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Jeju

산굼부리 앞 맛있는 흑돼지묵은지찜 - 식당교래 (★★★★☆)

무소의뿔 2022. 11. 8. 10:16

여행 마지막날의 점심.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다가, 김치와 칼칼한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를 위해 묵은지 베이스 요리를 하는 가게를 급히 섭외했다.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식당교래'이다.

교래리는 엄청 번화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산굼부리라는 유명한 오름이 있어서 조그마한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식당교래는 묵은지 요리를 메인으로 하는 가정식 밥집이다. 묵은지 오겹살찜과 고등어찜 중에 선택이 가능하고, 그 외에도 고사리 갈치조림이나 고사리 고등어조림 같은 메뉴도 있다.

마지막 날이니만큼 흑돼지를 한번 더 즐기고 싶어서, 우리는 묵은지 흑돼지찜으로 골랐다.

기본 찬 세팅. 육첩으로 나오는데, 전반적으로 다 훌륭했다. 계란간장조림이 특히 좋았는데, 계란이 아주 쫄깃하고 식감이 훌륭했다. 야채 베이스의 찬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미나리무침도 입에 술술 들어간다.

공기밥과 돌솥밥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돌솥밥은 추가 비용이 있다. 돌솥밥에는 저렇게 위에 고구마를 얹어준다. 아무래도 돌솥밥이 더 꼬들꼬들하고 쫀득쫀득하다.

돌솥밥의 매력은 숭늉에 있다. 별 거 아닌데도 숭늉으로 마무리를 해주면 식사가 한층 구성이 탄탄해지는 느낌이다.

유자 드레싱을 쓴 샐러드. 찜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입맛을 돋우는 전채로서 기능한다.

준비를 마친 우리의 묵은지 흑돼지찜. 우선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놀랐다. 솥이 안으로 상당히 깊어서 묵은지가 꽤 많이 들어간다. 흑돼지도 세 덩이는 들어가 있어서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맛도 상당하다. 흑돼지 자체는 제주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맛인데, 묵은지 퀄리티가 상당하다. 엄마가 특히 마음에 들어했는데, 엄마가 식당 주인한테 나중에 물어보니, 주인이 서울 사람이라더라ㅋㅋㅋㅋ 어쩐지 제주 음식 같지 않고 서울 느낌이 나서 완전 자기 스타일이었다고ㅋㅋㅋㅋ

맛과 양, 서비스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제주 본연의 아이덴티티가 딱히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별 4개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