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신년맞이 아침수영을 시작하다

무소의뿔 2023. 1. 2. 17:26

2023년이 되면 새로 배워보려고 했던 수영.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수영장이 있다. 월수금 아침 7시부터 7시 50분까지 1달 동안 수영 강습을 받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였다. 첫 날이라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이었다. 전날까지 재택근무에 휴일에 꽤 오랜 기간을 충분히 자 버릇 했는데, 갑자기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기상하려니 이상하게 밤이 잠이 안 왔다. 9시도 안 되어 침대에 누웠는데, 계속 핸드폰만 붙잡고 이리저리 영상이나 하릴 없이 보다가 어느새 11시 반, 이젠 진짜 잠에 들어야지, 하고 눈을 붙여보려 했지만 이불 속이 너무 더워 다리에 땀이 자꾸 차는 바람에 잠에서 자꾸 깼다.

그래도 그 직전까지 충분히 잘 쉬어서인지 부족한 선잠에도 불구하고 기상하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6시에 일어나 오늘 하루동안 먹을 닭가슴살과 가래떡을 챙기고, 영양제를 먹고, 수영 준비물을 점검하고, 회사에 필요한 물품들도 챙겼다. 첫 수업이니 어떻게 될지 모르니 조금만 더 일찍 출발하자. 6시 28분에 집을 나서서 수영장에 도착한 시각은 6시 40분 정도이다. 동이 트기 전 찬 공기를 헤치며 수영장까지 걸어가면서, 알람과 마감에 쫓겨 살던 예전이 문득 떠오른다. 아, 그래 내가 이런 때가 있었지.

회원카드를 신규 발급 받는데는 500원이 소요되었다. 마침 지갑에 천원짜리 지폐가 몇 장 있었다. 새로운 루틴을 짜는 첫 날이다. 잘 숙지하고 잘 파악해야 한다. 회원카드를 태깅하면 락커 키를 준다. 그 날의 임시 락커가 된다. 락커 공간은 상당히 작아서 겨울 외투와 옷을 넣으면 가방까지 보관하기에는 다소 협소하다. 가방은 락커 위에 무심하게 올려 놓는다.

샤워실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체온을 끌어올리고 수영복과 수영모 그리고 수경을 챙겨서 수영장으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공기와 물이 차갑다. 6시 타임 수영 강습이 막 끝나갈 무렵이다. 회원들이 마무리 체조를 한다. 나는 구석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풀어본다.

7시 타임 강습이 시작한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고 수준별로 레인을 나눠서 수영을 연습한다. 나를 포함하여 처음 온 회원들 중에서도 수영을 오랫동안 안 했거나 처음 배우는 회원들은 따로 유아풀로 빠진다. 총 5명이었는데, 오늘은 유아풀에서 발차기 훈련과 호흡 훈련을 진행했다. 이 정도 쯤이야 싶지만, 모든 일은 기본이 가장 중하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성실히 따라가 본다.

그래도 단순 반복 훈련이 조금은 지루한 면이 있어서 금세 물 밖과 물 안에서 오만 상념들이 오고간다. 등산과 비슷하다. 상념들을 헤치며 50분간의 훈련을 마무리했다. 다음 수요일 강습 때는 키판을 잡고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마무리 체조를 하고 다시 샤워실로 돌아간다. 아, 여기 수영장은 수건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구나. 뒤늦게 알았다. 당황하지 말자, 나는 어른이다. 후드 티 안에 받쳐 입은 흰 면티를 수건 대용으로 쓰면 된다. 다행히 흡수력이 나쁘지 않다. 아, 이 수영장에는 따로 로션도 없구나. 천만다행으로 핸드크림을 챙겨왔다. 도쿄 여행을 하며 핸드크림을 로션 대용으로 쓴 경험이 있어 이제는 대수롭지 않다.

수영을 마치고 나와 담배를 한대 태우고 지하철을 타러 역으로 이동한다. 회사 출근은 9시까지이다. 예상했던 대로 동선과 시간이 잘 맞아 떨어진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 동안 모바일 게임도 조금 하고,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방문하고, 유튜브로 쇼츠 영상도 본다. 역에서 내리면서 사이렌 오더로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보통은 역을 채 빠져나오기 전에 제조가 완료된다. 역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서 담배를 한 대 더 태우고 커피를 픽업하고 사무실에 온다.

첫 수영 수업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신년 첫 출근길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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