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아빠가 인대를 다쳤다.

무소의뿔 2022. 7. 27. 15:31

어제 개포동에서 PT를 마치고 카카오톡을 열어보니, 엄마가 보내 온 메시지가 있었다. 아빠가 분리수거를 하다가 깨진 유리병에 손을 베었는데, 근처 종합병원으로 가보니 인대 손상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는 것. 겉으로만 봐서는 단순히 베인 것인지 인대가 끊어진 것인지 구분이 잘 안 되서, 우선 응급조치만 해 두었고 하루 입원한 후 내일 오전에 의사 진찰을 받은 후에 단순히 꿰매는 것으로 될지 인대 봉합 수술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단다.

예상치 못한 급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황망하기도 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때문에 병실 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보호자 1인만 출입이 가능하고 그마저도 PCR 검사를 거친 후에야 가능하대서, 엄마만 병실에 출입할 수 있었다. 어차피 병원이 집과 5분 거리여서 귀가하면서 병실에 들리려고 했었는데, 그마저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빠는 오늘 오전에 결국 전신마취를 하고 인대 봉합수술을 잘 마쳤다고 한다. 방학이라 친구분들과 골프 약속이며 등산 약속이며 참 많이도 잡아놨을텐데, 앞으로 6주 동안은 손가락을 절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작년 가을에 인대 염좌 부상을 한번 당한 적이 있어서, 인대 부상이 얼마나 삶에 크고 작은 불편과 고통을 주는지 잘 안다. 단순 염좌도 이렇게 불편한데, 인대가 끊어진 것을 다시 이어 붙이는 수술이었으니 꽤나 큰 수술이다.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참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나를 데리고 주말마다 산으로 들로 돌아다녔다. 마라톤 완주를 6번인가 7번을 했을 정도로 체력도 좋다. 나와 동생을 다 키우고 나서는 골프에 크게 재미를 붙여 엄마와 주말마다 라운딩을 다닌다. 이렇게 왕성하고 힘이 넘치는 양반이 6주 동안 좋아하는 활동들을 거의 못하게 되니 얼마나 심심하고 따분할까.

아빠가 다시 즐겁게 취미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인대가 다시 잘 붙어서 마치 다친 적이 없는 것처럼 손가락을 잘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아빠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살면서 다른 수술을 할 일이 없으면 좋겠다. 뭐 이미 나보다 충분히 건강하게 사니까 크게 걱정은 안 되지만 말이다. 금요일에는 아빠를 위해 사골 재료를 사다 드려야겠다.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미를 엄마와?  (0) 2022.07.27
신삼국지 모바일  (0) 2022.07.27
지갑을 두고 출근하다.  (0) 2022.07.27
자동차 보험  (0) 2022.07.27
자동차 대출  (0) 2022.07.26