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기로 한 날. 그간 친구들은 육아 때문에 바빴고, 나는 대회 준비 때문에 칩거하느라 서로 통 못 보다가, 대회를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또 육아 생활 한시름 덜어낸 기념으로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평소에 잘 못 먹어본 이색 메뉴에 도전하기로 했고, 추천을 받아 강서구청 먹자골목 안쪽에 위치한 흑염소 요리 전문점인 '가막골흑염소'로 정했다.
뒤로 공사중인 오피스텔 뷰가 아주 그로테스크한 것이 분위기의 결이 마음에 든다.
일반 가정집을 식당으로 개조한 가게이다. 주차장이 꽤 넓은 게 장사가 잘 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메뉴판만 봐도 신뢰가 확 간다. 다른 잡다한 요리 없이 오로지 '흑염소' 한 우물만 파는 집이다. 그 안에서도 종류가 뭐 많지도 않다. 수육과 전골 이 두 가지로 승부를 본다. 셋이 왔는데, 먼저 수육 2인분과 갈비전골 2인분을 주문했다.
흑염소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는 배추김치와 갓김치. 배추김치는 평이했는데, 갓김치는 갓이었다. 잘 익어서 흑염소 고기와 합이 매우 훌륭했다.
수육을 주문하면 저런 찜기 같은 그릇 위에 약불로 틀어놓고 먼저 부추를 올려준다. 부추가 아주 잘 익어서 씹는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 수육을 주문하면 옆에서 이모님이 바로 살코기를 발라서 찜기에 올려준다.
살코기와 함께 배받이를 준다. 배받이는 삼겹살로 치면 가장 아랫부분인데, 지방층이 두터워 아주 부드럽고 고소하다. 살코기는 전반적으로 개고기와 비슷한 맛인데, 개에 비하면 훨씬 잡내도 덜하고 부드럽다. 여기 수육이 아주 잘 익혀져 나와서 질기다는 느낌이 전혀 안 느껴져서 만족스러웠다.
부추와 함께 특제소스를 곁들여 한 점 입에 넣으면 바로 천국행이다. 특제소스는 보신탕집에서 흔히 나오는 소스와 결이 비슷했는데, 다진 마늘을 따로 추가해서 먹으니 더욱 만족스러웠다.
이어서 주문한 갈비전골 2인분. 갈비전골은 일반전골보다 조금 더 단가가 쎄지만, 흑염소의 갈빗살이라는 귀한 부위를 또 맛볼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먼저 야채를 익히고 그 육수 위에 흑염소 갈빗대와 살코기를 넣어주신다. 역시 부추가 참 많이 들어가고 깻잎과 버섯도 함께 들어간다. 고추도 상당히 들어가는데, 매운 느낌보다는 개운한 느낌이 더 컸다.
전골이 다 익으면 이렇게 된다. 보신탕과 비교하자면 누린내나 잡내가 전혀 없었고, 아주 부드러웠다. 갈빗살 부위는 특히 다른 일반 전골용 살코기보다 더욱 부드러워서 매우 행복했다. 술이 정말 술술 들어간다.
참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수육 1인분과 전골 1인분을 추가로 주문했다. 사실 가격대로 치면 왠만한 소고기보다 비싼 요리이긴 하지만, 정말 소고기보다 훨씬 낫다고 느껴질 정도로 크게 만족스러웠다.
위스키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가 흑염소와 페어링이 될 만한 훌륭한 스카치 위스키를 한 병 가져왔다. 콜키지 개념이 있는 식당은 아니지만, 미리 전화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였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물론 가게에서 소주와 맥주도 우리가 많이 팔아줬다.
남은 전골에 볶음밥 2인분을 주문해서 탄수화물을 채워준다. 볶음밥은 엄청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입가심 용으로는 만족스러웠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흑염소 요리인데,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더라면 진작 도전을 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꼭 기회가 되면 재방문해서 이 극락의 맛을 다시 즐겨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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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골흑염소요리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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