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한라산 등정을 마치고 사우나로 피로를 풀고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이날 저녁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뒤져가며 미리 찾아놓은 벼르고 벼른 흑돼지 맛집, '제주삼춘'으로 갔다. 제주 맛집을 소개하는 유튜버 '핫둘제주'가 입에 침이 마르게 극찬을 해서 정말 궁금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한 것!!!!
이른 저녁 겸 5시에 갔더니 아직 식당에 자리가 많았다. 숙성도는 줄 서서 먹던데, 여긴 아직 홍보가 덜 되었나보다. 뭐 자리 많고 여유로우면 우리야 좋지~~~
흑돼지 집이지만 이것저것 감성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하다. 이것이 바로 인스타 감성인가... 하지만 감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맛이다. 맛만 좋으면 된다. 과연 맛은 어떨까?!?!
조명에 반사되어 잘 안 보이는데, 삼춘세트는 흑돼지 900g에 95,000원이다. 95,000원이라는 가격이 좀 빡세 보이긴 하는데, 또 그램 수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쁜 가격도 아니다. 한라산 등산으로 아빠와 내가 고생했으니 오늘은 포식을 해보련다!!!!
쌈채소, 무친 채소, 그리고 명이나물. 제주에도 명이나물이 나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고기를 먹을 때 채소를 즐겨 먹지 않고, 고기만 조지는 타입이라 내 손길이 많이 가지는 않았다.
무생채는 상큼해서 손이 갔다. 별거 아닌데 자꾸 손이 간다.
묵은지 씻어낸 것과 명란젓. 이 명란젓이 아주 물건이다. 명란젓과 참기름, 그리고 다진 마늘을 잘 섞어서 흑돼지와 함께 먹으면 정말 그 조화가 놀랍다. 이 집만의 시그니처 양념장이다.
이런 고급진 느낌 주는 식기 너무 좋아. 소금은 영국 왕실에서 쓰는 뭐시기 좋은 소금이라고 하고, 와사비도 생와사비였다. 왼쪽 위에는 갈치속젓이다. 네 가지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어 흑돼지의 풍미를 잘 살려준다.
대망의 삼춘세트 등장!!!!! 사진으로 보니 양이 빈약해 보이는데, 육안으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겹살, 갈비살, 목살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고, 돌하르방이 은근 포인트가 된다. 그냥 흑돼지가 아니라 숙성 흑돼지인데, 주방에서 숙성된 고기를 초벌로 훈연해 내 온다. 사진에는 안 담겼지만, 뚜껑이 덮여져 있고 그 뚜껑을 열면 연기가 뿌옇게 퍼져나가는 막간의 연기 쇼(?)도 보여주신다ㅋㅋㅋㅋㅋㅋ
이런 아기자기한 센스 너무 좋다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돌하르방이 들고 있는 것도 감귤인 거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Black Pig를 뿌실 차례다. 기름으로 먼저 불판을 코팅해주시고, 직접 고기를 구워주신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행복하게 먹는 것뿐이다. 먹는 순서도 있는데, 갈비살을 먼저 먹고, 그 다음에 목살,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겹살을 구워주신다.
목살은 확실히 살코기가 많아서 약간 뻑뻑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불쾌할 정도의 뻑뻑함은 아니었고, 씹는 식감은 참 만족스러웠다. 갈비살도 훌륭했는데, 프랜치 랙 느낌으로 갈빗대까지 내 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테두리에서는 야채를 구워주신다. 다시 봐도 입에 침이 고인다. 훈연한 고기라 그런지 풍미가 남달랐다. 흑돼지는 제주에서도 서울에서도 자주 먹었었는데, 확실히 훈연이 들어가니까 맛이 다르다.
오겹살이 특히 세 부위 중에 제일 맛있었는데, 지방층의 쫀득함이 남달랐다. 원래도 일반 돼지보다 더 쫀득한 게 흑돼지의 매력인데, 그 매력을 극대화시킨 듯한 맛. 지방이 아니라 살코기를 씹는 듯한 쫀득함이 정말 일품이다.
인스타 업로드를 하면 흑돼지김치찌개를 서비스로 주는데, 이게 또 양이 참 푸짐하다. 안에 돼지고기도 꽤나 많이 들어 있다. 후식으로는 역시 김치찌개이다.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값어치는 톡톡히 하는 함덕 흑돼지 맛집. 훈연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흑돼지의 참맛을 살려냈다는 점에서, 당당하게 별 5개를 주고 싶다. 별 5개를 주는 또다른 이유는 고기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우리 엄마가 이번 제주 여행에서 꼽은 1등 식당이라는 점도 있다. 엄마가 맛있다고 할 정도면 진짜 맛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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