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4박 5일 일정이지만, 아빠는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갔다. 애초에 아빠 환갑 기념 가족 여행을 기획한 것인데, 아빠가 3일만에 서울로 가야해서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아빠를 보내기 전 맛집을 꼭 데려가고 싶어서 애월에 위치한 '고등어회결사'로 향했다.
고등어회를 전문으로 하는 횟집인데, 유튜버 핫둘제주의 쇼츠 영상을 보고 찾아낸 집이다. 이름부터 신박한 것이 기대가 된다. 이런 언어유희왕 같으니라규~~~
제주에는 이렇게 일반 가옥을 개조한 음식점이 참 많다. 고등어회결사도 그 중 하나이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인지 진입로부터 내부까지 깔끔하다.
고등어를 메인으로 한치, 딱새우와 같은 횟감을 함께 구성해서 판다. 우리는 고등어와 한치로 구성된 한 판을 먹을려고 했는데, 마침 한치가 다 떨어져서 대신 방어를 내주신다고 했다.
기본 찬 세팅. 추억의 오뎅볶음이 눈에 띈다.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반찬 리필을 부탁하니 오뎅볶음 대신 분홍 소시지 볶음이 나왔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해물파전. 전 맛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맛이 훌륭했다. 회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전 탄수화물로 입맛을 돋우라는 사장님의 센스일까?!?!
부추절임과 밥. 밥은 그냥 쌀밥이 아니라 초밥용 밥인데, 상추에 밥을 올리고 부추절임을 올린 다음 고등어 회를 한 점 올려서 쌈으로 먹으면 맛있다고 사장님이 팁을 주셨다.
점심을 먹은지 4시간밖에 안 되어 가볍게 7만원짜리 메뉴로 주문했는데도, 양이 미쳤다. 사이드로 고동, 생굴, ㅅ ㅐㅇ전복, 멍게까지 아주 알찬 구성이다.
여러 말이 필요 없다. 여기 고등어 회는 미쳤다. 고등어는 진짜 신선도가 생명인데, 아주 신선한 놈들로만 회를 떠서인지 정말 비린 맛 하나 없이 고소함만 남아있다. 너무 고소하다. 천상의 맛, 극락의 맛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고등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조금만 좁은 수조에 있으면 스트레스로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저 넓은 수조에 몇 마리 없다. 이게 아마 싱싱한 고등어 회의 비결이겠지!!!!
방어 역시 훌륭하다. 나는 사실 은근히 딱새우를 먹고 싶었는데, 뭔가 제주에 왔으면 딱새우를 한 번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다ㅋㅋㅋㅋ 그런데 방어는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 역시 아버지의 연륜!!!!! 고소한 고등어와 기름진 방어를 번갈아 먹다보면,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다. 운전 때문에 술을 못 마신 게 천추의 한ㅠㅠㅠㅠ
사장님의 말대로 고등어회로 쌈을 싸서 먹어본다. 이 또한 정말 천국 그 자체이다. 세상에 고등어회가 이렇게나 맛있다니... 서울에서는 가격도 비싸고 파는 집도 별로 없어서 항상 멀게만 느껴졌는데, 제주에서 이 가격에 이 퀄리티의 고등어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이 부위는 방어의 속살이라고 하는데, 보이는 것으로는 거의 육사시미 급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형태로 썰어내서 그런지 눈길이 갔다. 특수부위라 그런지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무리로 해물라면을 먹으면 고등어회 즐기기가 끝이 난다. 정말 여러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집이었고,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 고등어회결사를 통해 고등어회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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