배 한 대를 나눠피며 잠시 환담의 시간을 갖고 카페에서 (느려터진 와이파이 환경 속에서) 여행일지를 정리하고, 다음 여행 일정을 점검해 본다. 이제 쿠스코로 돌아가면 볼리비아 코파카바나로 넘어가는 15시간 장거리 버스를 탄다. 페루에서의 일주일은 결코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지만, 꿈에만 그리던 마추픽추 투어도 했고, 비니쿤카도 다녀오고, 성스러운 계곡도 둘러보는 등 정말 알찬 여정이었다. 쿠스코에서 잠시 시간이 나면 판쵸를 구매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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